▲근거수준 피라미드
명승권
명 박사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명 박사는 통계를 이용해 개별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하는 메타분석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검증하는 작업을 한다. 그는 메타분석이 식품회사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임상 연구보다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찰연구 단계의 환자-대조군 연구만 해도 실제로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요. 예를 들어 대조군을 설정하기 힘들어요. 어떤 그룹이 채소를 전혀 먹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죠. 실제 건강식품의 효능을 입증했다는 연구들은 대부분 (메타연구보다 수준이 낮은) 환자군 연구에 머물러 있어요. 그것들도 대부분 표본 수도 작고 연구의 질도 낮아요."명 박사는 메타분석을 이용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비타민제, 항산화제, 칼슘보충제 등 주요 건강기능식품들의 상대위험도(Relative Risk: 질병의 발생과 위험인자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지표)가 1 정도로 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이런 식품들이 건강 개선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노화를 부르는 활성산소, 노화를 막는 비타민가장 흔한 보충제인 비타민 보충제의 국내 시장 규모는 6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 인구의 약 20%가 비타민제를 복용한다. 미국 비타민 보충제 시장 규모는 약 21조원에 이른다. 미국 인구의 약 50%, 암 생존자의 약 70%가 비타민을 복용한다. 비타민, 항산화보충제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이다.
활성산소종은 인체의 대표적인 자유라디칼(free radical)이다. 자유라디칼은 짝 짓지 않은 전자를 가진 분자로 정상세포에서 전자를 빼앗거나 다른 곳에 전자를 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정상세포의 손상이 일어난다. 활성산소종 역시 정상세포의 DNA나 세포막을 산화 공격하여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발생시키고 노화를 촉진한다.
활성산소종이 생성되는 원인은 흡연, 공해, 태양자외선, 음식, 화학물질, 방사선 등으로 다양하다. 정상 세포대사 과정 중 영양분이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산소는 대부분 물을 형성하지만 일부는 반응성 높은 O2-, H2O2, OH 등의 활성산소종을 생성한다.
활성산소종과 같은 자유라디칼에 의한 산화적 손상을 막아주는 것이 항산화제(Antioxidant)다. 항산화제는 다른 물질의 산화를 느리게 하거나 막아줘 질병을 예방한다. 음식에 들어있는 천연항산화제로는 비타민C, E와 파이토케미칼(식물성화학물질), 무기질 등이 있다. 이들은 감귤, 수박 등 과일과 당근, 호박 등 채소, 콩류 및 견과류 등에 주로 들어있다.
최근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관찰역학연구 결과를 보면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이나 심혈관질환 발생이 20~30%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하루에 다섯 가지 색깔을 가진 다섯 단위의 과일과 채소를 400g 이상 먹을 것을 권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평균 393g 정도를 섭취한다. 거기에 더해 보충제를 먹는다.
비타민보충제가 천연비타민을 대신할 수 있을까하지만 명 박사는 "비타민보충제 섭취는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복지부 산하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는 암이나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목적으로 종합비타민 혹은 항산화 보충제 등을 사용하는 게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세계암연구기금과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는 흡연자가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복용하면 폐암 발생을 높인다며 사용을 금하고 있다. 미국암협회는 암환자가 암 치료 중 비타민이나 기타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치료효과를 감소시키는 등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메타분석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 한다. 세르비아 니스대 Goran Bjelakovic 교수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질적 수준이 높은 총 56편의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메타분석한 결과 비타민∙항산화 보충제를 복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률이 4%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명 박사는 "메타분석 결과 비타민 A나 E, 베타카로틴, 셀레늄과 같은 비타민, 항산화 보충제를 복용하나 안 하나 암 예방효과가 없다"며 "방광암은 그런 것들을 섭취하면 그러지 않는 경우보다 발생 확률이 52%나 높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역시 비타민, 항산화 보충제를 복용해도 예방 효과가 없다.
"비타민C 보충제를 과량으로 복용할 경우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위장관장애, 비뇨기질환, 용혈 등을 유발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음식으로 영양소 보충하는 게 건강비법 명 박사에 따르면 비타민 보충제를 1g 정도만 복용해도 이 중 반은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위장관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비타민C의 최종산물인 옥살레이트를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 옥살레이트결석의 위험성이 높아져 비뇨기질환을 유발한다. 글루코스-6-인산탈수소효소 결핍, 발작성 야간헤모글로빈뇨증 등의 환자는 적혈구가 깨지는 용혈현상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하는 비타민C 권장섭취량과 상한섭취량은 각각 하루 100mg, 2,000mg(2g)이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하루에 1g 이상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세계보건기구와 영국 음식표준국(Food Standard Agency)이 권장하는 하루 비타민C 섭취량은 각각 45mg과 40mg이다. 특히 영국은 해가 될 수 있으니 하루에 1000mg(1g) 이상 복용하지 말라고 권장한다.
"기능식품 복용에 집착하기 보다는 건강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좋은 음식을 섭취해 영양소를 보충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건강 비법입니다."명 박사는 합성비타민인 비타민C 보충제는 과일이나 채소에서 섭취하는 비타민C와 다르며 인체에서 같은 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일과 채소의 다른 영양성분이 함께 작용해야 비타민C 복합체 본연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명 박사는 "활성산소는 암, 심혈관질환, 노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외부 이물질이나 내부에서 발생한 암세포를 죽이는 기능도 있다"며 "항산화제를 복용해 활성산소의 농도가 너무 낮아지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념을 뒤집은 명 박사의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