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가 6월 27일 광화문광장에서 '고장 300원 수준에서 노동자의 삶을 흥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차라리 해체하라' 기자회견을 펼쳤다.
알바노조
최저임금을 받고 사는 저같은 알바를 비롯해 시급을 받는 1700만 임금노동자가 부여한 적 없는 권위를 가지고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다음해 최저임금을 정한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더 화나고 더 배신감이 드는 것은 최저임금 5580원에 찬성한 노동자위원들과 공익위원들때문입니다. 이들 18명이 만장일치로 2015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고 하네요(사용자 측은 모두 기권). 다른 사람도 아닌 노동자 위원들이 그들이 어떻게 5580원을 단 한 표에 기권표도 없이, 반대표도 없이, 찬성 할 수 있는 거죠?
노동자위원들조차 우리의 노동가치가 '한 시간에 5580원이 맞다'고 인정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이 최저임금을 받고 사는 이들이라면 고작 370원, 껌 한 통도 못 사먹는 돈 370원을 올려놓고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제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나같은 노동자들을 위해서 더 이상 나를 대변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슬픕니다. 노동자위원 9명이 만장일치 찬성이라니. 저는 5580원에 찬성한 적 없습니다. 동의한 적도 없습니다.
7년 동안 알바노동자로 살아온 저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7년 동안 알바를 해왔다는 것은, 7년 동안 사람으로 살기를 포기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 간단합니다. 밥값과 커피값은 제 1시간 일한 노동의 대가보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한 편 보기 위해서는 2시간 노동을 해야지만 볼 수 있으니, 당연히 시급보다 높은 것들을 포기 하고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고 산다는 것은 "남들처럼 살기를 포기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500만 알바 노동자들은 제가 7년간 그랬던 것처럼, 매끼니를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우고 밤낮없이 일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 수밖에 없겠죠.
노동자위원님, 정말 이게 최선이었나요?노동자위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370원 인상, 이게 정말 최선이었나요? 2013년도 기준 2014년에 350원이 올랐는데, 올해는 20원 더 많은 370원이니 괜찮아서 찬성한 건가요? 더 이상, 최저임금위원회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고작 370원 올려놓고 노동자위원이라고 이름 붙이지 마십시오. 그 최저임금회의에 들어가서 노동자위원이라고 이름 붙이고 앉아 있지 마세요. 저는 당신들의 "찬성"에 동의한 적이 없는,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노동자입니다.
5580원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최저임금 위원회의 노동자위원들과 공익위원들 그리고 기권표를 던지고 자리를 뜬 사용자위원 전부 하나같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 6월 27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드러났습니다.
최저임금이 너무 낮아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꿈인 노동자들을 절대 잊지 마세요. 밥 한 끼 제대로 먹는 것,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보는 것 그리고 남들이 잘 때 나도 자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 평범한 삶이 꿈인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7
공유하기
알바노동자인 저는 5580원에 찬성한 적 없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