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에 장식된 '레아'
박가영
2013년 1월 30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아침 라디오로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 이충연씨의 부인 정영신씨가 진행자와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이충연씨 역시 출소하게 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진행자가 물었습니다.
"뭘 가장 먼저 하고 싶으십니까? 내일 남편이 나오시면.""고생 너무 많았다고 한번 꼭 안아주고 싶고요. 그동안 소소한 일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둘이 시장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냥 그러고 싶어요."
다른 사람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말에 몹시 먹먹해진 기억이 납니다.
이충연씨는 2009년 1월 20일 일어난 용산참사로 구속돼 2013년 1월 31일까지 만 4년 동안 수감됐습니다. 용산참사는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위에 망루를 짓고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입니다. 이충연씨의 아버지 고 이상림씨도 그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출소 후 2년, 용산참사 6주기가 가까워진 지난 13일 오후 이충연씨 부부의 수제맥줏집 '레아'를 찾았습니다. 부부는 지난해 12월, 아버지 고 이상림씨가 운영하던 호프집과 같은 이름의 수제맥줏집을 열었습니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레아가 있었습니다. 영업 시작 전 가게에 나와 있던 이충연씨를 만나 먼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전의 호프집 레아는 부모님이 오랫동안 운영해오던 식당을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합니다. 온 가족이 주방, 홀, 가게 안팎을 살뜰히 보살피던 그곳엔 지금 빈 공터만 남았습니다. 소주도 함께 팔던 호프집은 새 보금자리에서 수제맥주 전문점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참사 전 가족이 보살피던 호프집, 수제맥주 전문점으로 재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