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타작11월 3일, 벼타작을 하기 위해 모인 모습. 오래된 발탈곡기가 보인다.
김진회
올해 농사에서 잘됐던 걸 꼽자면 딸기와 오크라가 있다. 딸기는 5, 6월에 잘 먹었다. 그러고도 남은 것은 잼으로 만들었다. 오크라는 여름부터 최근까지 계속해서 따먹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많이들 먹는 채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하다. 나도 여기 와서 작년에 처음 봤다. 모양은 고추와 비슷한데, 고추가 매끄럽고 동그랗다면 오크라는 겉이 살짝 거칠고 모양도 각이 져있다. 우리가 키우는 오크라는 별 모양인데 둥근 모양에 가까운 오크라도 있다고 들었다.
고추와는 반대로 뾰족한 쪽이 하늘을 보며 열린다. 식감은 독특한데 속에 끈적끈적하고 미끌미끌한 것이 들어있다. 주로 샐러드, 비빔밥으로 먹고 된장국에도 넣는다. 농사가 쉽고 먹기도 편해서 우리에게 잘 맞는다. 얼마 전에는 동결건조된 채소 스낵을 먹다 오크라가 섞여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바삭하게 동결건조된 오크라조차 안쪽은 특유의 끈적임이 남아있어 놀랐다.
흔적도 남지 않은 작물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은 그나마 뭐라도 건진 작물들이다. 이래저래 심기만 하고 거두지 못한 작물은 수도 없이 많다. 일단 수박은 핸드볼 공만한 것 하나 겨우 건졌고, 호박은 아예 풀에 뒤덮여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맛있게 먹었던 사과참외와 먹참외도 거의 못 먹었다. 먹참외는 그나마 한두 개라도 먹었지만, 사과참외는 그나마 열린 많지도 않은 열매를 제때 수확하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한개도 못 먹었다.
지난해에도 어려웠던 옥수수는 양분이 많지 않고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땅에서 올해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감자도 그 많은 쑥을 뽑아내고 열심히 심었건만 끝까지 잘 돌보지를 못했다. 그밖에도 선비잡이콩, 여러 종류의 토마토 등도 열심히 심어는 놨는데 시원치 않았다.
가을 농사는 더했다. 조그맣게 배추 몇 포기만 하자고 했는데, 그게 압권이었다. 처음에 배추 씨앗을 심었는데 싹이 나자마자 벌레가 다 먹어버렸다. 그러고 나니 개구리님이 심고 남은 모종을 주셨다. 그래서 또 열심히 가져다 심었는데, 꽤나 큰 그 모종도 며칠 만에 벌레가 다 먹어버려 여기 뭐가 있었나 싶게 다 없어졌다.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원래 좀 늦은 시기에 심는다는 토종 조선배추 씨앗을 심었다. 이번에야말로 벌레 활동 시기도 지났으니 괜찮지 않을까? 희망에 찼지만, 아니었다. 누가 그랬던가?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라고. 올해 배추는 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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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서울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지금은 홍천에서 자연농을 배우고 있는 한량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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