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짜릿함. 운동에서 맛볼 수 있다.
김은영
무기력해지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몸을 더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 풍경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늘 일과 육아, 살림에만 급급했던지라, 우리 집안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집콕인 시간이 늘어나자 우리 집이 답답하게 보였다.
10년이 넘는 결혼 생활 묵은 살림을 하나둘 버리고 치우고 정리했다. 오래된 가구,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 여기저기 쑤셔놓은 잡동사니 등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물건들을 비우고 정리하며 각자의 주소를 찾아주었다.
이때 여백의 미학을 경험했다고 할까? 빈 공간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집안 곳곳마다 빽빽하게 놓여진 물건들이 시선에서 사라지니 내 마음속 묵은 짐들도 사라진 것 같다.
코로나19로 아파트 헬스장은 휴관 상태가 지속 되었다. 땀을 빼면서 스트레스와 에너지를 배출했는데 이젠 누릴 수 없는 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다시 예전처럼 발바닥에 땀나도록 운동이 하고 싶었다.
궁여지책으로 찾은 건, 스텝퍼를 활용하는 거였다. 운동 기구의 부피가 그리 크지 않아서 부담 없이 장소의 구애 없이 집에서도 유산소 운동이 가능했다. 발바닥이 땀나도록 움직이다 보면 이마에서 흐른 땀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려와 턱 끝에서 대롱대롱 달려 있다.
바닥 위로 맥없이 툭 떨어지는 땀방울을 볼 때마다 마치 검 위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을 보는 것처럼 전쟁에서 승리한 기분을 맛본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짜릿함. 운동에서 맛볼 수 있다.
매일 아침 나의 한계를 대면하는 상황이다. 아침 기상부터 운동까지, 한 시간 동안 싸우며 나를 이겨낸 성취감과 보람은 오늘 하루 얻을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막을 장전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출근 전 마음속에는 미세하게 자존감이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출근 전 나의 소소한 일상을 되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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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회계팀 과장, 부업은 글쓰기입니다. 일상을 세밀히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특기로 되고 싶은 욕심 많은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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