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만든 둥지큰 돌 밑에 알을 낳고 모아 부화시킨 포근한 둥지
신병철
1월 31일 까치설날이었다. 산이를 산책시키고 와서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감귤밭 입구 큰 돌이 있는 곳에 냄새를 맡더기 갑자기 공격해서 닭을 한마리 물었다. 급하게 큰소리쳐서 닭을 풀어주었다. 닭은 혼비백산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닭이 있었던 곳을 보니, 글쎄, 갓 깨어난 병아리가 3마리 있고, 부화가 막 진행중인 계란이 예닐곱개 있다.
큰일났다. 아깝다. 닭 한마리가 큰 돌이 엄호해주는 좁은 공간에 알을 낳아 모았고, 그것을 품고 품어 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검은색이라 20여일 품었어도 보이지 않았나 보다. 병아리를 살려야 한다. 부화하고 있는 계란도 부화를 완성해야 한다.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골든타임이었다. 병아리와 계란을 급히 닭장 안에 있는 부화기에 넣고 전원을 연결했다. 왜 그렇게 빨리 온도가 오르지 않는지....
갓 부화한 병아리는 체온을 유지해 줘야 한다. 어미닭은 품어서 그렇게 한다. 3일 동안은 대부분 어미 품에 있어야 하고, 그 뒤로도 수시로 품어서 체온을 유지해줘야 한다. 부화기 온도가 점점 올라간다. 안에서 쪼아 일부 깨진 계란도 함께 넣고 부화되기를 기원한다.
개에게 물린 닭은 왠만하면 죽는다. 물린 곳이 치명적인 상처이기 때문이다. 산이에게 물려 있는 모습을 봤으니, 살기 어렵다 생각했다. 그래도 찾아본다. 없다. 풀속, 나무 밑, 창고 아래 등등 아무리 찾아도 없다. 내말 들은 아내도 나와서 찾아 봤으나 없다. 어디가서 쳐박혀 죽었을까?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저 병아리들을 어쩐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