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슬로시티 중 하나인 하동의 차밭 풍경
김해창
저자는 부산을 시작으로 충남 서천군, '창의도시' 진주, 대구 삼덕동, 통영 동피랑, 하동 등에서 이루어진 어메니티 운동의 결과물을 두루 소개한 다음 어메니티 운동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는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자연·문화유산의 '사회적 소유'를 지향하는 운동)과 한국 '슬로시티' 운동(멀리 오래갈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역화, 지역문화와 지역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한 운동)의 현황과 그 성과도 빼놓지 않는다(180쪽~).
이쯤하면 사람들이 어메니티 운동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에 적극 동참할 것도 같기도 한데 저자에겐 아직 할 말이 남아있었다. 그는 도시 어메니티 운동이 우리에게 정신적-물질적 혜택도 주는 것임을, 그것의 '경제적 가치 평가'를 통해 입증까지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20개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는 약 103조 4천억원이고 낙동강 하구가 가진 순수한 자연환경의 가치만 해도 연간 총 4조4,500억 원이며 우리나라 산림의 연간 공익기능가치는 2003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2%인 58조 8,813억 원이라는 것(제3장 어메니티 가치 평가), 한마디로 개발을 내세워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지만 않아도 그 경제적 가치는 엄청나다는 것이다.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늘상 이야기하는 경제는 무엇인가? 이제는 경제라고 하면 '녹색경제'를 머리에 넣어야 할 때이다. 경제의 녹색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무엇보다 친환경적 인식, 즉 녹색마인드가 중요하다. 성장지상주의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인식 말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크게 인식과 생활양식, 그리고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283쪽)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 심는 마음
즉 우리에겐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고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의 모든 대도시는 '축소지향의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어메니티 도시' 만들기에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는 근대의 상징이다. 영광인 동시에 재앙이라는 뜻도 된다. 근대의 영광은 기후위기로 대변되는 지구의 임박한 종말이라는 재앙을 예고하는 데까지 왔기 때문이다.
저자가 첫머리부터 힘주어 밝힌 '자연과 공생을 도모하면서 인간이 존중되고 공동체가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실천적 방안으로서 '살맛나는 어메니티 도시 만들기' 제안은 자본주의적 개발 논리에 익숙한 정책 당국자와 보통 시민들을 과연 설득해 낼 수 있을까? 새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덮으며 분명해진 건 하나 있다. 환경운동가이자 핵발전소 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 김해창은 오늘의 현실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하지않는다는 것, 그러면서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누구보다도 힘써 심을 줄 아는 지식인이자 실천인이라는 사실이다.
오늘 위기의 지구를 살아가야 하는 동시대인으로서 그의 간절한 호소인 <살맛나는 세상, 어메니티 도시 만들기>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두드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