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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무서워 도망친 그들, 이젠 실태조사할 때 됐다"

[가족 절연④]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탈가정청년 지원 전무, 세대분리 기준 완화해야"

등록 2024.07.24 06:42수정 2024.07.24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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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사회안전망 분과)이 17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사회안전망 분과)이 17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20살에 부모와 절연하고 탈가정한 비줄(23)씨는 이후 심각한 생계 곤란에 처했다. 하지만 부모와 행정상으로는 여전히 '가족'이었기 때문에 기초수급을 신청할 수도 청년 주택에 지원할 수도 없었다. 육체적 정신적 학대와 폭력 등으로 가족에서 탈출한 탈가정 청년 앞에는 '빈곤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관련 기사 :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https://omn.kr/294en). 

"서울시는 왜 시가 탈가정 청년들에게 예산을 편성해줘야 하는지를 물어봐요. 그러려면 많은 이들이 탈가정 상태에 있고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정작 실태조사를 하지 않아 탈가정 청년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몇 명이나 있고, 어느 정도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알 수 없죠." -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탈가정 청년'이라는 용어는 지난 2020년 서울시의 청년참여기구인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가 처음 의제화했다. 탈가정 청년은 "가정폭력, 가정불화, 성폭력, 아웃팅, 파산 등으로 인해 탈가정 경험이 있거나 이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청년"이라면서 "독립(자취)과 탈가정의 차이는, 독립 청년은 원가정과의 연결은 되어있으나 물리적 분리만 되어있는 반면, 탈가정 청년은 원가정과의 연결이 되어있을 때 위험에 노출되어 분리가 되어야 하는 위기 대상"으로 정의내렸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이자 사회안전망 분과 정책제안팀 소속 팀장인 김예닮씨는 탈가정 청년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김 위원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통해 서울시에 청년 정책을 제안하고 청년 당사자를 만나고 있다. 

지난 6월 30일에는 박강산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탈가정 청년의 통합 지원이 필요하다는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도 "탈가정 청년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정책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7일 오후 <오마이뉴스>는 김예닮 위원을 만나 탈가정 청년 이야기를 들었다. 

"자립준비 청년과 비슷하지만 오히려 더 지원 못 받는 탈가정 청년"
 
a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사회안전망 분과)이 17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김예닮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사회안전망 분과)이 17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2023년 9월 윤석열 정부는 청년복지 5대 과제에 3309억을 투입하고 가족돌봄청년, 고립·은둔청년, 자립준비청년, 청년 마음건강, 청년 자산형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탈가정 청년은 호명되지 못했다. 

김 위원은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이름으로 자립준비 청년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됐는데, 그와 비슷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탈가정 청년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 지원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정책을 통해 이런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한 탈가정 청년 당사자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면서 "차라리 부모가 없었다면 복지 혜택이라도 잘 받았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4년 만에 다시 탈가정 청년이라는 의제를 꺼내들었다. 그는 "시대적인 흐름이 만들어졌기에 탈가정 청년 역시 관심을 받으면 충분히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탈가정 청년의 경우 가정에서 분리돼 경제적인 지원 없이 생활하는데도 (만30세 기준에 걸려) 세대 분리가 되지 못해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등 복지 수혜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고 생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복지제도가 가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가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올린 탈가정 청년 관련 정책 제안서에는 ▲탈가정 청년 1000명 대상 실태조사 ▲탈가정 청년 대상 식비 카드 지원 ▲탈가정 청년 대상 월 20만 원 상당의 주택 바우처 사업 등이 담겼다. 김 위원은 당사자들 역시 이런 제안을 반겼다면서 "20대 청년이니 아무래도 식비가 많이 지출돼 더더욱 식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가 진행한 실태조사가 서울청년기지개센터(고립은둔청년 전담센터) 설립으로 이어진 고립·은둔 청년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김 위원은 "처음에는 서울시도 고립·은둔 청년을 어떻게 사회로 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반응했지만,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가 취업 캠프라도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예상보다 많은 청년들이 참석해 결국 실태 조사까지 이어지게 됐다"라고 했다. 탈가정 청년 또한 실태 조사를 진행해 어려움이 발견된다면 충분히 복지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가정 청년들에게 우리 편 사람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a   박세리가 지난 6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부친 박준철씨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세리가 지난 6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부친 박준철씨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최근 친족상도례(친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그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정한 형법상 특례) 헌법불합치 결정 등에 대해 "(가정폭력 등) 문제가 가정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 신고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사회 문제로 보는 추세가 아닌가 싶다"라면서 "친족상도례 역시 (가족이라도)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질 것이니 좋은 흐름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처럼 만30세로 제한된 세대 분리도 탈가정 청년의 발목을 묶는데, 청년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세대 분리를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기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이번에 서울시에 정책으로 제안한 것 외에도 "탈가정을 하려는 청년들이 도움을 요청할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탈가정 청년'이 공식 용어로 취급받지 못해 이들은 어딜 가든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를 관리해줄 정부 산하의 기관이나 기구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제안한 정책이 단순 시범 사업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탈가정한 청년에게 정부가, 국가가 당사자를 관심 있게 보고, 주목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만들고 싶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난 한 연구원님께서는 이들 청년의 부모가 부모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기에 정부가 나서서 부모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맞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으로 그래도 우리(탈가정 청년)의 편이 돼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탈가정청년 #가족절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자립준비청년 #고립은둔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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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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