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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인터뷰] <우리 땅 독도를 지킨 용감한 사람들> 펴낸 강변구 작가

등록 2024.09.16 19:58수정 2024.09.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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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자 강변구

저자 강변구 ⓒ 강변구


강변구 작가는 대학에서 철학과 종교학을 전공했고,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어린이 역사책을 만들었다. 지금은 전라북도 완주에 내려와 살면서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가 지난 2021년 <우리 땅 독도를 지킨 용감한 사람들>을 펴냈다. 하지만 나는 뒤늦게야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시대에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우리 역사 속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우산국을 정벌해 울릉도와 독도를 우리 역사에 등장시킨 신라 장군 이사부, 일본에 맞서 우리 땅을 지킨 조선 어부 안용복, 울릉도를 일주하며 기록을 남긴 검찰사 이규원, 독도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모인 독도 의용 수비대, 끝으로 최초 독도 주민 최종덕이 그들이다.


이들은 다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적으로 우리 땅 독도를 지켰다. 저자는 이런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읽는 이가 독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다음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이 책과 관련해 저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대학에서 철학과 종교학을 전공했는데 왜 철학과 종교학을 전공했나?

"내가 대학에 입학한 지난 1996년부터 학부제가 시작되었다. 기존의 국문과, 사학과, 철학과, 종교학과를 합쳐서 '인문학부'라는 명칭의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했다. 1학년 때는 여러 학과의 개론 과목을 수강하고 2학년 때 학부 내 2개 전공(주 전공, 부 전공)을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자율 선택이었고 그 이전의 학과 단위 모집 시절의 입학 커트라인이 높은 국문과부터 사학과, 철학과, 종교학과로 학생들이 배분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200명 인문학부 정원에서 대부분이 국문과와 사학과를 지망했고, 18명이 철학과를, 2명이 종교학과를 제 1전공으로 지망했다.

나는 네 개 학과의 개론 과목을 수강한 결과 종교학 개론이 가장 재미있었다. 논어와 성서 같은 경전이 주는 무언가 심오하면서도 동시에 따듯한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철학 개론 수업은 그에 비해 딱딱하고 날카롭게 느껴졌다. 원래 글쓰기나 소설을 좋아했지만 국문과 강의실은 너무 학생들이 붐벼서 싫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해서 열심히 이겨내는 근성이 없었던 것 같다. 역사 과목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예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종교학과를 놔두고 철학과를 1지망으로 선택했다. 철학과를 선택하는 와중에도 너무 외진 구석으로 가면 앞으로 진로에 이롭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경쟁을 회피하는 습성과 가장 좋아하는 것을 자신 있게 붙들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성격 탓에 지금껏 늘 조금씩 불만족스러운 어중간한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 대학을 졸업한 후 역사책을 썼는데 특별히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나는 지난 2003년 사계절출판사에 입사해서 성인 인문서를 만드는 편집부서에서 일했다. 그때 한창 성인 교양 역사서가 붐이었다. 한양대학교 임지현 교수님이 민족주의 역사를 넘어서자는 논의를 펴고, 조선시대 생활사를 소재로 한 책들도 많이 나왔다. 내가 일한 부서에서도 역사서를 주로 만들었다. 그래서 순전히 일 때문에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사학이 아니라 역사 속에 담긴 '이야기', '사연' 같은 구성진 맛에 관심이 있었다. 욕망, 전쟁, 살인, 사랑과 좌절, 패배, 복수, 원한, 증오, 소외... 당시 이런 나와 공명하는 단어들이었다. 나는 지금도 내가 감히 역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 전공하신 분들이 가진 엄정한 태도에 비해 나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자꾸 사실 이상의 내용을 덧붙이고 싶은 유혹을 느끼고, 또 나도 모르고 그러고 있을 때가 있다. 항상 바라는 바는 내 능력이 된다면 엄격한 사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이야기성이 있는 논픽션(역사+이야기)을 쓰고 싶다."


- 이 책 <우리 땅 독도를 지킨 용감한 사람들>을 쓰기로 마음먹은 동기는?

"친구가 다니다 퇴사한 출판사의 어린이 팀 편집장님의 권유로 쓰게 되었다. 나도 비슷한 분야의 책을 만들던 터라 이런 저런 기획을 했고, 독도의 역사도 기획 아이템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적당한 필자를 찾지 못해 묵혀 두고 있었는데, 아이템 기획을 하다 보면 책과 기사, 자료를 꽤 열심히 볼 때가 있는데, 독도 아이템이 그랬다. 그런 차에 결국 내가 직접 쓰게 되었다."

-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

"사실 이 원고의 초고 제목은 '인물로 보는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 다. 한국의 어린이라면 누구나 '독도는 우리 땅' 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다. 그런데 독도는 대한민국 국가의 영토로서 존재 의미를 가질 뿐, 울릉도 사람들의 '삶터'라고 알려지지는 않았다. 모든 땅은 영토이면서도 삶터가 아니겠나? 그런데 독도는 너무 '한국땅이다.' 라고 강조하니까 진짜 독도가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른다. 기존에 책들도 독도를 지켰다는 내용 일색으로 타국과 대결하는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독도는 울릉도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어장이었다. 울릉도가 엄마라면 독도는 아기다. 엄마와 아기처럼 두 섬은 언제나 꼭 붙어 있었다. 책은 울릉도를 처음 신라 영토로 삼은 이사부 장군부터, 독도에서 납치되어 갔다가 돌아온 후 다시 항의하러 일본으로 용감하게 건너간 안용복, 오랫동안 무인도였던 울릉도를 탐험한 고종 시대의 이규원, 해방 후에도 호시탐탐 독도를 넘보는 일본 순시선을 쫓아낸 울릉도 청년들(독도 의용 수비대), 그리고 울릉도 사람이면서 최초로 독도 주민이 된 어부 최종덕 이야기를 담았다."

a  책표지

책표지 ⓒ 휴먼어린이


-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것은? 또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힘들었다기 보다는 옛날 인물로 갈수록 자료가 부족해서 상상을 덧붙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사부 부분이 그렇다. 책을 쓰면서 독도를 제 나름대로의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큰 보람이었다."

- 일본은 왜 지금도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할까?

"지금도 독도는 일본에게 역사적으로만 아니라 군사적으로 매우 필요한 땅일 것이다. 그냥 지금도 너무 갖고 싶으니까 일단 역사적으로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이라고 본다. 1904년에 러일전쟁에 승리함에 있어서 일본은 서해의 인천항과 동해 울릉도·독도를 점령 하에 둔 것이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일본이 독도를 차지하면 그 다음은 울릉도를 탐내고, 아마 전쟁을 통해서 이겠지만 그것이 성공한다면 동해를 완전히 지배할 것이다."

- 지난 1954년 독도 의용 수비대가 활동하면서 일본의 독도 도발행동은 어려워졌다. 그런데 당시 한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해군력을 갖춘 일본이 독도 수비대의 저항에 쉽게 물러난 이유는?

"아마 미국을 비롯한 국제적인 이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이 패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다시 외국 땅을 분쟁지역화 하거나 군사적으로 점령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 독도조형물을 임의로 철거하는 등 윤석열 정부는 왜 대일 외교에서 극도로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보나?

"독도는 한일관계의 긴장을 상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질문을 반대로 해서, 일본에 저자세를 취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공공장소에 있는 독도 조형물을 치우는 것이 그들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것 같다."

-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독도는 우리 땅' 이전에 독도는 어떤 땅인지 먼저 우리 아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국가적 차원이 아닌 일반 사람들의 삶의 차원에서 독도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역시 독도를 국가 영토 보존의 상징으로만 강조해 왔다. 이것 역시 독도를 우리 내부에서부터 역사적인 '분쟁지역화'하는 것은 아닐까?"

-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해 두 나라의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

"이제 일본이 완전하게 자국 교과서에서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가르친다. 그 책으로 배운 일본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커서 한국이 일본의 영토 독도를 '불법 점령'하고 있다면서 분노할 것이다. 이미 일본은 후세대에 타국, 타국민에 대한 증오를 배양함으로써 미래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울릉도의 아기섬 독도는 너무나 원통하게도 그 전쟁의 불씨가운데 하나가 될 위기에 처했다.

나는 어린 학생들이 한일관계사를 배우고 나면 일본이라는 나라, 일본인에 대해 적대감을 품는 것을 볼 때 가장 두렵다. 우리나라 교과서 역시 국가와 민족을 강조한 나머지 타국에 대한 증오를 품게 만들고 있다. 내가 출판사에 일하던 초기에 한국과 일본이 시민차원에서 한일관계사를 다시 쓰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때 일본의 교사들이 한국의 교사들과 함께 한일관계사 교재를 쓰기도 했다. 그런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강변구 작가는 출판사에서 역사책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기록학을 배우고 있다. 쓴 책으로 <그 섬이 들려주는 평화 이야기>, <우리땅 독도를 지킨 용감한 사람들>, <신나게 한국사>가 있다.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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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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