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활동가 등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가리왕산 복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8.12
연합뉴스
우리는 '보전과 개발'이라는 가치 대립을 자주 접한다. 좀 더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서 개발은 숙명처럼 보인다. 한편 보전하지 않고 꺼내 쓰기만 해서는 보장된 미래는 없다. 보전과 개발의 균형은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 균형추를 상실한 채 살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이 개발에 나름의 실력을 발휘해서 살 만한 나라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보전에 대한 재능을 보여 줄 때다. 그래야 잃어버린 균형을 찾을 수 있다.
동계올림픽은 대개 산악 지형이나 민감한 생태계에서 개최된다. 그래서 자연 훼손과 복원이 중요한 이슈가 되곤 한다. 동계올림픽 개최 과정에서 산림 훼손을 줄이고 복원을 약속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림픽 자체를 없애지 않은 이상 동계올림픽 특성상 산림 훼손은 피할 수 없다. 대신 할 수 있는 만큼 최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망가진 곳은 복원하고 있다. 이런 절차는 국제적 상식이 되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는 가리왕산을 망가뜨리지 않을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가리왕산을 복원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사회적 약속을 깨는 사례를 만들지 말자. 정부의 지침이 근거 없이 무시되는 사례를 만들지 말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다. 나쁜 사례는 금방 전염된다. 정부 방침이 부서 수장이 바뀌었다고, 선거 결과에 따라 뒤집힌다면 국가 기강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부가 신뢰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역 발전'이라는 말을 되새겨 보자. 강원도 범추위는 가리왕산 국가정원이 조성되면 1조 5714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5443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런 효과는 결국 관광객이 와야 발생한다. 천혜의 숲을 파헤쳐서 만든 변별력 없는 정원을 찾아갈 관광객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어쩌면 복원된 가리왕산이 지역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는 강원 지역 주민들이 많을 텐데,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쉽다. 이제 강원도를 위해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각성한 주민들이 자기 소리를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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