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핑(부부바꾸기) 연습

등록 2000.02.07 00:00수정 2000.02.2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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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코 앞에 왔지만, 차례상 차릴 일이 없으니 사흘 빈둥 대기 뭐뭐 한거라.


연락을 하니 친구 셋이 모이게 됐어. 민물 찌개로 유명한 집이었지. 사내 셋으로 밋밋하더라고…. 우리 중 한량이 하나 있어서, 둘이 마구 부추기기를 "야, 니 애인 있지 않냐. 불러라. 내킨 김에 짝 좀 맞춰보자. 미팅은 애들만 하는 거냐. 우리도 한번 거 미팅이란 것 해보자" 했더니 바로 전화를 걸어. 찌개가 다 끓기 전에 짜짜잔하고 나타난 여자들이 우리와 숫자가 딱 맞는 셋이 아닌가.

거기서야 통성명 비슷하게 하고 남자끼리 여자끼리 앉아서 점잖게 먹었지. 민물 찌개가 입에 짝짝 붙더군.

소주가 어찌 빠지나. 한 잔 권하고 한 잔 마시고. 말을 해보니 여자 셋이 다 유부녀야. 어찌어찌 해서 집에서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여편내들이 전화 한 통화에 모였더라고…

내심 우리는 어찌 이런 일이 하고 공자 맘이 생겼지만…. 술에 여자에 싱싱한 민물고기 찌게에 기분이 비몽사몽 따로 없었지.
밥 먹고 나니 해는 한 낮이지. 입가심 하자 하니 모두 찬성이야.

"내가 내마" 하고 단란 주점에 가서 어디 맥주로 끝나나. 양주에다 과일 안주에다 노래 한 가닥 하니, 노래가 줄줄이 나오더라고….


그 사이에 여자들 남편 전화가 불똥 튀기는 거야. 무슨 핑계들을 주워섬기는 데 놀다 보니 전화 벨 소리가 시끄러워 "전원 꺼라" 하는 소리가 빗발치고 여자들은 전화 꺼놓고, 노래 가락 차차차 신났지. 놀다 보니 밤이라. 9시가 거의 다 됐네.

우리 남자들 먼저 가라대, "갈 때도 되었지." 여자들을 남기고 갔어. 술값이야. 치렀지.


일 나간 회사에서 사장과 점심을 기다리면서 나는 넋 나가게 그의 말을 들었다. "아무리 차례상을 차리지 않더라도 아줌마들이 어찌 그렇대요?" 하다가 "술만 먹고 끝나지나요?" 하면서 캐자 사장은 "우리는 절대 술 마시고 노래하는 것 이상은 안 해" 한다.

"여자들은 얼마나 먹었대요?"
"서른일곱, 여덟 정도."
"사장님 나이에 비교하니 그것도 원조 교제 아닙니까."
하니 함께 자리한 일행들이 으하하 웃는다.

사장 나이 또래면은 초로의 나이에 있으니 ….
"그래, 오늘은 아주 궁금해서 그날 만났던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여자 셋은 술 먹은 자리를 치우고 다시 상을 받고는 그녀들의 남편을 그곳으로 불렀다. 마누라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된 것이 감지 덕지인 남편들은 방금 전에 다른 집 남정네와 놀아났던 사실을 알 일은 없이 아낙들의 음력 망년회라는데, 처음 만난 남정네들끼리 반갑습니다. 나는 누구요. 저는 누굽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실없는 소리하며, 마누라들 자리에 끼었다.

이미 거나해진 여자 하나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에 노래 가사 나오는 모니터를 볼 것도 없이 '당신'을 멋들어지게 부르니
남편들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로 합창한다.

스와핑이 다른 건가. 이러다 스와핑되는 거지.

원조 교제에서 망신 당하기 무서운 남자들은 남의 집 유부녀에게 눈 돌리고, 여자들은 입만 가지고 있으면 술 사주고 밥 사주는 딴 집 사내와 다리 걸치는 것이 스와핑 연습 아닌가.

"전화 번호까지 아는군요" 하고 나는 실없이 뒷북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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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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