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사성적표' 는 대표적인 진보월간지 [말] 3월호를 대상으로 성적을 매겨봅니다.
'성적' 을 매겨주신 최민희, 정수웅님은 80년대 중반 [말] 초창기의 기자였습니다.
말지 1호 기자 최민희님은 '말지의 잔다르크' 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말지가 '비합법매체' 였던 시절 미니스커트를 입고 경찰의 눈을 피해 [말]을 배포했다는 '전설' 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2호 기자 정수웅님은 쟁쟁한 해직기자 선배들로부터 '완벽한 르포를 쓴다' 는 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선배기자들이 보는 오늘의 [말] 기사는 어떨까요? 월간 말 3월 기사 가운데 취재기사 3편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습니다. 두 분이 후배들의 글을 평가하는 일에 부담을 느껴 기자들의 이름을 지우고 복사본 기사로 청탁했고, A부터 F까지 학점을 매기는 방식은 피했습니다.
다음은 두 사람의 평가서입니다.
<일관성 견지하면서 효과적으로 주제 전달 해주길... >
▶ 기사1. 총선 민심취재(1) - 광주 전남북
"'선생님' 시대는 갔지만 한나라당이 설 자리는 없어"
선거시기가 되면 여러 각도의 '민심동향' 을 전하고자 하는 기사가 단골메뉴로 언론을 탄다.
그런데 구체적인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취재도 쉽지 않지만 추상적인 민심의 실제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하는 것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우선 광대한 민심을 과연 어떤 사람을 얼마나 많이 취재해야 그나마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기자가 취재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민심이 "무엇에 대한 민심인가"(이는 취재의 의도와 방향이다)가 기사전반에 일관성있게 '구성' 되어 서술되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내용에 근거하여 민심의 동향을 종합하고 이를 분석해야 기사의 기본적인 틀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같은 기준으로 말지가 취재한 민심기행 기사 광주전라편을 평가해보면,
이 기사에는 "호남지역의 지역정서는 여전하다. 그렇지만 이전과 달리 민주당간판을 달고 나오는 후보라고 해서 맹목적 지지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만 아니면 참신한 인물이 당선될 수도 있다. 이는 호남지역유권자들의 물갈이 여론이다" 는 내용이 취재되어 있다.
그런데 기자가 취재하고자 했던 방향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과 관련된 민심이었다' 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의도는 기사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호남지역에서 낙천낙선운동과 관련된 민심취재가 의미가 있으려면 이미 알고 있는 지역정서 등을 감안할 때 낙천대상자가 민주당후보가 된 경우를 상정하여 이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응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집중취재하여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기사는 취재가 빈약하여 기자의 취재의도가 일관되게 관철되지 못하고 단지 일반적인 지역정서를 서술하는데 그친게 아닌가 한다.
그 결과 이 기사는 취재된 기사내용을 근거로 하여 종합, 분석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기자의 주관적인 서술로 채우고 있다.
호남지역의 물갈이가 중요한 이유와 수도권 선거와의 관계, 16대 총선과 김대통령의 집권후반기의 성패, 낙천낙선운동이 호남지역에서 강력한 세대교체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주장, 즉 낙천낙선운동과 세대교체의 상호관련성 등은 서술된 기사내용을 통해서는 파악하기 힘들다.
이 기사는 취재는 의욕은 앞서 있으나 취재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재에 나선 것으로 보이고 취재된 내용조차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서술되지 않아 기자가 취재를 통해 파악하고자 했던 '민심' 이 어떤 민심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기사의 결론이 기사의 내용과 동떨어져 주관적 서술로 채워지는 것은 취재기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 기사2. 총선 민심취재(2) - 대전 충남북
"새사람 뽑아야 하는디... 제이피에 힘도 줘야 하고..."
이 기사는 "지역정서가 지배적인 현실 속에서 총선연대의 운동이 이 지역 민심에 어떤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가" 를 전달하고자 했던 기자의 취재방향이 비교적 견지된 것으로 판단된다.
취재결론도 취재내용에 근거하고 있어 무리는 없다.
아쉬운 점은 기행문이 아닌 '총선민심취재' 라는 정치기사에서는 시장이나 역 광장 풍경묘사 등은 불필요한 군더더기라는 것이다.
▶ 기사3. 긴급 점검
"너희가 감히 티켓링크를 믿지 않느냐"
취재기사는 두괄식으로 쓰여지는 것이 기본이다. 독자가 기사의 서론에서 다뤄진 사건이 어떤 사건이며 왜 심층취재에 들어가게 되었는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일 독자가 글 전부를 읽고 분석한 뒤에야 비로소 사건의 전말과 취재동기를 이해하게 된다면 그 기사는 잘못 쓰여진 것이다.
이 기사는 문화관광부가 입장권 표준 전산망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단일시스템을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그 사업자로 티켓링크사를 지정한 것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의혹을 집중 검토하고자 했다.
기자는 단일시스템 선택이 현 상황에 맞지 않으며 그럼에도 티켓링크사가 표준전산망사업자로 지정된 과정에는 끊이지 않는 로비의혹이 있다는 것, 그 중심에 문화관광부 김순규 차관이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러한 기사의 취재 의도를 서두에서 이해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이 기사의 서두를 읽으면 티켓링크의 가입대상자들이 되는 극장주들이 세원 노출을 꺼리는 것에 대한 글인가 라고 오해하게 된다.
기자는 취재된 내용을 적절하게 취사선택하고 구성해야 한다. 어렵게 취재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전달하고자 했던 기사취지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으면 취재 방향을 혼돈시킬 수 있으므로 버려야한다. 이 기사는 취재한 내용을 일관되게 구성하지 못한 채 열거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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