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낙선운동은 총선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홍사덕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 인터뷰 3

등록 2000.03.04 23:26수정 2000.03.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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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 위원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이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물어 보지 않아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텐데.

"기왕 선대위원장을 불렀으니까 총선 중심전략이 뭐냐는 질문이 나왔어야 맞는 것이 아니냐. 한나라당의 총선 전략은 각각의 국민들한테 스스로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교권이 바닥에 떨어졌다. 교사들은 그것을 지지하면 민주당을 찍으면 된다. 교실붕괴 얼마나 떠들어 대는가. 학부모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도 된다고 생각하면 민주당에 표를 주면 된다. 노동자의 경우도 지난 2년간 임시고용직수가 정규직을 뒤엎었다. 증권투자자들이 거의 1천만인데 외국인 투자가들이 46조7천억, GNP의 10%를 벌었다. 이런 시책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민주당을 찍고 아니면 야당을 찍어달라. 이번 선거의 우리당 전략은 한마디로 현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다."

-지난 2년간 한나라당은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했나?

"한나라당이 이바지한 것이 거의 없다. 정책입안의 기회가 거의 없었고, 수정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기업 개혁을 예로 들면거의 민영화가 되지 못했다."

- 386 신진인사의 영입을 보면 아무래도 민주당이 다수고 무게도 더 나가는 인물이 많은데. 민주당의 386 수도권 전진배치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전략은 있는가.

"나는 공천에는 일체 관여를 안했지만 나온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386과 한나라당의 386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민주당의 386은 학생회장 출신에서 경력이 화석화된 사람들이다. 우리는 사회에 나와 자기분야에서 실력을 어느정도 검증받은 사람들이다. 한나라 386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훨씬 바람직하다. 경력을 보라. 민주당은 십수년전 학생회장 말고 그 이후 별로 경력이 없지 않나."

- 한나라당의 고진화, 정태근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 당도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차이가 그렇다는 것이다."

- 기자출신으로서 언론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보수적인데.


"나는 보수는 보수대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진보는 진보대로 자유롭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쪽 모두에 자유를 줘야지 강압은 옳지 못하다. 양편 모두가 상대에 대해서 틀을 갖다대거나 강제하려고 하는 것은 둘다 옳지 않다고 본다."

- 그래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 개정인가 폐지인가?

"국보법을 한마디로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안에 많은 흐름이 있다."

- 예컨대 7조는?

"그게 뭔가?"

- 고무, 찬양.

"엄격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아예 없애는 것은 사실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 내부에서 사회주의 정당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수준, 북한에서도 표면적으로 시장경제주의를 주장하는 정당이 나타날 때까지는..."

- 그 말은 실제로 통일이 되어야 가능한 것 아닌가. 통일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내가 냈던 책 <나의 꿈 나의 도전>에 의견이 잘 요약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중립화 통일방안이다."

- 홍 의원은 이번 총선이 김대중 대통령 집권 중간평가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하지만 시민단체는 4월 총선이 퇴출정치인에 대한 평가로 보고 국민의 호응속에 낙천낙선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선, 낙천낙선운동에서 주장하는 것, 즉 정치인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이번 총선의 본질이라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은 정당정치를 위협하는 것이다. 먹물먹은 사람들은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보는 것은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칼럼을 차용한 것이 아니냐.

"중간평가론이 차용이라... 그렇다면 그 지적재산권은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이 아닌) 김대중 총재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 그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알다시피 나는 선거법을 철저히 지킨다. 낙선운동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다.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 내가 군사정권시절에 그나마 살아남은 것은 법을 지켜서다. 개인적인 견해로 낙천낙선운동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 개인적으로 최열, 박원순 씨 등과 잘 알고 지낸다던데.
"그렇다. 특히 박원순 변호사는 아주 높이 평가한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에는 총선의 본질을 상당부분 흐리게 했다. 정당정치의 기본을 흔들어놨기 때문이다."

- 법질서의 존중을 강조했는데,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검찰의 구인장 집행을 수차례나 거부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구인장이라는 것에 대해 안좋게 생각한다."

홍사덕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과의 인터뷰는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그 분위기는 어제 있었던 이인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때와는 또 달랐다. 이인제 위원장이 스피드하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친 반면, 홍 위원장은 진지하면서도 차분했다. 홍 위원장은 몇몇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기 싫다는 의사를 명백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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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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