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센트에 흔들리지 말아야지

오마이<미국 사는 이야기> 12

등록 2000.04.10 03:47수정 2000.04.1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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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1알 값, 공중전화 1통 값, 700서비스 30초 이용료, 재활용 페트병 1개 값, 수표 1장 발행 수수료……
김수정 기자님께서 밝혀주신 한국의 50원에 대한 가치.


이 걸 읽는 순간 잔뜩 밀린 다림질 감 모양으로 한편으로 접어 밀쳐놓았던 5센트의 가치가 갑자기 머리 속을 휘저어 놓고 있어.

잉걸뉴스에 오르면 1천원이라.
1천원이면 1달러도 안되네?
거기까지만 생각해도 오마이뉴스에 기사 써서는 생활에 도움될 게 별로 없으니 광고비 50원이야 아예 여기 돈으로 따져보지도 않았거든.

기사 목록을 열어 보아도 몇 명이 읽었나만 주의 깊게 보았지 몇 명이 광고 클릭을 했느냐는 아예 내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김수정 기자 뉴스를 읽고 보니까 갑자기 그 50원을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야.

계산하기 좋게 1달러가 1천원이라고 하면 50원은 5센트.
5센트면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주 정부 지원으로 저소득층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마르타(Marta) 전철비가 1달러 50센트.
그것도 적자를 면치 못해 2001년부터는 1달러 75센트로 오른단다.


지금 한국 식품점의 광고용 세일 품목 중 케첩 작은 병 1개와 맛김 하나가 99센트.
공중 전화비 한 통에 35센트,

우리 딸 일곱 살 때 처음으로 경제 교육을 시키느라 착한 일 하면 주던 것이 25센트.
여덟 살 되면서 친구들이 1달러 이상씩 받는다고 해서 지금은 일주일 생활 성적이 좋으면 주말마다 1달러.


"No hidden cost."를 내세우며 한참 경쟁중인 국제 전화 카드 미국과 한국간의 장거리 전화 1분 통화료 11센트가 지금 세일해서 9센트.

그래도 50원이면 거기선 알사탕 하나라도 살 수 있고 공중전화 한 통이라도 걸 수 있지, 여기선 아무 것도 못하네?

아!
5센트 짜리 동전이 쓰이는 곳이 딱 한군데 있기는 있다.
그게 어디?
미국 대형 수퍼마켓 캐쉬어 옆에 항상 놓여있는 "Fight for Hunger" 모금통으로 들어가는 동전.

하얀 콩나물과 깍두기 반찬 딱 두 가지에 국밥 한 그릇.
여기 한국 식당에서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점심 값이 5달러 99센트.(플러스 세금 7%, 봉사료 15%)

최근 새로 개업해 맛있다고 소문난 순두부 집에서 순두부 한 그릇 먹으려면 6달러 99센트.
그것도 저녁에 먹으려면 8달러 99센트.

몇 명이 클릭을 해야 점심 값이 나올까?
생각하기도 귀찮다.

내 일에 가장 실질적인 후원자.
그리고 가장 마음에 걸리는 후원자이기도 한 내 남편도 황금 같은 잠 잘 시간 줄여서 기사 교정봐주다가도 가끔씩은 내 심장을 쿡쿡 찌르는 말을 한다.
"그거 한 달 그렇게 써봤자 내 하루 임금만큼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아-, 나는 정말 이걸 왜 쓰는 걸까?

그건 아마 사람이 쌀과 고기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지금도 믿기 때문 일거야.
그래, 그래서 일거야.
그걸 장성희 뉴스로 만들고 싶어서.

돈 벌라고 했으면 진작에 부동산 전문인이 되었겠지.
바로 어제도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이웃집 여자가 나를 한번 흔들어 놓고 갔는데.
3개월 정도 바짝 공부해서 시험 보면 붙을텐데 왜 그거 안 하냐고.
김수정 기자님! 또 흔들지 마세요!

까짓거 밤새고 써도 1달러도 안되면 어떠냐.
새벽에 나가서 아틀란타 저널을 돌리던지,
체력이 달려서 프레스(세탁소 기계 다림질)는 못 할 것이고 세탁소에 가서 뒷일이라도 하지.
아니면 크로거(내가 가는 미국 그로서리 이름, Kroger)에 가서 캐쉬어를 보던가

하루종일 귀걸이 걸 카드에 펀치를 찍으면서 우리엄마가 미국 와서 나 이거 하라고 그 비싼 등록금 내주며 대학 보내 줬나하는 생각도 해봤고,
배가 남산만해서는 에어컨 고장난 뜨거운 양철 지붕 밑에 하루종일 서서 선글라스 진열도 해봤는데.

이렇게 말하면 남편은 그런다.
일 할 데 많아도 앞으로는 늙어서 그런 일 못 할거라구.
그래도 흔들리지 말아야지. 절대로.

그거하난 좋다. 여기 미국이.
구인은 어디서나 하거든 지금.
그리고 먹물 먹었다고 점잔 빼고 힘든 일 안 하면 오히려 주위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기 꼭 알맞지. 여기는.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국 휘발유 값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
아이구, 이럴 사람 있을 지 모르겠네?
이쯤에서 끝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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