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생님을 원합니다 1

오마이 <미국 사는 이야기> 14-1

등록 2000.04.25 12:32수정 2000.04.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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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8년에서 10년 정도 경력의 30대 젊은 선생님.


둘째, 지나치게 엄격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관대하지도 않은 선생님.

셋째, 인종차별 안 하는 선생님. (우리 딸은 피부색에 매우 민감하답니다)

넷째, 학생 뿐 아니라 부모와도 서로 대화하는(interactive) 선생님.

다섯째, 가능하다면 지금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브룩(Brooke)과 같은 반으로 해주세요.

"우리 딸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이런 분이면 좋겠습니다"하고 어제 내가 써보낸 내용이다. 이제 곧 한 달만 있으면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8월에는 새 학년이 시작되니까 학교에서는 새 학년 반 편성에 신경을 쓸 때지.


우리 딸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다음 학년에는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나면 좋겠느냐는 학부모 의견서를 보내 준다.
그냥 자유롭게 이런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고 써내면 돼.

그렇다고 마음에 드는 선생님 이름을 꼭 집어서 쓰면 절대로 안되고 써낸 대로 꼭 그런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학교측에서는 학부모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배려해 주고 있다.


킨더 가든 때(Kindergarten, 알겠지만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덧붙인다. 여기는 킨더가든부터 초등학교에서 배우지, 킨더가든부터 5학년까지가 초등학교에 속하니까 킨더가든은 한국의 학제에 따르면 1학년이나 다름없다.

6학년 학제에 비겨서 말하면 우리 딸은 지금 2학년이지만 한국에 가면 3학년이나 마찬가지지) 보충설명이 길어져 다시 시작해야 되겠다.

킨더 가든 때 써 보낸 1학년 담임선생님에 대한 내 의견은 딱 한 가지였다.
"인종차별 하는 선생님은 절대 사양합니다."

2학년 담임선생님에 대한 의견을 써 보낼 때는 위 사항에 한 가지를 더 붙였었지.
"인터액티브한 선생님을 원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거기에 무려 세 가지가 더 보태졌다.
이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년 새에 감을 많이 잡았다는 증거라고나 할까.

학부모들 사이에 3학년 담당 선생님 중에 어떤 선생님이 가장 좋은 선생님으로 평가가 되는 지도 알게 되었는데 그 선생님 이름을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그 선생님에 가깝게 설명을 달아 쓰는 거야.

"8년에서 10년 경력의 30대 젊은 선생님"이라고.

여기 미국은 지금 선생님 인력이 부족해서 교육에 여러모로 고충을 겪고 있다. 예를 들면 선생님 나이가 점점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데 반해 젊은이들은 월급 적고 피곤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시달리는 '선생님'이란 직업보다는 그 외의 직업을 선호해 지원자들이 줄고 있지.

그 외의 직업은 말 안 해도 알겠지? 돈 잘 벌고 스트레스 적은 뭐 컴퓨터 관련 직업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컴퓨터 관련 직업 가진 이들에게는 욕먹을 얘기겠지? 죄송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어떻게 하면 양질의 우수한 젊은 선생님들을 확보할 수 있을까 머리를 짜고 있고. 여기 아틀란타의 교육계 이슈도 바로 그것이다.

좋은 선생님이 있어야 좋은 학생들도 나오는 것 아니겠어?
학생들의 학년 통과 시험도 시험이지만 선생님 자격시험의 기준을 올리자는 것이 여기 핫 이슈 중에 하나다.

그 다음, 지나치게 엄격하지도(not too strict) 지나치게 관대하지도(not too loose) 않은 선생님이란 정말 찾기 힘들지. 여기서 엄격한 선생님이란 말은 여기 아이들 표현으로 mean하다는 것을 의미해. 거칠고 자주 안색을 바꾸며 융통성이 전혀 없는 선생님, 아이들에게 성질 난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선생님을 말한다.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것은 아이들의 버릇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뭐든지 대충대충 하는 스타일의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많아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의 책임이 크다고도 할 수 있다.

요즘 여기 미국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에게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해도 금방 교장실로 쫓아가서 선생님을 해고해버리니 선생들이 자기 소신대로 교육을 하지 못하는 면도 있어.

바로 며칠 전에 만났던 나와 안면이 있는 선생님들도 바로 그 문제에 대해 언성을 높여 이야기를 하더라고.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독일계 미국인과 러시아계 미국인 선생들이었는데 독일계 미국인은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불평이 대단했고 러시아계 미국인은 지금까지 꾹꾹 참으면서 교편을 잡고 있지.

그 다음에 내가 왜 "인종차별 하는 선생님은 싫어요"라는 조항을 해마다 빼지 않고 쓰면서 민감하게 구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모르는 분들은 미국사는 이야기 5번을 읽어 볼 것.)

덧붙이는 글 | 이어지는 기사가 있습니다.
쓰다보니 기사가 너무 길어져서요. 두개로 나누어 올렸습니다. 
이런 선생님을 원하는 이유 네 번째와 다섯 번째를 알게 되실 겁니다. 다음을 읽어주세요.

덧붙이는 글 이어지는 기사가 있습니다.
쓰다보니 기사가 너무 길어져서요. 두개로 나누어 올렸습니다. 
이런 선생님을 원하는 이유 네 번째와 다섯 번째를 알게 되실 겁니다. 다음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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