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그날의 함성 전국으로"

꽃다지·김원중... 전국 10개도시 공연

등록 2000.04.28 12:27수정 2000.04.2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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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벗어나면 너무나 초라한 5.18.
서기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었다는 것 말고도 올해를 기념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한국전쟁 발발 50주년, 4.19혁명 40주년, 그리고, 광주 민중항쟁 20주년이 그것이다.

한국 현대사에 깊은 상처를 남긴 5.18이 올해로 벌써 2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쳐 20년이면 어린이가 청년이 될 만한 나이. 그러나, 5.18은 얼마나 우리사회에서 그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으며 성숙해있는가?


광주 망월동에는 번듯한 신묘역이 들어서고 5.18 관련 유공자들도 국가배상을 받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다. 광주를 벗어나면 변변한 기념식 하나 없어 여전히 5.18은 여전히 광주 '그들만의 일'일 뿐이다.

이제는 예술로 5.18 정신을 전국에 꽃피워야 할 때

이런 5.18 민중항쟁을 전국화하기 위해 민족예술인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바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이 5월 3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0개도시를 돌며 펼치는 순회공연이 바로 그것.

민예총은 이번 5.18 20주년 기념 5월문화예술제 전국순회공연에 김가영·김애영·김원중·꽃다지·노래마을·박문옥·박성환·박창근·소리타래·아름나라·이지상·윤미진·전경옥·정윤경·천리마·희망새 등 이른바 민중가수들을 총출연시키고,

극단 신명의 '일어서는 사람들'과 토박이의 '금희의 오월' 등 5.18을 주제로 한 민족극을 함께 묶어 5.18을 감동적인 예술로 형상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5월 3일 울산을 시작으로 5일 대구, 8일 속초, 10일 대전, 11일 원주, 12일 청주 인천 춘천, 15일 수원, 17일 안산을 도는 전국 10개도시 순회공연 일정이 5.18 당시 전남지역을 누볐던 시민군들의 일정처럼 빡빡하다.

순회공연단은 전국의 도시를 돌며 그 지역의 민예총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함께 노래공연과 풍물, 연극공연을 열어 5.18을 각지의 시민들에게 알리겠다는 것. 대구를 비롯한 몇 개 도시에서는 5.18 전국순례단과 함께 할 예정이다.


5.18 20주년 기념 5월문화예술제 전국순회공연행사의 총괄업무를 맡은 조영신씨(한국민족음악인협회 사무차장)는 "그동안 5.18에 관련된 행사는 많았지만 이렇게 5.18 기간동안 전국 10개도시를 돌며 항쟁정신을 전국화하는 것은 20년만의 첫 시도"라며 이번 행사의 의의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광주 안에만 머물러 온 5.18을 전국화하고 5.18 항쟁정신인 평화와 인권정신을 21세기 우리사회의 패러다임으로 삼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

"지난 80년대에 많은 예술작품들이 광주의 참상을 알렸던 것처럼 예술이야말로 5.18의 진정한 의미를 전국의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다.

실제로 5.18의 참상이 알려지는데는 '꽃잎처럼 금남로에~'로 시작되는 '5월의노래' 같은 노래나 윤정모의 소설 '밤길'같은 예술작품들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

그것은 사실 지난 80년대에 우리시대의 원죄와도 같았던 5.18를 모태로 수많은 진보적 예술작품들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인데 그러고 보면 5.18과 예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

5.18 항쟁세대 가수 전경옥씨 "당연한 것", 대구에서도 "대구도 피해자, 문화로 화해해야" 눈길

그렇다면 이번 공연에 참가하는 예술인들은 어떤 생각일까? 소위 광주항쟁 세대로 가수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전경옥 씨는 "광주를 기리는 공연이니까 당연히 하는 것"이라는 반응.

"그 의미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다만 그 어느때보다 많은 시민들을 만나는 것이 기대된다"며 공연의 소감을 피력했다.

한편 5.18문제에 대해 조금은 미묘한 눈길을 던져온 것으로 보였던 대구지역에서 이번 공연을 주최하는 대구민예총 사무처장 김헌근 씨는

"5.18문제는 정권을 잡았던 사람들의 문제로 대구 역시 광주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일 수 있다"며 "이제 21세기로 넘어가며 문화를 통해 모두가 화해하고 상생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준비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민예총의 한 관계자는 "민족예술계에서는 5.18 민중항쟁에 직접 참여했던 광주지역의 예술인들과 5.18 정신을 함께 해온 전국의 예술인들이 오랜만에 함께모여

5.18을 다룬 작품들을 총결산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전국 각지의 시민들을 만나면서 5.18에 대한 예술 역시 이후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5.18 20주년을 맞아 20년만에 최초로 전국을 도는 순회공연에 참여를 희망하는 회원(단체)이 너무 많아 관계자들조차 그 열기에 놀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사를 통해 5.18 민중항쟁의 '평화-공생'의 정신이 우리 현대사의 정점에 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사회가 공유했으면 하는 것이 뜻있는 이들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덧붙이는 글 | 공연문의 한국민족음악인협회(02-364-8031)

덧붙이는 글 공연문의 한국민족음악인협회(02-364-8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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