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5.18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기분이예요"

가수 전경옥씨, 5.18 20주년 맞아 전국 10개도시 순회공연 5.18세대다운 공연 다짐

등록 2000.04.28 12:49수정 2000.04.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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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18 민중항쟁 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갖가지 행사가 다채롭게 준비중인 가운데 민예총 소속 민족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전국 10개도시 순회공연이 열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꽃다지·김원중·극단 신명 등 공연팀의 이름 가운데 5.18 세대 가수가 끼어있어 눈길.


가수 전경옥씨(38).
그는 이번 공연단 중 흔하지 않은 5.18 세대. 요새 흔히 말하는 386이다. 그는 서울대 음대 82학번으로 교정에 공공연하게 경찰들이 상주하던 살풍경한 시대에 학교를 다녔다.

"좋은 성악가가 되려는 부푼 꿈을 안고 학교에 갔지만 당시 학교분위기는 참 암울했죠. 그런데 그것이 5.18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아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처음 5.18을 알았던 때, 정말 믿기지가 않았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충격 그 자체였죠"

한동안 그 학살의 진상을 믿을 수 없어하던 그는 당시 대학을 다녔던 세대가 거의 그러했겠지만 5.18을 통하여 세상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다.

개인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예술을 사회의 모든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더 나아가 예술보다 사회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게 된 것도 모두 5.18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그저 열심히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조차 시대에 대한 부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대.

결고운이었던 그가 대학을 졸업한 후 음악무대를 마다하고 구로의 노동교회에서 2년동안 문화활동을 하고 그후 민족음악연구회 창립멤버로 참가해 '우리 민족과 현실에 뿌리박은 음악찾기' 활동을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활동의 경험을 녹여내어 마침내 그는 98년 작곡가 이건용 씨와 함께 '혼자사랑' 음반을 발표했고, 그 음반은 우리 현실과 서정이 잘 살아있는 예술가요로서 우리 음악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후원단 모집을 통한 선주문 제작이라는 독특한 제작 및 홍보 방식을 시도했던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 공연에 임하는 느낌은 어떨까?

"처음 이번 공연 요청을 받았을 때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사실 지금까지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광주행사에 제대로 참여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게 늘 가슴속에 빚처럼 남아있었는데, 더 늦기 전에 제게 기회가 와서 정말 기뻐요.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빚을 갚을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네요"

전국각지를 누벼야 하는 공연이 힘들텐데 괜찮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레를 치는 전경옥씨.

"당시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5.18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어해요. 결코 제가 특별한건 아니죠. 하지만 아직도 5.18은 광주만의 문제로 남아있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아마 이런 안타까움이 그를 힘든 일정의 전국순회공연무대에 세웠나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2집에 실릴 신곡 '더불어숲'과 '멀리가는물' 등을 노래할 예정이다.

그가 광주를 처음 알던 때로부터 벌써 20여년이 흐른 지금, 꿈많은 소녀였던 그도 어느새 두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실릴 5.18은 여전히 그때처럼 가슴떨리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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