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로 잡은 마지막 수업

김명신 선생님과 뉴스게릴라 제자들의 이별연습

등록 2000.05.10 20:37수정 2000.05.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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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와 독일의 접경지대인 ‘알사스’입니다. 그리고 한국판 김명신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은 전라남도 영광에서 있었습니다.

영광여중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생들과 솔잎같은 정을 나누시다가 이제 그 기간을 마치시고 학교를 떠나시는 김명신 선생님.

깨끗하고 순수한 학생들과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올린 김명신 선생님의 ‘사는이야기’는 황폐해져만 가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풋풋한 열매를 맺게 했습니다.

김명신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은 그의 지도로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가 된 학생들의 몰래카메라로 아름답게 남겨졌으며, 선생님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학생들의 기사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영광여중 <마지막 수업> 공동취재단--박초롱, 이선영, 서은주, 김명신 기자
정리: 배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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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여중 뉴스게릴라들의 대합창



박초롱기자의 선생님 너무 아름다워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신 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를 보면,


안녕하세요?
저희 학교엔 참 아름다운 분이 계세요. 얼굴이 이쁘냐구요? 아니요.
몸매가 이쁘냐구요? 아니요.
얼굴은 주근깨가 가득한 호빵같구요, 몸은 옆으로 퍼진 빵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별로 아름답게 생기시진 않으세요. 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저희 엄마 다음으로 아름다운신 것 같아요.

…..글을 올렸지요. 2개 올렸는데 다 '생나무'더군요. 전 화가 나서 "다신 안올릴 꺼야"했어요(사실 순전히 다 돈보고 가입했습니다. 죄송죄송)....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저는 순전히 돈에 눈이 멀어 그냥 대충대충 글을 올려 '내 뜻이 잘 전달되지 못했구나' 생각했어요... 선생님께선 이런 말씀을 하셨죠.


"글을 쓸 때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글을 써라. 진정 네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꼭 '탑' 아니 '잉걸'에도 못 올라갈지언정 글을 씀으로써 너의 생각과 실력이 다져진다."

정말 좋은 말 같지 않아요?
그래서 전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씁니다. 제 글이 비록 생나무가 되어도 말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은 선생님의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선생님! 비록 늦었지만 사랑해요.


아직 어린 박초롱양이 원고료가 나온다는 선생님의 말에 솔깃해 기사를 올리다가 선생님의 조언을 통해 마음에 담겨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는 기사입니다.

또 외모는 전혀 예쁘지 않지만, 마음씨가 고운 선생님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봄 초록 잎사귀같이 순수한 소녀의 마음이 너무 예쁘게 와 닿습니다.

이선영기자의 오늘은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이었다를 읽어보면,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했다.
"선생님 여태까지의 수업은 몰래카메라였습니다"
그러니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럴 줄 알았으면 이쁘게 좀 하고 있을 껄"

하지만 선생님의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우리 반 모두가 선생님과 함께 카메라에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서 놓았다…….갑자기 그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선생님 사랑해요 가지 마세요"
하지만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울지마 선영아! 내가 오늘 가나? 아직도 남았어. 금요일도 있고 토요일도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아직 안 가니까 울지 마!"
갑자기 이 말을 들으니깐 더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선생님을 껴안고 나는 울었다.

…..맨처음 선생님을 볼 때는 너무너무 재미없었는데 선생님과 오랜 시간을 나누어보니깐 선생님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선생님, 이젠 저희 학교를 안오셔도 저 이선영 꼭! 잊지 마세요. 선생님이 가시면 국어시간이 재미가 없어질 거예요.


이선영양은 처음에는 재미없던 국어시간이 이제는 너무나도 그리워질거라며, 선생님이 울지 않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으셔서, 슬픔을 더 참기위해 그러셨을 거라는 사춘기 소녀의 성숙한 생각이 느껴집니다.

서은주기자의 “김명신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풍경”입니다.

오늘은 김명신 국어 선생님과의 정상적인 수업으로 마지막 날이다… ….

오늘 국어시간에는 수업을 하지 않았다. 수업을 안하고 ohmynews에서 뽑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그 기사들은 거의 우리 영광여중이야기 였다.)
수업시간이 끝날 무렵 ##양이 "선생님! 지금까지 몰래 카메라였습니다!"라고 외치자, 선생님께서는 "거짓말하지 마, 정말 찍는거야?"라고 물어보셨다.

그 말에 우리 모두 "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방송용 자세(?)를 하시는 척했다. 그러다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시긴 했지만 정말 오늘 국어시간은 재미있었다.


서은주양은 선생님과의 마지막수업을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세 명의 학생들에게서 듣는 수업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그 옛날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김명신 선생님은 영광여중에 오마이뉴스를 전파(?)한 뉴스게릴라 사령관이 되어서 학생들이 더 흥미를 갖고 기사를 쓰도록, 더 기사다운 기사를 쓰도록,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도록 지도를 해주고 계시며, 전국에서 1호로 나올 ‘오마이뉴스 동아리’를 위해 마지막 수업날까지 바쁘게 지내고 계십니다.

김명신 선생님이 마지막 수업직전에 쓴 글을 칠판에 이메일 적어주며 이별연습이라는 제목을 달아 전하겠습니다.

우리학교 오마이뉴스 게릴라 3차 모임이 있는 날.

…..학교를 다녀간 이주빈·강성관 기자가 어등산 산불 사진을 찍느라 사진이 많이 줄었다고 전해주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을 달래지 못했을 거다. 더욱 기세가 당당해진 뉴스게릴라들은 서둘러 가입하라고 권유까지 할 정도다.

더군다나 오연호 대표 기자의 서울 초대이야기는 교실이 떠들썩해질 정도로 흥분을 하게 만들었는데, 오늘 안에 등록하면 나들이에 함께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아이들 때문에 정말이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쉬는 시간에 우리학교 뉴스게릴라 대표인 장세영과 천주희 학생의 발은 일층과 이층을 부산하게 돌아다닌다. 이것저것 전해야하는 사항이 많아서인데, 아이들은 편집국장이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러워하고 있다.

사실 좋아서 활동하는 아이들이지만 행여 앞으로 있을 중간고사에 영향을 끼칠까 염려되는 건 내 생각만인가. 학과공부가 학교 생활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던 나도 아이들의 점수가 상급학교 진학에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선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서로가 힘을 합해서 전국에서 제일 많은 제일 잘하는 멋진 아라치(순우리말 :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자를 지칭) 동아리가 되어야지. 안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오래도록 함께 있지 못한 마음에 미안함만 커진다. 다행히 인터넷은 온라인 속이라 얼굴을 보지 않고서도 아이들의 기사를 맘껏 읽을 수 있고, 메일도 오갈 수 있다.

아이들은 다시 멜 주소를 알려달라 떼를 쓰듯 조르고, 칠판 가득 소통할 수 있는 메일과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주었다. 정아가 이쁘게 입고 오라는 말에 우리옷을 입고 왔더니 사진을 몇 장 찍자고 한다. 정깊은 아이들에게 고개가 숙여졌다.

컴퓨터가 없어 PC방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아예 글쓰기에 취미가 없는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이런 바람이 불도록 해야 조금은 학교생활을 자신있게 하는 아이가 늘어날 것이고, 지금은 시큰둥하지만 점차 활동이 왕성해질 거란 작은 생각이다.

어디서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면 힘들지 않고 잘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것은 곧 아이들이 내게 만들어준 것이라고 본다. 아이들이 있어 내 삶이 빛나고 있다.

언제나 희망인 꽃들아~
아름다운 삶 가꾸어 나가길 바란다……



영롱하고 맑은 소녀들의 눈동자에 비친 아름다운 사람, 김명신선생님.
또오옥 소리 나는 사과 같기도 하고, 차갑고 단 배 같기도 하고….
그런 김명신 선생님의 글 속에서, 우리들은 잊혀져 가는 사랑을 감싸안고, 흩어져 있던 은혜의 덕을 떠올립니다.
아마도 영광여중 학생들은 김명신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서, 꿈과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메일로, 오마이뉴스로 항상 함께 할 수 있다는 선생님과 제자들.
점점 삭막해져만 가는 학교나무에 새순이 돋도록 거름이 되주는 사람들. 이야기들.
아직 이런 선생님이 계시기에, 아직 순수한 학생들이 있기에 미래의 우리 학교가 그리 어둡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이 좀 더 훈훈할 것 같습니다.


문득, 오스카 와일드의 말 한마디가 떠오릅니다.
“우리 모두는 시궁창에 있다네. 그러나 우리 중 몇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지…”

김명신 선생님의 가르침이 별처럼 반짝이시길, 그리고 우리가 그런 별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조용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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