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미터만 가자. 100미터만 더!

불평등한 SOFA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들

등록 2000.05.25 19:53수정 2000.05.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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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 : 한미행정협정)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집회와 서명운동, 기자회견, 청와대 항의서한, 몸싸움, 천막농성 등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오늘도 항의의 목소리는 계속 됐다.

<25일 아침 11시 명동성당>

'주한미군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종교인사 200인 시국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 문익환 목사의 미망인 박용길 장로는 선언문에서 "주한미군이 이땅에 주둔한 반세기 동안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고통받는 민중들의 신음소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며, "50년 통한의 눈물을 이제는 닦아낼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언자들은 손에 손에 '매화'를 들고, 미군 폭격에 신음하고 있는 매향리가 어서 빨리 매화향기 그윽한 아름다운 마을로 바뀌길 기원했다.


<낮 2시부터 7시>

오후2시 종묘공원에서 '불평등한 SOFA개정과 양민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등이 시위에 참가한 이번 집회는 '미 대사관 타격투쟁이 있을 것'이라는 입소문과는 달리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시위대는 종묘공원부터 국세청을 지나 미대사관으로 향했다. 시위대는 질서정연한 전투경찰의 보호를 받는 듯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고, 최화영 종로경찰서장이 마이크를 통해 미대사관 앞으로의 진행을 저지했으나 시위대로부터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삼엄한 경찰의 저지로 미대사관으로의 전진은 강력히 저지되었다.

▲100미터만 가자. 100미터만 더 가자!

5:25 바리케이트

종로구청을 10여미터 앞에 두고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쳤으며, 시위대는 경찰을 5미터 앞에 두고 멈추었다.

5:28 미국대사관을 100미터 앞에 두고

최화영 경찰서장이 사다리에 올라가 확성기를 잡았다.
"이곳은 미국대사관 앞 100미터지점입니다. 여러분들이 평화로운 집회를 갖기를 요청합니다."

5:30 향린교회 홍근수목사와 최화영 경찰서장

홍:서장하고 싸우고 싶지않다. 미국, 미군과 싸울 것이다. 나 약속이 있어 빨리 가야하니, 바리케이트를 철수해라, 미대사관으로 가게 길을 터라.
최:안된다
홍:민족자주정권의 경찰이 할 일이 아니다. 정리집회하고 빨리 가도록 비켜라
최:불법집회다. 법정소송이 걸린다.
홍:그런말 하지 말고 공원쪽으로 가도록 길이나 뚫어줘라
최:맘대로 하라, 당신들의 선택이다. 하지만 경찰의 입장을 밝혔다.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집회가 금지된 장소이다.
홍:멀리 가는것도 아니다. 100미터만 가자, 100미터만 더 가자.
최:제발 경찰에 협조해달라.

5:40 민경민 금속연맹조직3국장과 최화영경찰서장

시위대와 경찰의 간격은 2미터도 되지 않는다.
민:병력을 앞쪽으로 조금만 빼주면, 여기서 움직이지 않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겠다.
최:병력은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
민:그럼 미국대사관에 우리의 항의서를 전달해달라. 항의서를 가져가라고 해라.
최:이야기는 해보겠으나 경찰은 당사자가 아니다. 결정권은 미국에게 있다.
민:그럼 항의서를 직접 전달하겠다.
최:약속이 안 되어있으면 그럴 수 없다.

5:50 경찰의 훈계

"학생여러분, 집회를 그만하고 돌아가십시오. 여러분, 집회를 모두 끝내고 돌아갑시다."
쒸익, 쒸익.... 확성기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마이크고장.
"죄송합니다. 확성기가 좋지 않아서, 더 좋은 확성기를 가지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6:00 홍근수목사의 마지막 타협안

홍:타협하자. 대표 한명만 미대사관에 가도록 해주면 모두 정리하고 해산하겠다.
최:안된다.
홍:그러면 학생들이 반발한다. 학생들 때리지 말아라.
최:(웃으며)그런 일 없을거다. 하지만 안된다.

6:10 대한민국은 마스크쓴 학생들을 원하지 않는다

집회정리를 요구하는 최화영서장.
"여러분, 여러분이 신고한 이 집회는 6시까지입니다. 지금은 6시 10분입니다.
집회는 이미 끝났습니다. 모두 해산하십시오. 지금 불법집회를 하고있는겁니다.
그리고 학생들, 학생들 빨리 해산하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대한민국은 마스크를 쓴 학생들을 원하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해산합시다. 지금은 불법집회입니다. 이미 6시에......"

오늘 집회는 또 한번 미대사관을 100미터 앞에 두고 끝이 났다.
집회에는 1000여명이 참가했으며 집회를 정리하는 가운데 경찰 및 시위대를 향한 격려와 박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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