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꼭 결혼하겠습니다"

北여성에 공개구혼 11년-42세 파주 총각 원윤연씨

등록 2000.06.08 13:25수정 2000.06.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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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4일 앞두고 북녘하늘에 가족을 두고온 이산가족 만큼이나 애틋한 사연을 갖고 있으면서 성공적인 회담성사를 기원하며 가슴 설레이는 사람이 있다.

지난 11년동안 남북통일이 이뤄지면 북한 여성과 꼭 결혼을 하겠다며 통일의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원윤연 씨(42.파주시 금촌동.건축업)가 그 주인공.

평소 통일운동가임을 자처하며 통일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원씨는 지난 90년 10월 27일 한겨레신문에 <북한여성에게 공개구혼> 광고를 게재하면서부터 신념을 키워왔다. 그러나 원씨는 이러한 이색광고로 당시 공안당국으로부터 감시를 받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내온 기억도 있다.

하지만 원씨는 공안당국의 감시와 친인척들의 결혼 권유와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년동안 북한 여성과 결혼의 꿈을 접지 않고 4일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담을 가슴설레며 맞고 있다. 10여년간 기다렸던 꿈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원씨가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조차 힘든 북한 여성과의 결혼고집은 구한말 유인석 선생과 함께 강원도와 제천, 여주, 이천 등지에서 의병활동을 하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사한 증조부 원용팔(용석) 옹과 김태원 외증조부, 단양 등지에서 이강년 부대 의병활동을 했던 할아버지 원형의 옹 등 선조들의 영향이 컸다.

5남1녀 중 5남으로 태어난 원씨는 어려서부터 조부와 어머니 김연옥 씨(82)로부터 "선조들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는 가정교육을 받아오면서 자신도 "민족최대 염원인 통일을 위해 개인적으로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다 민간교류 차원에서 북한 여성과의 결혼을 결심하며 통일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게 됐다.

이러한 원씨의 소박하고 애틋한 사연이 전해지면서 공식, 비공식적으로 북한을 드나들던 인사들이 원씨의 사연을 북측에 전하고 긍정적인 답변과 구체적인 명단까지 가져오는 등 희망을 부풀렸으나 당시 통일원의 반대에 부딪혀 꿈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 남북회담을 계기로 북한 여성과의 결혼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는 원씨는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된 후 매일밤 북한 여성과 결혼해 아기자기하게 사는 꿈을 꾼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 등 현안문제를 해결한 뒤 제 결혼문제도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결혼성사에 대해 강한 희망을 내비쳤다.

원씨는 "결혼이 성사되면 판문점에서 양가가 만나 맞선도 보고 남북당국이 허락한다면 판문점에서 민족전통 예식으로 혼례를 치른 후 판문점 근처 비무장지대에서 살며 부부가 민간차원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인 부부로서, 또 통일을 위한 일들을 찾아 지속적으로 펼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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