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한복은 버리고 남의 옷을 입는 잘못된 습관

김영조의 <민족문화생활화9>

등록 2000.06.26 12:42수정 2000.06.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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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생각하는 고급문화만 문화인 것이 아니다. 어찌 음악감상을 하고, 미술전에 가며, 연극관람을 하는 것만이 문화일 것인가? 단순히 생활 그 자체도 문화이다. 입고, 먹고, 생활하는 의식주의 세계가 바로 문화의 한 모습인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서두에 강조하는 것인가?
우리 민족은 5천년 역사 속에서 이 땅에 우리 겨레 고유의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다시 말하면 어느 민족에게도 없는 우리 고유의 위대한 문화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말이다.

한데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우리 민족의 모습은 어떤가? 생활 속에서 그 고유의 민족문화가 살아있지 못하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입을 거리의 삶 즉, 의생활이다.

해방 후 50년대까지도 보편적으로 입었던 우리 고유의 옷, 한복이 지금은 남의 옷처럼 여겨지고 있는 한심한 지경이 되어 버렸다. 남의 옷인 서양옷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보이고, 한복을 입으면 원숭이 쳐다보듯 하는 이상한 사회가 되었다. 물론 요즈음 좀 나아지긴 했지만.

사람이 옷을 입는 이유를 우리는 종교적 이유, 마법, 미의식, 사회적 지위, 인종의 차이, 모방취미 등으로 본다. 여기에서 종교적 이유와 마법은 논외로 치고, 한복 대신 서양옷을 입음으로써 인종의 차이를 없애버렸으며, 엉뚱한 사회적 지위를 만들고, 잘못된 모방취미에 따라 우리의 특성을 송두리째 내주는 오류를 범하고 만 것이 우리 민족이다.

자 그러면 한복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정말 이 시대에, 이 인터넷시대에 한복을 꼭 입어야만 되는 것인가?
본 기자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우리 민족의 위대한 옷 한복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명제를 풀어볼 생각이다.

한복이란?

우리는 한복에 대해 편견을 지니고 있다. 즉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현대생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상고시대부터 현대까지 일관되게 우리 옷의 기본을 이루어온 바지, 저고리 형태는 말을 타고 짐승을 잡기 위한 기마생활에 적합한 옷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자 이렇게 수렵생활에 잘 맞는 옷이 무조건 불편하고만 할 수 있는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한복의 특징을 우선 구성상으로 살펴본다면 평면적인 옷감을 직선적으로 재단하고, 이를 꿰매어 평면적인 옷을 만들며, 이것을 다시 입체적인 사람의 몸에 맞도록 남은 부분을 주름 잡거나 접어서 끈으로 고정시키는 형태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바지의 경우를 보면 마루폭 이외에 활동에 필요한 여유분을 주기 위하여 사폭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큰 것과 작은 것으로 나누어 전후 좌우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도 하나의 큰 특징이다. 이와 같이 한복은 평면구성으로 이루어져 옷을 입어야 비로소 입체감이 형성되어 부드럽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다음으로 미적인 특색을 살펴보자.
시인들은 한복의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치마와 저고리의 불균형의 미', '깃과 섶의 날카로운 반전(反轉)', '동정의 포인트미', '저고리 배래선의 미', '옷고름의 흐르는 아름다움', '치마의 풍성미', '바지의 기능미', '문양과 색채의 호화미'

한복의 아름다움은 밖으로 보이는 선의 흐름과 옷감이 지닌 색채의 조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추녀의 곡선과 같이 하늘을 향한 듯한 저고리의 배래선과 도련의 곡선은 동정의 예리한 직선과 조화를 이루고, 깜찍하고도 앙증스러운 버선코 같은 작은 섶코는 저고리를 한층 돋보이게 해준다.

더구나 한복에 나타나는 이같은 선의 흐름과 조화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뛰어난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여기에 옷을 입고 움직일 때에 생기는 동적인 선의 아름다움까지 가미하면 우수한 선의 조화는 세계적으로 호평받을 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있다고 하겠다.

예부터 여인네들이 머리를 만질 때나 춤을 출 때 배래선의 아름다움이 얘기되곤 했고, 여기에 움직일 때마다 자유자재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고름의 미학도 훌륭한 것이라 했다.

다음에 대표적으로 저고리, 바지, 치마만을 가지고 한복의 특성을 분석해 보겠다.

저고리
① 동정 : 흰색. 단정하고 말쑥한 아름다움. 유일한 직선의 사선
② 배래선 : 우아한 아름다움의 곡선
③ 고름 : 저고리와 다른색 사용. 비대칭(긴고름, 짧은 고름)의 아름다움. 상체의 움직임에 따라 표현되는 다양한 곡선의 변화

④ 섶 : 여유롭게 달아냄으로 허리선의 아름다움을 드러냄, 위에서 아래로 폭이 넓어짐으로 저고리가 전체적으로 아래쪽이 커져서 편안하고 안정감을 줌. 더구나 옷이 줄어들어 들었을 때도 섶이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섶코의 앙증스러움
⑤ 도련 : 한복의 가장 애로틱한 표현.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신비의 미학.
⑥ 소매끝동 : 다른 색을 사용하여 다양한 아름다움 구사

바지
① 어떠한 체형도 풍성하게 잘 맞고, 융통성을 가지고 있음. 따라서 운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② 한옥의 좌식생활에 잘 맞는 편안함. 운전할 때도 무척 편하다.
③ 입는 사람의 입음새에 따라 맵시가 드러남
④ 대님 : 대님으로 묶는 것이 훨씬 바지의 맵시가 잘 난다. 겨울엔 바람을 막아준다. 대님을 묶고 푸는 동안 생각하는 여유를 갖는다.
⑤ 허리 : 허리를 끈으로 묶을 수 있게 하고 허리통을 크게 함으로서 키만 비슷하면 내 옷 네가 입고, 네 옷 내가 입는 더불어 사는 옷이다. 더구나 본인이 살쪘거나 말랐거나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치마
① 치마폭과 허리끈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구조(커다란 사각형의 천)
② 입었을 때 일정한 형태가 없고, 입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유동적인 형태와 선이 드러남
③ 짧아진 저고리, 길고 넓어진 치마---상박하후(上薄下厚)의 아름다움
④ 허리 밑으로 내려오면서 가운데 부위가 불룩한 항아리 형태
⑤ 날렵하게 휘어 감아 허리끈으로 고정시킴---가는 버들과 같은 모습, 율동감을 연상시키는 곡선미

다음은 색깔의 아름다움을 보자.
옷감의 색깔면에서 볼 때에는 한민족을 일컬어 `백의민족'이라고 했듯이 백색은 좋은 인연을 가져온다는 뜻으로 예부터 숭상하게 되었고 따라서 흰옷을 즐겨 입었다.

그러나 이 흰색은 엄밀히 말해서 염색되지 않은 소색(素色)이며, 일반 백성들의 염색해 입을 수 없는 생활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무명, 모시, 한지, 석회, 백자항아리의 색과 같은 맥락이며, 자연스러움. 소박. 겸손. 순수 등을 나타내 주기도 한다.

흰색 외에 양반들은 오방색(五方色:흰색, 빨강, 노랑, 파랑, 검정) 중 검정색을 빼고, 분홍, 자주, 초록, 보라 중 한두 가지 첨가하여 쓰곤 했다. 또 주로 아이들에게는 다채색의 화려함에 대한 동경, 기쁨.행복의 의미, 주술적 의미, 잡귀의 근접 막는 뜻에서 색동을 많이 썼다. 우리는 한복에서 "원색의 조화"와 "색동의 조화"도 볼 수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참고 :  김영숙이 펴낸 "한국복식문화사전"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복식2천년"
          조효순 지은 "생활한복"
          한국문화재보호협회의 "한국의 복식"
          금기숙이 지은 "조선복식미술"
          권오창이 지은 "조선시대 우리옷"
          한복문화학회의 "한복문화"
          김상복 한복 홈페이지 (kimshanbok.wedcon.co.kr)
          김병길 한복 홈페이지chool.hongik.ac.kr/contest/hi165/contest)
          주단명가 홈페이지 (www08.inticity.com/joodan/wear.htm)
          김수정  우리옷사랑 홈페이지(my.netian.com/~ksj0141/frame1.htm)
          이태옥 한복 홈페이지  (www.hanbok21.com/frame5-1.htm)
          한복의 사계 홈페이지myhome.netsgo.co.kr/gwonhwa/default2.htm)
          최선미 한복 홈페이지(my.netian.com/~angang22/frame_1.htm)
          지혜의 한복 홈페이지 (members.tripod.lycos.co.kr/~anjihye/html/index-fr.html)

덧붙이는 글 ※참고 :  김영숙이 펴낸 "한국복식문화사전"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복식2천년"
          조효순 지은 "생활한복"
          한국문화재보호협회의 "한국의 복식"
          금기숙이 지은 "조선복식미술"
          권오창이 지은 "조선시대 우리옷"
          한복문화학회의 "한복문화"
          김상복 한복 홈페이지 (kimshanbok.wedcon.co.kr)
          김병길 한복 홈페이지chool.hongik.ac.kr/contest/hi165/contest)
          주단명가 홈페이지 (www08.inticity.com/joodan/wear.htm)
          김수정  우리옷사랑 홈페이지(my.netian.com/~ksj0141/frame1.htm)
          이태옥 한복 홈페이지  (www.hanbok21.com/frame5-1.htm)
          한복의 사계 홈페이지myhome.netsgo.co.kr/gwonhwa/default2.htm)
          최선미 한복 홈페이지(my.netian.com/~angang22/frame_1.htm)
          지혜의 한복 홈페이지 (members.tripod.lycos.co.kr/~anjihye/html/index-f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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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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