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랜드의 정통 쥬이시들

알수록 더 궁금한 이스라엘의 신비

등록 2000.07.18 09:40수정 2000.07.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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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처음에 이스라엘에 도착했을 때, 난 모든 사람들을 Jewish(쥬이시)라고 불러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스라엘인들은 "Yes, I'm Jewish, but I'm an Israeli(나 유대인이 맞는데, 이스라엘사람이라구)"
잉, 이게 무슨 말이람.

그 친구가 덧붙이기를, "서구 사람들은 대부분의 동양사람들이 부처님을 믿는다고 생각해, 하지만, 한국인이면 한국사람, 일본인이면 일본사람, 중국인이면 중국사람이라고 하지, 모두를 부디스트(부처님 믿는사람)라고 부르진 않잖아? 우리가 유대인이긴 하지지만, 그건 종교적인 의미이고, 이스라엘사람이라고 불러줘"

아주 쉽고 간단하게 말하는 그의 앞에서, 아, 그렇구나, 맞는 말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라엘. 이 나라가 꼭 홀리랜드만은 아닌 것 같다.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아랍인들, 두르즈인들, 그리고 베두인들이 함께 사는 나라.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이스라엘인들로 유대교를 믿고, 그 외의 아랍인들이 이슬람교를 믿으며, 소수의 5% 미만의 사람들이 천주교와 개신교를 믿는다.

복잡하다. 2만 800㎢의 조그만 나라에 490만명의 인구가 사는데도, 참 이리저리 다양한 모습을 주고받고 산다. 그렇다고 그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배타적이다. 결국 자기네들끼리 모여 산다.


정통적인 쥬이시들은 그들의 도시에만 모여 산다. 아랍인들이 아랍인 마을에 모여살고, 베두인족들이 그들 나름대로 모여살 듯이. 쥬이시들이 사는 곳에 가면 온통 까만색 옷을 입은 사람들뿐이다. 2살, 3살이나 되었을까? 어린 나이의 아이들부터 노년의 할아버지까지, 전통적인 쥬이시복장을 하고 산다.

그렇다고, 전통 쥬이시들과 이스라엘인들 사이에 문제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남자친구와 같은 부대에서 군 복무중인 18살의 시갈은 "전통 쥬이시들은 일을 하지 않아. 물론 군대도 가지 않고. 대부분의 이스라엘인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은 나이에 군대를 가야 하고, 군대를 제대한 후에는 먹고 살 걱정을 하는데, 쥬이시들은 하루종일 교리만 읽으면 돼. 그러면 국가에서 돈도 주고, 군대도 가지 않아도 되고. 또 정치 사회적으로 큰 힘도 가지고 있어. 나에겐 그게 좀 불만이야.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걸"이라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으슥한 밤, 가로등 불밑에 서서 그들만의 교리를 읽으며 혼자 쥬(Jew)에 심취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끔씩 섬뜩할 때도 있다. 온통 까만색 옷에, 까만 모자에, 수염은 주렁주렁 길러서, 왠지 이 세상 사람같아 보이지 않는 그 특이함 때문이다.

쥬이시 여성들은 주로 흰색 상의에 푸른색이나 검정색 긴 스커트를 입는다. 그리고 대부분, 파란색 모자나, 검정색 모자 등을 쓰는데, 모자의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다. 동네 일용품점에서도 이런 모자들을 쉽게 볼 수가 있다. 물론 겨울이 되면 옷은 점점 더 검정 일색의 옷이 되어간다.

샤바트(안식일)는 물론 평소에, 쥬이시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남자들도 머리에 빵떡같은 모자를 쓰고 있는데, 이것의 이름은 '키파'이다. 주로 손뜨개 제품으로, 손가락을 떼고 크게 벌렸을 때의 손바닥 크기만한 키파를 똑딱핀으로 고정시켜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쓰고 다닌다.

홀리랜드 이스라엘에서는 역사적이거나 거룩한 곳에 들어갈 때는 쥬이시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키파를 써야만 입장이 가능한 곳이 있다. 이런 곳에서는 주로 종이로 만든 키파를 입구 앞에 내어놓는다.

또 기도를 할 때, 이들은 커다란 천을 둘러쓰고 기도를 한다. 이 커다란 천은 탈릿이라고 한다. 일종의 기도보이다. 이 천을 잘 살펴보면, 천 아래의 끝 부분에 술이 달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술은 찌찌트라고 부른다. 정통쥬이시들의 경우 결혼한 남자만 찌찌트 달린 탈릿을 사용할 수 있지만, 좀 진보적이고 현대적인 쥬이시들이나 일반 이스라엘인들은 성인식만 마친 모든 쥬이시사람들에게 사용을 허락한다.

여성들에게는 기도할 때 탈릿을 사용하는 것을 의무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썼다고 금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정통쥬이시 여성들은 탈릿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보통 이스라엘인들은 여성용 탈릿을 따로 디자인하여 그 색상이나 모양이 다양한 편이다.

정통쥬이시들은 거의 대부분 검정상의에, 검정하의를 입고 다닌다. 대부분 굉장히 긴 수염을 기른다. 또한 바지나 커다란 모자(키파가 아닌 정통 모자)에는 아이보리빛으로 두껍게 땋은 술을 달고 다닌다. 이 술도 다 찌찌트이다. 언제나 보면, 이 정통복 이외에는 다른 옷은 입지 않는 것 같다. 가끔씩 지나가다 보면, 옷을 빨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이스라엘에서는 남녀가 꽤 공평하다. 18살이 되면 남녀 모두 군대를 간다.

남자의 경우는 우리나라 현역병처럼 기간이 길고, 여자의 경우는 우리나라 방위병처럼 기간이 짧다. 키부츠 내에서는 남녀의 동등함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공동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따로 집안일을 하는 노동량도 적고 노동시간이 길지 않다. 자유주의 경제원리 위에 사회주의 제도체제를 받아들여 생활하는 키부츠 안에서,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여성들에겐 아마 가장 큰 메리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통쥬이시들을 보면 굉장히 보수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교리에 맞추어서 살아가기 때문에, 가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그들의 모습, 예를 들자면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은 거의가 여자이고, 유모차를 끌고가는 사람들도 모두 여자다. 아이들을 챙겨서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여자고,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그런 것에 대해서 불평을 하지 않는 듯하다. 아무래도 종교에 깊이 관련되어 살면, 현대여성의 지위향상보다는 정통쥬이시 여성들이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사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행복한 삶일 수도 있겠다.

그들은 외부인들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질문에 왠만하면 거의 'NO'이다. 사진을 찍어도 여성은 안 찍힌다. 말을 걸어도 대답을 회피한다. 무슨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외부와의 차단된 삶, 그런 것일까? 쑥스러워하면서 같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는 그네들에게서 신비로움을 느낀다. 특히 그들은 아랍인들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다르다는 것과 인종이 틀리다는 것만으로 아예 어울리기를 거부하는 것 같다. 아니면 무언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탈릿은 단순한 기도보가 아니고, 찌찌트도 단순한 술은 아니다. 둘다 굉장히 깊은 유대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이번 글이 길어진 관계로 다음 기사에 쓰도록 하겠다.

나의 이야기가 전쟁과 평화, 현재와 과거, 유와 무, 그리고 알려진 것과 감춰진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신비를 모두 풀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역사적인 성지일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전쟁의 위험이 숨쉬고 있는 나라, 이스라엘은 알수록 더 궁금하다.

어쩜 그런 것들이 '신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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