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은 이건희와 에버랜드다"

[열린인터뷰 27번째] '스탑 삼성 캠페인'을 벌이는 곽노현 교수

등록 2000.07.18 17:39수정 2000.07.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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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을 공부한 지 얼마나 됐는가.

"72학번이니까 28년동안 법학을 공부했다. 교수를 한 지는 10년 됐다."

- 왜 일을 주도적으로 시작하게 됐는지….

"97년 초에 이 사건을 처음 접하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공분을 느꼈다. 그 해 5월 민교협(민주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과 민주노총이 마련한 <삼성불법증여에 대한 공동토론회>에서 발표를 하면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

주변에서 '삼성으로부터 무슨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느냐, 삼성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느냐'는 볼멘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2·3·4의 재벌세습을 막지 못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재벌세습은 경제민주주의를 막는 암적 존재다.

재벌은 치외법권 지대에 있다. 우리나라는 재벌공화국이다. 정치·언론·관료·의료까지 어디 하나 재벌의 촉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법치적 합리성 없이 민주사회는 불가능하다. 이게 바로 내가 싸우는 이유다."

- 앞으로 이 싸움에는 치열한 법리의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 있는가.


"논리와 법리는 확실하다. 지난 일요일(7월 16일) 방영된 KBS 「추적 60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삼성 측의 논리는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검찰은 아직 정치적 판단을 많이 하기 때문에 형사고발이 되는 것이 꼭 법리싸움만은 아니다.

혹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해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여론을 압박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조직화할 생각이다."


- '스탑삼성 캠페인'의 기간을 얼마로 생각하고 있는가.

"국민들이 정말 재벌이 엄청난 잘못을 했다는 것을 인식할 때까지 캠페인을 힘있게 전개할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명의의 재산을 포기하고, 경영일선에서 은퇴하고,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야 한다. 그것이 법치다."

- 이건희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는가.

"없다. 사실은 만나서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건희 회장도 앞서가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만나서 이야기하면 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건희 회장을 만나기 힘들다면 삼성측의 고문변호사도 좋고, 회계사도 좋고, 교수도 좋으니까 공개토론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 참여연대가 벌이는 소액주주운동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참여연대는 삼성SDS와 삼성전자에 대해 소액주주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는 주주소송이 불가능하다.

삼성의 불법세습에서 에버랜드가 가장 중요하다. 43명의 법학교수는 불법세습의 '인적 몸통'은 이건희 회장이고 '물적 몸통'은 에버랜드라고 본다. 에버랜드를 놔두면 불법세습은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

스탑삼성 운동이 잘 되면 참여연대의 소송에도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스탑삼성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구속과 처벌이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 대한 세습권을 포기하고 사과·은퇴한다면 굳이 구속과 처벌을 요구할 이유는 없다.

둘째는 기업의 회계평가시스템을 고치고 상속증여법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부당한 부의 세습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안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법학교수들이 계속 연구하고 토론을 진행할 사안이다."

- 마지막으로 여러 네티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사람들이 '스탑삼성 홈페이지'(www.stopsamsung.org)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를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후원을 부탁한다.

후원 방법은 3가지다. 하나는 홈페이지에 시민고발인으로 등록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시민수사촉구단으로 등록하는 것, 세번째는 후원인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티즌들이 스탑삼성 홈페이지의 좋은 글을 여러 관련 사이트나 홈페이지에 퍼 날라 줬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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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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