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기행은 우리의 대안문화다

당대출판에서 펴낸 '생태기행1.2'를 읽고

등록 2000.07.27 11:35수정 2000.07.2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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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에는 문화유산 답사여행이 붐처럼 일어났다. 이른바 테마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답사여행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이제는 생태기행이다


새천년, 우리는 어떤 여행을 떠나야 하는가. 우리의 대안문화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생태기행」은 답을 한다. 생태기행은 답사여행의 뒤를 잇는 하나의 대안문화라고.

흔히 새천년은 '환경의 세기'라고들 말한다. 이는 환경문제가 지구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면서 더 이상 인간의 자연파괴를 허락할 수 없다는 반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김재일은 10여 년 전 충청도의 어느 시골을 여행하던 중 비로소 자연을 만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길가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눈 앞의 멀쩡한 산 하나가 석회석 채굴로 통째로 잘려나가는 걸 보았다. 자연물에도 소위 운명이라는 게 있구나, 생각했다. 같은 줄기에 있어도 어떤 산은 흔적도 없이 까뭉개지고, 어떤 산은 용케 살아남고... 그때서야 비로소 산과 숲과 강을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그는 자연의 운명이 온전히 인간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깨달음 속에서 '생태·생명·민족정서'에 뿌리를 둔 생태기행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두레생태기행'이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1994년부터 매월 한 차례씩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하는 생태기행을 다녔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무려 7년 가까운 세월을 우리의 산하를 발로 누비며 쓴 책인 것이다. 책 곳곳에서 묻어나는 향기가 땀 냄새라는 것을 금새 알아챌 수 있다.

생태기행은 무엇인가


지은이는 생태기행을 이렇게 정의한다.
"시민들이 자기 고장이나 다른 지방의 자연생태계를 탐방하는 작은 여행이다. … 생태기행은 생명활동이다.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물질문명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생명체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준다. … 생태기행은 동맥경화에 걸린 학교교육을 보완해주는 교실 밖의 환경교육이다."

즉, 생태기행은 생태학적 감수성이나 생태학적 상상력을 복원시켜 생태맹(ecological illiteracy)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여행인 것이다. 여기서 생태기행이 자연풍광만을 즐기는 자연관광이나 레서성이 강한 생태관광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태기행은 대자연을 교실로 하는 열린 교육, 즉 교실 밖의 교육이며 자연을 즐기는 쪽보다 배우고 보전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비판적인 환경운동의 한 방편이라고 한다. 여기에 동, 식물을 관찰하면서 자연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현장학습이고, 심신수련의 방편이다.

이 책은 올바른 생태기행을 위한 안내서이자 지침서로 주제기행과 지역기행을 망라하고 있다. 동물과 식물, 동굴, 자연사 유적, 나무와 숲, 갯벌, 풍수지리 등 기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지식을 듬뿍 담고 있다.

또 부록으로 올바른 생태기행을 위한 지침이 소개되어 있으며, 현장에서 직접 쓰일 수 있도록 관찰기록표가 덧붙여 있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책은 환경의 세기,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자연을 새롭게 만나는 일은 유희이기보다 환경운동이며 자연 사랑의 실천이라는 자그마한 깨달음을 갖게 한다.

특히 가족이 함께 생태기행을 떠난다면, 자녀에게는 더 없는 교육이 될 것이며, 자연이 가르쳐주는 삶에 대한 지혜를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중부권 - 자연과 사람의 새로운 만남', '남부권 - 자연생명에 대한 예의'라는 부제를 달고 이번에 두 권이 선보였으며, 곧 수도권을 다룬 3권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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