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학교운영위원을 그만 두었나?

학교운영위 활동의 성과로 교복값 거품을 없앤 어느 학부모 위원의 사퇴 이유

등록 2000.08.02 23:43수정 2000.08.03 10:22
0
원고료로 응원
얼마 전, '교복값 거품 걷어 낸 학부모회'란 제목의 기사를 보낸 적이 있다. 그때의 주역인 김정희 여사가 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사직하였다는 제보를 접한 기자는 학교의 교복값과 체육복 인하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루어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이 가장 활발했다고 알려진 학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겨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어떤 이유로 갑자기 학교운영위원을 그만 두시게 되었습니까? 앞으로 정말 하셔야 할 일들이 정말 많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그만 둔 것은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교운영위간에 상호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자꾸만 조성되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파서 그만 두었고요. 그렇다고 제가 교육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 문제를 사회적 의미로 한번 되새기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라고나 할까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학교운영위 활동을 하면서 잘못된 학교의 관행을 고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텐데 무척 아쉬운 결정입니다. 학교운영위의 활동에서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있지요. 시시콜콜한 것 다 빼고서라도 이것 하나만 제대로 해주었으면 합니다. 학교운영위는 심의기관입니다. 심의기관인데도 심의 자료를 전혀 만들지 않고 회의를 연다는 것이죠. 그러면 나는 그 자료를 나름대로 준비해서 가져갑니다. 그러면 회의 중에 자연 제가 준비한 내용들을 꺼내놓게 되고 그것이 학교 측에서 바라는 일과 다른 방향이니까 자연 학교 측과 갈등이 생기고 급기야는 제 뜻이 관철되기라도 한다면 저는 그야말로 교권 침해자로 몰리는 거죠."

아니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합니까? 구체적 사례를 말씀해 주시지요.

"정말 우스운 일이지만 그게 제가 경험한 현실이 어떤 것인가를 깨달았습니다. 그게 우리 학교 모습입니다. 예를 들면 앨범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조달청 입찰 예상 가격이 있고 업자간의 경쟁입찰의 경우도 있고 수의 계약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각 경우의 장.단점과 예상가격 정도는 미리 행정실에서 조사해야만 학교운영위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심의하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또 그런 경우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말하지도 않고 그냥 심의 결정해 달라고 하면 학교 운영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심의 기능인데 심의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제가 미리 준비한 시장조사 결과를 내놓으면 결국 학교 측에선 교권 침해라고 음해하는 겁니다."


심의 기능을 위한 준비를 하는 학교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겁니다.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대개 다 그렇지요. 아마 학교 측에서 계획한 일이 있을 수도 있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못했을 수도 있겠군요.

"글쎄요.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학교 측의 교권 침해라고 음해하는 발언을 들으면 정말 내가 누구를 위해서 이런 일 하는가 하는 회의가 강하게 듭니다. 그런 고민을 하다보면 정말 힘이 빠지지요. 저의 활동에 대해서 학교 측의 그런 말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서 학부모가 학교에서 큰소리 치고 화를 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면 교사님들의 사기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렇게 되어서는 안됩니다.


선생님들의 사기와 그 일에 대한 자긍심을 존중하는 일이야말로 학부모가 먼저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운영위의 역할은 무엇이겠습니까?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선생님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교육경비 절감을 위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 일들이 어떻게 해서 교권을 침해하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학부모간을 이간질하는 빌미가 되어서도 안 되는 거죠. 그런데 그랬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만 두게 된 것입니다. 제가 운영위에 계속 참석하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건 너무 소모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측과의 미묘한 마찰이 그 외에도 상당히 여러 가지로 있었을 텐데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제가 학교운영위 활동을 하게 되면서 많은 갈등을 겪게 되었지요. 제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서두에 말했던 나의 이 활동이 교권을 세우고 학부모와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서, 화합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에게 인격적 모욕을 가하고 그 이야기가 흘러 결국 나에게로 올 때 가장 힘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00어머니는 학교 비리 파헤치는 게 취미다."
"정신이 00된 사람이다"
"우리 학교가 조용해지려면 3년이 걸린다."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학교운영위 부위원장이 한 일이다."

아니 3년은 왜요?

"제 딸애가 1학년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제 딸애를 믿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자기 성장 시기에 필요한 일을 하게 놔두고 싶어요. 그렇게 키웁니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그 애도 고통이 심할텐데 제 어미를 잘 이해해 줍니다."

마음 고생이 많았군요.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운영위원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교육 문제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1학년 학부모회를 조직했습니다. 학교 일은 여기서 주장할 생각이고요, 그리고 수준 높은 지역적 문제는 참교육 학부모회를 통해서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자식 교육 일은 오히려 학부모가 나섰을 때 일이 더 잘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사인 제가 부끄럽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5. 5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