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국경영의 군사전략 'NMD' 포기하지 않는다

등록 2000.08.08 19:04수정 2000.08.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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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주목을 모았던 제3차 실험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가미사일 방어망(NMD: National Missile Defense) 프로젝트는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클린턴 정부 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고 민주당의 다수가 6백억 달라나 드는 NMD의 군사전략적 효용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난 7월 13일 미 상원의 결정에서도 드러났듯이 NMD에 대한 미국의 패권주의적 집착은 매우 강력하다.

미 상원은, "요격미사일 발사 실험의 기준을 보다 강화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평가하는 의회 내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리차드 더빈 일리노이 민주당 상원 의원의 안건을 52대 48로 거부해버렸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기술적 난제들이 밝혀지고 있는 이 NMD의 추진과정이 보다 까다로와질 것을 우려한 공화당 보수파가 일단 박빙의 차이로 대세를 장악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 유럽 등의 국제적인 반대와 치명적이라고 할 만한 기술적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려 들지 않는 것일까?

그 까닭은 다른데 있지 않다. 미국 자신은 NMD를 21세기 미국의 제국경영을 위한 핵심적인 군사전략의 실체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라는 방식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의 전지구적 지배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이 된 상황에서 이를 전방위적으로 방어할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후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미국이 중심이 된 세계자본주의 체제내부에 장치된 전쟁경제적 요소에 의한 구조적 요구이기도 하다.


아무튼, NMD는 e 메일까지 포착하는 통신 감청기구인 초정밀 컴퓨터 에셀론(Echelon)과 함께 그 시스템이 전지구적 규모를 지향한다는 점으로 하여, 만일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이 NMD의 통제권 내에 속하지 않는 나라가 지상에 하나도 없게 된다.

따라서 미국이 현재와 같이 세계제국의 위상을 포기하지 않는 한, NMD는 기술적 보완과정을 거쳐 어떻게든 실현시키려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의 제3차 실험 실패는 그러한 과정으로 가는 길목에서 직면하게 되는 우여곡절의 한 고비일 뿐이지, NMD 포기의 결정적 요인이 아닌 것이다. 하여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던 NMD 실험이 오는 10월이나 11월에 또 한차례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집요한 미국의 NMD 추진의지는 우리에게 실로 만만치 않은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찌해서 그런가? 한국의 경우, 펜타곤의 구상에 따르면 아시아에 있어서 일본과 함께 NMD 체제의 레이다 망 설치 제1후보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 시스템>의 삼각점을 잇는 대(對)중국, 또는 대(對)러시아 요격 미사일 포위망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실천에 옮겨지게 된다면 한국은 당장에, NMD 프로젝트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잠재적 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

즉, 미국의 NMD 계획은 단지 미국만의 군사전략으로 그치는 일이 아니다. 미국의 패권주의적 미사일 전략에 우리의 민족적 생존이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민족통일을 위한 한반도 긴장완화와 군축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 있고, 동북아 질서를 평화적으로 재편하는 과정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NMD 추진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논란에 처해 있다. 그 논란의 핵심은 우선 (1) 요격미사일 방어망이 정말 필요한가의 여부, (2) 기술적 가능성, 그리고 (3) 군비경쟁강화의 우려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서, 우선 NMD의 기본 개념과 구성요소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NMD의 기술적 결함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기본 개념은 다음과 같다.

인공위성과 지상 레이더로 상대방이 쏜 미사일을 감지, 추적하고 이에 대응하여 지상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며 미사일 자체에 장착된 감지장치와 지상 본부의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상대방 미사일을 공중에서 포착, 충돌시켜 분쇄(hit-to-kill)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983년 레이건 정부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레이저 빔으로 미사일을 요격하겠다고 내세운 스타워즈 개념의 수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요격 미사일은 지난 25년 동안 크기가 현격하게 작아지는 동시에 정확도는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1975년에는 20피트였던 요격 미사일의 크기는 1984년에는 15피트로 줄었고, 이번에 실험 발사된 것은 5피트도 채 못되는 것으로서 상대방 핵탄두와 정면으로 충돌하여 생기는 충격의 힘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번의 실험실패는 바로 이 요격 미사일이 발사체로부터 분리되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에 의한 것이었다.

NMD의 구성요소로서는 지상 요격 미사일(GBI:ground based interceptor), X 선 레이다 (XBR:X-band radar), 고성능 조기경보 레이다 (Upgraded Early Warning Radar), 위성정보 통신 기술과 전투 종합지휘본부 (BM/C3: Battle Management/Command, Control and Communications)등을 들 수가 있다. 그런데 기술적인 차원의 문제는 이 구성요소들이 NMD의 기본개념대로 작동해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첫째, 상대방 미사일 탐지가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격용으로 발사된 미사일이 NMD의 탐지장치를 피하기 위해 교란용 풍선을 달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위장할 수 있으며, 동시에 여러 개의 위장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어느 미사일이 핵탄두를 장치했는지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탐지 과정에서 판단착오가 있게 될 경우 이는 곧바로 핵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미사일이 아닌 것을 미사일로 판단하거나, 또는 어디에서 쏘아올린 것인지를 전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어시스템 가동책임자가 잘못 결정을 내렸을 경우 그것은 전지구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둘째, 탐지가 혹 가능하다 해도 요격의 정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걸프전 당시 패트리오트 미사일의 명중율이 형편없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며,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이 빗나가게 될 경우 그 미사일로 인한 피해 또한 엄청난 것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또한, 외견상 방어용 미사일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격용 미사일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군비경쟁의 격화를 촉발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이다.

셋째, 이 뿐만이 아니라, 실험의 과정에서 NMD 시스템은 공격 미사일의 경로를 미리 알고 대응하며, 탐지가 용이한 방식으로 조건화되어 있어서 현실적 상황과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NMD 체제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미국은 그간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미국의 안보가 북한, 이란, 이락 등의 이른바 "깡패국가"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반도의 긴장완화 조짐 등은 미국의 안보위협론이 과장되어 왔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으며, NMD 시스템의 추진은 군비경쟁을 촉발한다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가령, 중국을 자극하고 이에 따라 중국의 무장력 강화가 이루어질 경우 인도가 뒤따르게 되며 그것은 결국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보다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가 가만히 있지 않게 되고, 이란 역시 이에 가세함으로써 세계적 핵무기 확산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핵무기 억제논리에 기초를 둔 NMD가 오히려 핵무장 강화로 연결된다는 역설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미사일 방어망 구축계획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이번에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다.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나선 1960년 선거의 과정에서 미국에서는 이른바 <미사일 갭(Missile Gap)>이라는 개념을 놓고 일대 격론이 벌어졌다.

<미사일 갭>이란 미국과 소련 사이에 미사일 능력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즉 미국이 소련에 비해 미사일 능력이 뒤쳐지니 큰 일 났다, 그러니 미사일 개발을 더더욱 서둘러 역량을 강화하자는 논리였다.

하지만 미국 내 지도층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미국은 소련에 비해 월등 강력한 미사일 체제를 가지고 있었고, 이것은 소련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압박을 가했고 그것이 소련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미국의 상층부는 이러한 논쟁을 통해서 군수산업의 이익을 챙겼고, 안보논리로 냉전정책을 유지했던 것이다. 미국의 군수산업 문제를 파헤쳐온 프랭크 코프스키(Frank Kofsky) 캘리포니아 사크라맨트 대학 교수는 이러한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기적 작동을 통해서, 평화의 시기에 위기를 경험하는 군산복합체의 기득권을 "안보위기를 명분으로" 방어해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 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 NMD는 공화당의 보수파와 Boeing, Lokheed Martin, Raytheon, TRW등 미국 최대 군수산업자본이 유고공습 이후 물량주문이 감소된 상황에서, 강력하게 로비활동을 펴고 있는 품목이다.

미국의 진보적인 시사주간지 네이션(The Nation)지의 칼럼니스트이자 미국의 세계화 및 군사정책을 지속적으로 해부해온 윌리암 그라이더(William Greider)같은 이는 미국 자본주의 체제가 본질적으로 평화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고도의 병영체체를 기반으로 한 제국경영에 몰두함으로써 군수산업의 이익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미사일 방어망 NMD는 이러한 차원과 함께, 국제적으로 합의를 이룬 각종 군축협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점으로 해서 더더욱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내세우기는 방어용 미사일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결국 보다 많은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군사력 강화와 미사일 증대로 인한 군비경쟁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점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당장에, 미국은 지난 1972년 이미 당시 소련과 <대(對)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 억제 조약 (ABM Treaty: Anti-ballistic Missile Treaty)>을 체결하여,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명분으로 미사일배치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NMD의 발상에 제동을 거는 국제협약이라고 하겠다. 이 ABM 조약은 상호 미사일 전진배치를 막고,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미사일 수를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따라서 미국의 NMD 계획은 바로 이 ABM 조약에 대한 근본적인 위반이 되며 세계적으로 미사일 체제강화를 촉진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구소련과 함께 체결한 전략무기 감축협정(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인 START I과 II를 모두 위반하는 것이 되어 러시아의 반발은 필연적이며 세계평화는 이에 따라 더욱 긴장된 상태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하여, 미국은 지난해 국제사회와 내부적인 여론의 강력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전면금지 조약 (Comprehensive Test Ban Treaty)>에 대한 조인이 의회에서 좌절된 이후, 핵무기체제를 보다 강화하고 미사일등 전략무기를 오히려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실로, 미국은 탈냉전의 시기에 맞게 군사주의적 정책에서부터 평화정책으로 전환해야 마땅한 데도 거대한 세계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세계적인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 전문가인 찰머스 존슨(Charlmers Johnson)은 그의 최근작 <역류, 아메리카 제국의 비용과 그 결과 (Blowback: The Costs and Consequences of American Empire)>에서 미국이 세계적인 대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냉전시기의 군사주의 정책을 정리하기보다는 더욱 강력한 무장력 강화를 추진함으로써 결국 전세계를 적으로 상대하는 전략적 어리석음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냉전이 끝났으면 마땅히 군사력을 축소해야 할 터인데, 도리어 군사력 증대를 통해 거대한 제국 건설에 몰두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의 주권을 침해, 이로써 반발을 사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지역, 한국과 일본내 국민들로부터 저항에 직면하는 사태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미국의 군수산업과 초국적 독점 자본이 꿈꾸고 있는 세계적 대 제국, <아메리카 제국>은 그 영향력 역사상 초유의 전지구적 차원을 가지고 있으나, 그에 대한 반발과 저항 역시 전지구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미국의 군사전략과 패권체제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기초로 한 대응이 거의 완전히 부재한 상태이다. 한-미 관계의 식민지적 본질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세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 <제국의 전쟁 시스템>에 대하여 우리는 지금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논란의 공백은 우리의 미래를 또다시 강대국의 패권전략에 맡기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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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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