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까...

마지막 상봉을 마친 이산가족들의 눈물

등록 2000.08.18 00:03수정 2000.12.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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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들은 차마 그들에게 뭔가를 물어볼 수 없었다.

마지막 만남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선물을 줬는지, 지금 소감이 어떤지,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8월 17일 오후 5시54분. 서울 워커힐 호텔 1층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마지막 개별상봉을 마친 남쪽 가족들이 하나둘씩 내렸다.

깊게 패인 주름에 빨갛게 충혈된 눈, 그리운 사람을 뒤로하고 현관으로 향하는 힘없는 걸음걸이. 서러운 눈물을 속으로 꾹꾹 눌러 참고 있는 얼굴.

그러다가 차마 참지 못하여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그래도 못참으면 소리내어 흐느끼는 그들. 오직 조용히 카메라 후레쉬만 터질 뿐이었다.

바이얼린과 첼로, 피아노의 잔잔한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한 할아버지는 앞에서 지팡이를 짚고 힘없이 걸었고, 할머니는 노란 조끼의 적십자원의 부축을 받으며 하염없이 소리내여 흐느꼈다. 한걸을 앞서가던 할아버지는 "저, 할망구…"하면서 할머니에게 핀잔을 줬지만 이미 그의 눈도 빨갛게 충혈돼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십여미터 정도 걷던 한 아주머니는 갑자기 뒤돌아 "작은 아버지 건강하세요"라고 흐느끼며 1층까지 마중나온 한 북쪽 노인을 끌어안았다. 옆에 있던 적십자원도, 취재라인 밖에 몰려있던 기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현관앞 엠브란스까지 마중나온 북쪽 박상원(70) 씨는 몸이 안좋은 어머니 민병옥(96)씨를 엠브란스에 눕힌채 연신 "어머니 몸이 말이 아니예요"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들은 땅을 보며 또는 하늘을 보며 걸었고, 할머니들은 대부분 흐느끼며 걸었다. 첫 번째 상봉장처럼 통곡의 바다는 아니었지만, 하나하나의 얼굴표정이 다 말해주고 있었다. 얼머나 힘든지, 얼마나 아쉬운지, 얼마나 서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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