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으로 말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말해야 하는가"

지금 <추적 60분> PD들은 투쟁중이다

등록 2000.08.21 12:42수정 2000.09.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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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일부 언론에서 "KBS '추적60분-국방군사연구소 편'이 다음달 3일 방영될 예정"이라는 보도한 내용은 <오마이뉴스>의 확인 결과, KBS 회사쪽에서 최종 확정한 사항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현재 KBS 노조와 PD협회에서는 회사쪽에 "불방된 '추적60분' 방영 여부를 22일 낮 12시까지 통보해 달라"고 통보했고, KBS 이석우 제작본부장은 "이미 심의실 등에 보내진 상태라 방송 수정 및 방영 여부 등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새로운 소식이 확인되는 대로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 오마이뉴스


결국 KBS의 <추적60분>은 불방되었다. 매주 일요일 밤 9시 20분에 방송하기로 시청자들에게 약속한 '추적 60분'은 어제(8월 20일) 아무런 이유 없이 '스파이 하드'란 영화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유례 없는 불방 사태를 막으려던 KBS의 일선 프로듀서들과 노동조합의 간절한 염원은 여지없이 무시되었고, KBS가 파업 때면 '방송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나가야 한다', '시청자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거품을 물었던 한국방송공사의 경영진은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을 불방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폭거를 저질렀다.

어제 방송 예정이던 추적 60분 '국방군사연구소는 왜 해체되었나'편은 원래 8월 6일에 방송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해당사자인 국방부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압력과 로비로 2주간이나 연기되었다가, 지난 8월 17일 제작본부장의 제작중단 지시를 받기에 이르렀다.

제작본부장은 제작진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정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내가 제작을 지시해도 심의실이나 편성실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는 이유를 들며 제작중단을 지시했다. 실제로 심의실에서는 심의실에 완성본이 제출되기 전 이미 제작 중단 사유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추적 60분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현업제작진과 노동조합은 이것을 '외압에 의한 불방'사태로 규정하고 언론자유와 공영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과 PD협회, 그리고 일선 제작진을 아우르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8일부터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KBS경영진은 주말인 지난 19일 제작본부의 간부들을 통해 '국방군사연구소'편의 9월 3일 방송, 제작진의 기획의도 존중, 기획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일부 내용 삭제, 그리고 여타 부분은 제작진에 일임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요일인 20일 조합측이 제작본부장을 직접 만나 확인해본 결과, 9월 3일 방송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제작본부장이 방송을 추진하고, 그 위의 세력(?)이 방송에 부정적이던 8월 17일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이에 따라 KBS노동조합과 대책위는 부사장에게 사측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고, 방송을 약속한 중재안을 끝내 확인하기를 거부하거나 회피한다면, 후배사원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으로 규정, 강력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특히 PD조합원들은 오늘(21일) 정오에 PD조합원 총회를 열어 22일 오전까지 부사장의 공식적인 답변이 없을 경우, 전원 제작거부를 결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역국을 포함한 프로그램 시사회, 사장 면담요구, 강도 높은 피켓시위, 편성규약을 통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병행하기로 했다.

한편 PD협회는 '이젠 투쟁이다'는 성명서를 통해 "프로그램으로 말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말해야 하는가. 다만 신관 로비의 아우성으로 말해야 하는 현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 KBS PD들을 바깥으로 내모는, 방송으로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실에 맞서 이제 기꺼이 투쟁의 깃발을 올리고자 한다"며 투쟁의 출정을 선포했다.

또 "지금 <추적 60분> PD들은 투쟁중이다. 방송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은 제작거부라는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투사가 아니다. 1.5평의 작은 공간 속에서 모니터를 응시하며 밤새 편집하는 방송쟁이일 뿐이다.

그러나 성역의 이름으로 이 사회의 환부를 감추려 하는 세력이 있다면, 우리 PD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투사가 되고자 한다"며 결의를 밝혔다.

이와 함께 PD협회는 박권상 사장에게 "스스로 기자였음을 자랑스럽게 말한다는 박권상 사장! 당신은 자신이 쓴 기사가, 그 속에 담긴 진실이, 정당한 이유도, 합리적인 절차도 없이 무단 삭제 당해본 경험이 있는가? 언론의 선배로서 당신은 외압에 의해 좌절해야 하는 언론인의 참담함에 일말의 공감도 느끼지 못하는가?"라고 말하며 "우리는 당신의 양심을 원한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진지한 관심과 성실한 답변을 원한다.

KBS의 PD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의 비겁함과 그 노회함을 믿지 않는다"며 솔직하고 당당하게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KBS에는 지난 19일부터 조선국립 교향악단이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을 위해 KBD홀에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일선 PD들과 노동조합이 신관로비에서 농성을 전개하자 대내외적으로 부담스러워 하던 회사측은 당장의 농성을 자제시키기 위해 방송을 9월 3일날 낼수 있다는 조건으로 농성철회 요구했다. 그러나 제작 PD들과 조합은 회사측의 명확한 약속이 없어 투쟁의 수위를 한단계 높일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KBS에는 지난 19일부터 조선국립 교향악단이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을 위해 KBD홀에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일선 PD들과 노동조합이 신관로비에서 농성을 전개하자 대내외적으로 부담스러워 하던 회사측은 당장의 농성을 자제시키기 위해 방송을 9월 3일날 낼수 있다는 조건으로 농성철회 요구했다. 그러나 제작 PD들과 조합은 회사측의 명확한 약속이 없어 투쟁의 수위를 한단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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