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쇼크' 잠 못드는 사람들

<대구>드림시티 입주예정자 모임 갖고 대책 논의

등록 2000.09.08 18:24수정 2000.09.0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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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주)우방이 건설 중인 '드림시티' 입주예정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8일 오전 11시, (주)우방 본사(대구 수성구 만촌동 소재) 2층 대강당에 모인 '드림시티' 입주예정자(2천200여가구) 중 이날 참석한 300여명은 대체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방이 이렇게 망할지 누가 알았느냐. 우방만은 살 줄 알았다"

여론에 우방이 거론될 때는 잠도 편히 청할 수 없었다는 입주예정자 마영숙 씨(50)는 "평생 살집을 마련한다는 마음으로 700만원 프리미엄에 중도금까지 모두 선납했다"며, "우방이 이 지경까지 될 줄 알았다면 그 큰 돈을 낼 수 있었겠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한 입주예정자는 "우방이 망하면 대구지역 경제가 흔들린다. 이번 사태가 빚어질지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청구, 보성 등 지역 건설업체의 부도 사태를 지켜봤던 지역 주민들이지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던 우방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버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또 입주예정자들은 법정관리 신청이후 "입주예정자들에 대해 우방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회사측을 비난했다.

가족과 함께 이 자리를 찾은 입주예정자 이병준 씨(42)는 "입주예정자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믿을 만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방은 공사가 진행중인 드림시티 사업에 대한 채무가 얼마인지, 현재 공사 진척상황은 어느 정도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드림시티'의 경우 공정률이 5% 정도로 알려지고 있지만 입주예정자들은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다.

이씨는 "공사현장을 살펴보려고 해도 우방에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고, 또 지금까지 우방이 중도금으로 받은 돈을 다른 채무를 갚는데 썼다는 각종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예정자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서라도 자세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방측에 대한 불신 깊어
'선납 홍보' 빈축 사기도


우방측에 대한 불신은 입주예정자들의 명단 공개를 미루는 회사 태도를 대할 때 더욱 심했다.

이날 입주예정자 모임을 가지기 위해 입주예정자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우방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 임의로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에 대해 입주예정자들은 '자신들의 자유로운 모임을 방해하려는 저의가 깔려있지 않은지' 의심했다.

한 입주예정자는 "계약이 성사된 이후 아파트 창호공사를 위해 J업체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밝히고, "우방의 오너 가족이 경영하는 J업체에게는 입주예정자 명단을 어떻게 쉽게 유출했느냐"며 우방 측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비난했다.

이날 우방 본사를 찾은 입주예정자들 중 30% 정도가 중도금을 미리 납부한 상태였다. 중도금을 모두 납부한 이들의 걱정은 더욱 깊었다.

입주예정자 김태환 씨(50)는 "회사측이 연 이자율 15%를 조건으로 개인에게 일일이 자료를 보내고 중도급 선납을 종용했다"며 "선납 부분에 대한 중도금까지 책임진다는 회사측 말만 믿고 다수 사람들이 이미 납부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악사태 없을 것' 자위하면서도
걱정 쉽게 떨치지 못하는 모습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중도금을 모두 보장받지 못하는 불상사로 확대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관망하는 모습이다.

'우방이 망하면 대구 경제가 혼란해지는데 쉽게 파산 결정이 나거나 최악의 사태가 빚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정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청 건축과 한 관계자 또한 "공사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빚어질지 모르지만 입주예정자들이 중도금을 떼이는 등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말했다.

결국, 우방이 공사중인 '드림시티'는 2002년 10월이 완공 예정이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입주예정자들에 대한 피해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는 20일 법정관리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 공사가 순조롭게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입주예정자들이 '우방쇼크'로 인한 걱정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이날 모인 입주예정자들은 오는 18일 오전 11시 '드림시티' 모델하우스에서 입주예정자 2차 모임을 갖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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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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