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라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는 제도개혁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가가 지급한 보좌진의 임금을 돌려받아 의원의 정치 비용으로 사용하는 전근대적인 관행이 1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 1인에게는 4급 2인, 5·6·7·9급 각 1인, 모두 6인이 법적 신분을 가진 보좌진으로 등록되게 되어 있다. 이들은 소속 의원의 임기동안 별정직 공무원 신분을 갖게 되며 국가에서 급여가 지급된다. 4급 보좌관의 경우 연봉이 약 4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급여는 매달 20일이면 각 개인의 통장으로 입금된다.
그런데 이렇게 지급되는 급여 가운데 일정액을 다시 거둬들여 의원실이나 지구당 운영 경비로 사용하는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다.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의원실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매달 몇십만원 정도를 지구당비나 운영비로 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법정 급여와는 무관하게 대폭 삭감된 액수만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국회 내에서는 이 제도를 흔히 '풀(pool)제'라고 부른다. 급여를 공동관리하며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러나 듣기좋은 이름과는 달리 이 제도는 결국 국가가 지급한 아랫 사람들의 급여를 다시 거둬들여 의원의 정치비용을 조달하는 비상식적인 관행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다.
당초 이 제도는 13대 국회에서 몇몇 재야출신 의원실에서 시행되었다. 그러던 것이 14대 국회 들어서는 수십개를 헤아리는 의원실로 확산되었고, 15·16대 국회에서도 상당수 의원실에서 시행되고 있다.
당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쓰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으나, 이제는 단지 그렇게라도 정치 비용을 거둬들이려는 제도로 변질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공정 계약관계를 피임용자들이 거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정식 임용 직전에 의원들은 이 제도의 시행에 대한 동의를 피임용자에게서 구한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임용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동의는 자발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반(半)강제적인 성격을 띠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제도에 대해 의원회관에서 일하는 보좌진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세상에 아랫 사람들 월급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 법이 어디 있냐"는 항변에서부터 "이 제도의 문제점을 말하면 마치 돈만 아는 사람같이 취급하는 의원들의 사고가 부담스럽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같은 전근대적 관행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1대1로 채용되는 계약관계에서 제시되는 '돈'에 관한 조건에 피임용자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국회내의 정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국회가 제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이같은 편법운영의 관행도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16대 국회들어 신설된 4급 보좌관 한 자리를 지구당 사무국장이 등록하게 하여 '정책보좌인력의 보강'이라던 당초 취지와는 어긋난 편법운영을 하고 있다. 활발한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국가가 급여를 지급하는 보좌인력제도를 의원들의 경제적 편의를 도모하는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편법들은 마땅히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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