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고정관념을 깨자!

사회노래패 '소리타래' 10주년 기념공연 가져

등록 2000.09.13 21:22수정 2000.09.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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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사회노래패, 참 세상 열린 노래 '소리타래'가 열 돌을 맞았다.

지난 9일 오후 7시, 경북대학교 대강당(대구 북구 산격동 소재)에서는 창단 10년째를 맞이하는 '소리타래'의 기념 콘서트가 있었다. 이날 콘서트에서 '소리타래'는 지금까지 발표한 4장의 앨범에 수록된 <희망을 사 가세요>, <살아가다 보면> 등을 불러 관객들에게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민중가요=데모가'?

'사회노래패'라고 하면 일반인들이 쉽게 떠올리는 것은 투쟁적인 민중가요를 부르는 노래패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소리타래에게 이러한 고정관념은 No!.

"지금까지 들어왔던 민중가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어야 합니다. 민중가요는 투쟁하는 사람들만의 노래나 집회를 참석한 이들에 의해 불려지는 노래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민중가요는 좀더 다양한 사람과 세상을 담는 폭넓은 음악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소리타래 사무국장 조원주 씨(31. 노래)의 말이다.

결국 닫혀진 공간이 아닌 열려진 공간으로 민중가요는 발돋움해야 하고, 다양한 계층을 위한 음악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리타래의 노래에는 우리들의 어머니도, 이른 아침에 만나는 배달원의 모습도 담겨있다.


'저녁밥 지으시는 우리 엄마에게서 / 웃으며 뛰노는 철없는 아이에게서... 새벽길을 묵묵히 뛰는 배달원에게서 / 일 마치고 퇴근하는 사람들에게서... 맑은 마음 맑은 기운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 엿볼 수 있는 세상 / 엿볼 수 있는 세상 / 얼씨구나 좋다 우리 세상 / 얼씨구나 좋다 우리세상'(<에게서>, 소리타래 4집 중)

하지만, 새로운 민중가요를 위한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민중가요를 부르는 사회노래패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보적인 운동단체에서도 민중음악을 부르는 노래패를 '딴따라' 정도로 생각할 때 힘이 듭니다. 결국 '문예 도구적'인 관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죠."


조씨는 민중가요가 폭넓은 계층에게 사랑 받으며 대중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회단체에서 단순히 투쟁하는 단체로 사회노래패를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리타래, 그들의 공연엔 '헤드뱅'이 있다?

소리타래의 콘서트 모습은 기존 사회노래패의 콘서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엄숙하고 장엄한 무대를 기대했다면 실망감이 클 수도 있다. 그들의 공연엔 TV에서나 만날 수 있는 대중가요 가수가 흔들어대는 '헤드뱅'이 있다. 그리고 무대를 에워싸고 열광적으로 '흔드는' 관객들의 몸짓이 있다.

민중가요에 대한 소리타래의 시각은 대중가요를 바라보는 그들의 생각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대중가요를 사랑 타령만 하는 노래라고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쟁을 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의 삶에는 연애가 있고, 사랑이 있습니다. 민중가요 또한 이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큰그릇이 돼야 합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소리타래에게 참 맛이 있다'

하지만, 일면 '가볍게' 비쳐질 수 있는 그들에게 누구도 쉽게 비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중가요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하는 소리타래도 모순된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망각하지 않는 진지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긴 세월동안 우리는 지금 역사를 만들어왔다 / 때로는 꺾이고 주저앉기도 했지만 / 투쟁, 투쟁, 투쟁하는 곳에만 / 승리, 승리, 승리가 있었다... (중략) ... 무조건 끝까지 승리할 때까지 / 투쟁, 투쟁 우리는 외친다 / 투쟁만이 살 길 이다' (<투쟁만이 살길이다>, 소리타래 3집 중)

그래서 각종 노동, 농민운동의 시위현장에서 소리타래를 만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속에는 소리타래를 반기는 이들이 있다.

"투쟁 현장에서 소리타래와 자주 만나 함께 고민하고, 운동에 대해 모색해 왔습니다. 소리타래의 노래는 집회에서 들을 때 참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대경연합 이영기 집행위원장)

소리타래에게 힘든 것, 역시 '돈 문제'?

'10년 고개'를 막 넘어선 소리타래에게도 어려움은 많았다. 그리고 앞으로 마주해야 할 문제들은 더욱 많을 것이다. 소리타래의 걱정은 무엇일까?

"우습지만 돈 문제죠. 돈이 되지 않으면 신념만으로 노래를 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해야겠죠." 사무국장 조원주 씨는 '돈 문제'라며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역시 '언더'가 벗어나기 힘든 문제가 재정 문제인 것이다.

소리타래 단원은 상근 2명, 비상근 2명을 포함해 모두 네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에게 작지만 일정한 보수를 지급한 것도 1년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단원들이 개인적으로 편의점이다, 주유소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와 활동비를 마련했다. 이제는 작지만 일정한 수입에 그들은 만족하고 있었다. 노래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또, 조씨는 소리타래가 헤쳐나가야 할 두 번째 문제로 '질적인 음악'을 꼽았다.

"우리는 놀아도 기타들고, 노래 부르면서 놉니다. 열심히 연습하고, 창작하는 길만이 음악으로 승부 할 수 있는 소리타래를 만드는 길이니까요"

'어정쩡한' 노래로 자신들의 노래를 들어달라 구걸하기보다 좋은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프로'다운 의식이 그들에게 있는 듯했다.

'웃고 우는 우리의 삶이 담긴 노래 부르고 싶어...'

지역 노래패가 살아가기 위한 여건이 마련되기 어려운 실정에서 소리타래 10년은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살아온 10년보다 앞으로 넘어야할 세월의 고개를 소리타래는 자신 할 수 있을까. 소리타래에게 다가올 또 다른 10년에 대해 물었다.

"지켜봐 달라고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노래를 사랑하고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하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10년이라는 세월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우리는 노래를 할 뿐입니다"

소리타래 10년을 기념하는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그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이 있는 곳에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습니다. 내 노래로 사람들이 함께 웃고 웃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삶이 담겨진 민중가요를 부고 싶다는 소리타래가 있고, 그 노래를 듣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앞으로도 소리타래를 영원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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