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터키 문화이야기 3> 둘만을 위한 흥겨운 마을 잔치

등록 2000.10.13 17:09수정 2000.10.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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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터키 문화이야기의 세번째 이야기는 달리는 결혼식에 이어지는 이색 결혼식 놀이에 관한 이야기다.


‘젤린 제즈 드리밋’(차타고 시내돌기)를 마친 남자들과 신부가 마을에 도착하면 바로 결혼식의 다음 의식이 진행된다. 사실 이 때부터 먹고 마시는 잔치가 시작되어 하루 종일 혹은 밤늦게까지 잔치는 계속된다.

앨마 아트마스와 체레즈

차에서 내린 사람들, 마을 공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을 사람들, 그리고 천방지축 날뛰는 아이들, 이들이 모여 있는 사이에서 몇몇의 남자들이 경쟁적으로 하늘을 향해 권총을 쏘아댔다.

소란한 가운데 신랑과 사흐더치(들러리) 그리고 몇몇 남자들이 신랑 집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들러리와 신랑은 집앞에 모여 있는 하객들을 향해 피스타치오를 던지기 시작했다.

하객들은 떨어지는 피스타치오를 서로 앞다투어 주우려고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때 피스타치오에 동전을 넣어 던지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아이들 몫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체레즈라는 놀이다.

차에서 신부가 내릴 준비가 되자 사람들이 커다란 천을 펴서 들었다. 신부는 그 천 아래 몸을 숨긴 채 신랑 집으로 향했다. 신부가 신랑 집 문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문 바로 위 지붕에 서 있던 신랑이 신부를 향해 사과를 던졌다. 사과에 맞아 신부가 다치지 않도록 사과에는 미리 가로 세로로 칼집을 내놓는다고 한다.


터키어로 사과는 ‘앨마’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앨마 아트마스라는 놀이다. 이때 사과를 주운 사람은 이 사과를 들러리에게 도로 판다고 한다. 이 놀이의 의미는 액막이다. 신랑 신부가 살아갈 미래에 나쁜 일은 다 물러가고 좋은 일만 생기게 해달라는 기원이라고 한다. 신랑신부의 결혼을 축하하고 액막이를 하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놀이는 놀이라기 보다 의식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여기까지 끝나면 공식적인 듀운오유느는 끝이 난다. 그 다음에는 신랑은 남자 친척, 이웃, 친구들과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그 이후에는 친구들끼리 음식과 술을 마시며 논다고 한다. 신부도 마찬가지로 주위 사람들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신부의 경우 이 때부터 외간 남자들에게 얼굴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이후에 특별한 의식은 없다. 다만 즐겁게 먹고 놀면 된다.


듀운 오유느 전에 행해지는 일들

마을잔치

결혼 전 날 마을은 온통 음식냄새로 진동한다. 치플릭쿄이 마을은 집성촌이었다. 신랑 집안이 마을 인구의 절반이었고 다른 한 집안이 나머지 절반이었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번 결혼식도 근친혼인 듯했다.

당연히 하나의 결혼은 마을 잔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와서 치러지는 결혼식인 만큼 음식은 여러 집에서 나누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우리네 만두라고 할 수 있는 뷰렉이 만들어지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아이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결혼식에 가장 설레는 이들은 아마 아이들이 아닌가 싶었다. 음식냄새가 풍기는 곳마다 아아들이 몰려 떼를 쓰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신랑 길들이기

우리네 전통 결혼식에 보면 신랑을 패는 놀이가 있다. 주로 신부 집에서 행해지는데 혼례가 끝나면, 신부쪽 사람들이 신부를 데려가는 신랑의 발바닥을 패는 놀이다. 신부쪽 남자들이 예쁜 여자를 데려가는 신랑에 대한 분풀이의 의미로 신랑을 체벌하는 것이다. 물론 혼례 때 행해지는 재미 있는 볼거리이자 즐거운 놀이다. 그러는 가운데 신부는 신랑을 아끼는 마음을 처음으로 가져보기도 하고...

에르주름에서도 결혼을 하는 신랑을 때리는 풍습이 있다. 아스케르에이팀이라는 놀이다. 결혼식 바로 전날 신랑 집에서 그런 풍습을 목격했다.

결혼식 날이나 결혼식 전에 집안 사람들이 모이면 어른 중의 한 사람이 신랑과 들러리를 나란히 세워 놓고 제식 훈련을 시킨다. “좌향좌”, ”우향우”, “경례”, “엎드려 뻗쳐”등 어른의 구령에 맞춰 두 사람은 군사교육을 받는다. 이때 신랑은 잘하든 못하든 채벌을 받는다. 따귀를 맞는 등 죄 없이 수난을 당한다.

아스케르에이팀이란 병정놀이라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터키에서 군인은 선망의 신분이다. 근대화된 터키에서 군인은 대우로 보나 사람들의 선호도로 보나 최상의 직업이다. 오랜 옛날부터 투르크족이 전쟁을 많이 치렀기 때문에 당연히 군인신분이 대우를 받았던 것 같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대 때 황제 술탄의 근위대로 알려져 있는 ‘야니세리’는 막강한 권세를 누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에서 그냥 재미 삼아 행해지는 놀이인 듯 했다.

같은 날, 밤 늦게 신부 집에도 여자들이 모인다. 이 때 신부는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인다. 결혼식 날 신랑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봉숭아물도 들이고 결혼생활에 대한 선배들의 이야기가 오가면서 그렇게 결혼 전날밤은 깊어 간다.

전통사회를 지키는 사람들

에르주름에서 두 남녀의 결혼이 결정되면 딘니캬흐 즉 이맘 앞에서 행해지는 서약은 언제든지 치를 수 있다. 그러나 듀운오유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므로 신랑 집에서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고 난 다음에 치러진다. 길게는 두 의식 사이에 1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치러지는 결혼식은 전통결혼식이다. 물론 도시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맘에게 서약을 하고 나서 일반적인 서양식의 결혼식을 치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각 지방마다 결혼 풍습이 다르지만 대개 시골에서는 아직도 전통결혼식이 행해진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이제 시골에서도 전통결혼식을 찾아보기 힘든 반면 에르주름의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있었다. 거창하게 전통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말하기는 힘들지만 자기 것을 사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보기가 좋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날아드는 한 장의 청첩장. 오랫동안 연락을 않다가 그 한 장의 청첩장을 들고 결혼식장을 찾아가 얼굴도장을 찍고 도망치기에 바쁜 그런 결혼식이 아닌 그야말로 신랑, 신부와 함께 그리고 친척,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갖가지 의식과 놀이를 즐기며 치루어 지는 결혼식. 이런 결혼식을 통해 전통사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따뜻한 정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르주름의 치플릭쿄이는 따뜻한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에르주름 소개

에르주름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를 거쳐 다시 앙카라에서 비행기로 2시간 가량 가는 동부의 작은 도시이다. 현재의 터키 땅으로 이주했던 몽고계 민족들은 에르주름을 먼저 장악하고 이스탄불쪽으로 나아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에르주름은 현 터키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정착했던 도시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쇠락한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yhome.shinbiro.com/~fhu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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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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