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역사 속의 오마이뉴스

이효성 <뉴욕칼럼>: 신문방송학 교수가 본 'YS중계'

등록 2000.10.19 03:10수정 2004.02.0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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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신방과 이효성 교수가 오마이뉴스를 저널리즘의 역사 속에서 평가하는 기사를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기사가 인터넷 저널리즘의 현단계와 미래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의 한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따라서 오마이뉴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뿐 아니라 비판적 평가와 문제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래 독자의견을 통해, 혹은 기사쓰기를 통해 여러분의 동참 기대합니다.--편집자)

반론기사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를 쌍방향성, 신속성 등에 연연하지 말라(오세은 기자)

<오마이뉴스>가 온라인 저널리즘, 대안 저널리즘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0월 13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대 앞 대치 사건에 관한 <오마이뉴스>의 현장중계 보도는 온라인 저널리즘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존의 저널리즘과 어떻게 다른가를 잘 보여준 쾌거였다.

온라인 신문 <오마이뉴스>의 이 현장중계 보도는 저널리즘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15시간 동안 30분 단위로 24회에 걸쳐 생중계식 보도를 했고, 그 날의 접속자수가 17만 4천 건이 넘었고, 그 기사를 읽은 독자수가 3만 5천여 명에 달하며, 의견을 단 독자들이 650여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것이 그날 단 하루에 달성된 수치다. 그 날 이후의 것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치다. 이 모든 수치는 새로운 기록이다. 이 보도에는 후에 음성과 동영상까지 곁들여져 온라인 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고대앞 대치사건에 관한 <오마이뉴스>의 현장중계 보도는 이러한 숫자상의 양적인 기록에만 그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현장중계 보도의 더 큰 의의는 그것이 온라인 저널리즘과 대안 저널리즘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점에 있다. 이 점에서도 <오마이뉴스>는 우리 언론 역사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시시각각으로 현장중계 보도를 이어간다는 것은 종이신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종이신문은 기껏해야 호외나 한 번 발행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 발행에 상당한 돈이 들고 그것을 배달하는 것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그나마 발행하지도 못한다. 방송의 경우는 생중계가 가능하지만 그러나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하는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방송도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이 발생한다고 모두 현장중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온라인 신문은, 종이신문과는 달리, 비용이나 배달의 문제가 없이 시시각각 중계보도도 가능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희생시켜야 하는 방송과는 달리, 다른 기사를 희생시킬 필요도 없다. 온라인 신문은 사건이 발생하는 대로 아무런 제약 없이 새로운 기사를 실시간으로 추가해서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온라인 신문은 기사와 사진만이 아니라 음성과 동영상까지 제공할 수 있으니 기존의 어떤 매체도 지니지 못한 멀티미디어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융통성은 온라인 신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이 장점은 <오마이뉴스>의 김 전 대통령 고대 대치사건 중계보도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온라인 신문의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독자가 기사를 읽고 그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이신문에서는 기껏해야 며칠 뒤에 독자 투고라는 형식으로 선별된 소수만의 의견개진이 허용될 뿐이다. 방송 저널리즘은 일반적으로 시청자 참여를 허용하지도 않지만 어쩌다 하는 경우에도 시간상의 제약 때문에 시청자의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온라인 신문에서는 즉석에서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모두 의견개진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신문은 일방적인 대중매체가 아니라 대중매체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쌍방적인 매체로서 기능할 수 있다. 기존의 매체가 권위적이고 주입식이라면 온라인 신문은 민주적이고 교호적 또는 상호작용적이다. <오마이뉴스>는 이 점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기사에 반대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에 반대하고 심지어는 증오하는 사람들조차도 마음대로 의견을 올리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고대 앞 대치사건에 관한 <오마이뉴스>의 현장중계 보도와 그 후속보도는 속보성과 민주성에서뿐만 아니라 그 대안성에서도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중재를 위해 그 현장에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 고려대 이사장이며 동아일보 회장인 김병관 씨의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도했기 때문이다.

명문 사립대의 이사장이자 한 때는 한국 최고의 권위지를 자부하던 동아일보의 회장이라면 우리 사회의 지도급인사이며 공인중의 공인이다. 그런 분이 대낮부터 술에 취한 모습으로 횡설수설하는 모습은, 특히 김정일의 하사품이라며 김정일이 준 북한 영화음악 CD를 가지고 다니면서 자랑하는 모습은 실로 가관이며 그 자체로서 대단한 뉴스 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네 잘못에 눈감을 테니까 내 잘못도 덮어두라는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우리 언론, 남의 눈의 티는 보아도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아니 보지 않는--우리 언론,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진실을 외면하거나 심지어 왜곡까지 하는 우리 언론이 그에 관해서 제대로 보도할 리 없다.

진실과 정의의 추구자로가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 특히 기득권 세력의 대변자로 나서는 언론, 대통령 후보의 검증과 같은 염불에는 관심 없고 특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과 같은 잿밥에만 관심 있는 언론, 밤의 대통령을 자처하며 권력을 남용하는 언론, 기득권 세력이 되어 개혁과 통일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언론. 이런 우리 언론에 진실과 정의를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대안 언론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가 <오마이뉴스>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런 대안 저널리즘이다. 그리고 <오마이뉴스>는 김 전 대통령 고대앞 대치사건의 보도를 통해 대안적 저널리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주었다. <오마이뉴스>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최고 지도급 인사들인 전직 대통령과 대언론사 회장의 진면목의 일단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우리 언론이 보도해야 함에도 보도하지 않는 것을 보도했다. 그것을 통해 우리 언론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얼마나 자의적인지도 드러내주었다.

우리의 대언론사들이 기득권에 취해 진실을 왜곡하고 정의와 민심을 외면하는 사이 <오마이뉴스>와 같은 대안적 온라인 신문이 진실을 전하고 정의와 민심을 대변하는 바른 언론으로 역할해야 한다. 그 역할이 거듭되고 거듭되면 어느 날 문득 대안적 온라인 신문들이 한국 최고이자 최대의 바른 언론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바른 언론이 기득권에 취한 언론을 제압하는 날이 오면, 기득권의 의견이 아니라 진정한 민심이 여론이 될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진실이 들풀처럼 번지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될 것이다. 그 날을 위해, 바른 저널리즘을 위해, <오마이뉴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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