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지역 미군만행 끝이 없다

뇌조리 지역 토양 기름오염 새로 드러나

등록 2000.11.06 15:46수정 2000.11.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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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가 미군들의 각종 만행으로 인해 한-미간의 새로운 마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미공병여단(일명 캠프하우즈)이 주둔 지역에서 기름유출로 말썽을 빚더니, 이곳 후문인 뇌조리 지역에서는 수년전부터 이미 대량의 기름을 흘려보내 2m 이상의 땅속 토양까지 오염시킨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녹색연합 미군기지환경감시 관계자, 서울방송(SBS) 기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한 오염실태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날 관계자들은 중장비를 동원, 부대 철조망 담주변 4곳을 확인한 결과 땅속 2m 지점에서도 시커멓게 썪은 흙이 쏟아져 나오며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곳에서 30m 가량 떨어진 하수구에서도 기름으로 인한 오염의 심각성을 확인했다. 나무로 바닥을 휘젓자 무지개빛 기름띠가 퍼져 나갔고 바닥에는 시커먼 기름이끼가 두껍게 덮혀 있었다. 이것 역시 물에 띄우자 기름이 퍼져나갔다.

이날 오염실태 파악에 참여했던 녹색연합 미군기지환경감시팀 이유진 간사는 "이 곳의 오염실태가 인천의 문학산 만큼이나 심각하다"며, "사방이 온통 기름으로 오염돼 기름냄새가 어디서 나는지조차 모를 정도"라며 사태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조속한 실태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군측은 "표본조사를 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8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고 오염 지역이 담장 밖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대책을 파주시로 떠넘기고 있다.


미군들의 만행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

지난 10월 22일부터 1주일동안 적성면 식현리와 파평면 장파리에서 무려 4차례나 농민들이 건조를 위해 널어좋은 벼 9백여 포대(포대당 30kg)를 짓밟았다. 그리곤 6농가를 방문, 위로금이라며 각 10만원씩 60만원을 전달하고 돌아갔다. 물론 이 보상은 법원을 통해 한국정부가 한다.


최근에는 가을 추수도 하지 못한 진동면 초리 일대 스토리사격장 내 농경지를 차단기로 가로막고 농민들의 출입을 막고 있어 6일 현재에도 1만평 가량의 논에 벼가 그대로 남아 있어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농민들이 중장비를 동원, 차단기를 부수고 1톤트럭 3대분량의 콩을 실어내오기도 했지만 아직도 수확해야 할 많은 농작물이 농민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또 6일에는 문중시제를 지내기 위해 스토리사격장 내 조상묘를 찾았던 풍양 조씨 문중들이 농민들과 함께 차단기를 부수고 묘소에 들어가 제사를 지냈다. 이날 문중들은 차단기 설치로 사격장 내에 모셔져 있는 조상묘를 들어갈 수 없자 묘소가 아닌 집 앞에서 시제를 지낸 뒤 문중과 농민들이 7~8대의 차량에 분승, 스토리사격장에 들어가 산소용접기로 차단기를 부수고야 묘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파평면 스토리사격장설치 반대추진위원회와 농민들은 가을수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며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파주의 불행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파평면 장파리 인근은 미군 주둔으로 인해 커진 마을이다. 때문에 사소한 마찰쯤은 별 탈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이들의 만행에 더 이상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차단기를 부수는 등의 물리적인 행동을 통해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재개정 여론이 일고 있는 한미행정협정 체결도 파주에서 일어난 미군의 만행에서 비롯됐다. 지난 1962년 1월 6일 파주에서 나무꾼 2명이 미군의 총에 의해 희생됐는데 그 미군은 태연하게 "사냥연습을 했다"고 말해 국민을 분노케 했다.

또 62년 5월 29일에는 한 미군부대에서 절도사건이 일어나자 미군측은 한국 종업원을 한곳에 모아 놓고 집단폭행한 일명 "파주린치사건"이 일어났다. 파주 린치사건은 전국적 학생시위를 유발해 결국 미국은 미군의 형사재판권, 민사청구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지금의 한미행정에 서명한 것이다.

어쨌든 파주에서 미군은 두 얼굴이었다. 한때는 그들을 상대로 생업을 이어갔고 그들의 주머니에서 달러를 빼내기 위해 누이들이 몸을 팔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며 농민들은 이들의 만행에 대해 참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장파리에서 20여년째 농사를 지어오고 있는 한 농민은 "대학생들이 왜 미군들을 물러가라고 했는지 이제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농민들이 나서서 불공정한 소파(SOFA)협정이 개정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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