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재첩의 자존심을 지킵시다"

중국등 타지서 하루 수십 톤씩 가져와

등록 2000.11.24 10:16수정 2000.11.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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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강 중에서 비교적 제일 오염이 덜돼 깨끗하다고 명명된 섬진강.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섬진강'하면 먼저 깨끗하고 포근한 고향 같은 곳이라고 연상되기도 한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섬진강은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 550리 길을 구비쳐 도계(道界)를 이루는 지점인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에 이르게 되면 섬진대교를 사이에 두고 있는 양 지역 주민들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공히 똑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바로 이지역 특산물의 하나인 섬진강 재첩잡이가 그것이다. 전북 진안에 있는 명산 마이산과 아래에 위치한 지리산 심심산골의 물이 모여 광양만인 남해로 흘러드는 이 지역 섬진강 하류 사람들(광양시 다압면, 진월면. 하동군 강평, 목도, 두곡, 화심)이 강을 경계로 썰물일 때 재첩을 잡는 광경은 한 점의 그림을 연상하리 만큼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연 그 자체인 것이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특산품 재첩이 언제부터인가 이 지역을 비롯, 전국의 식당에 섬진강 재첩을 찾는 미식가 들이 증가하자 한정된 섬진강 재첩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와중에 섬진강 재첩을 유통하는 유통업자들은 중국산과 외지산을 대거 유입해 식당에 유통시키고 있는 것.

이렇듯 재첩의 물량이 부족하자 재첩을 파는 식당 상당 수 또한 중국산과 외지산을 알면서도 섬진강 재첩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지역 특산품인 섬진강 재첩의 품질 보존에 적신호가 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들을 여기저기서 하고 있는 형국인데도 관계당국은 알면서도 자연스런 현상으로 여기는지 별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듯 해 보인다.


이는 재첩을 생산하는 주민들과 유통업자, 식당을 하는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하동읍에 위치한 K식당의 한 주인은 "섬진강 재첩의 물량이 한정돼 공급이 달리게 되자 외지 재첩을 국산과 섞어 사용한 지가 꽤 됐지만 어쩔 수 없다"며 "다 아는 사실을 왜 묻느냐"고 묻기도 했다.


광양시에 위치한 한 식당 또한 "섬진강 재첩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식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다 보니 당연히 공급이 달리자 중국산과 해남산, 영산호 재첩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놨다.

이에 대해 광양시 수산계 한 관계자는 "알고는 있지만 섬진강 재첩과 외지산을 직접 구분하기가 힘들고 중국산이나 외지산을 팔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당 어디에도 중국산이나 외지산 이라고 말하고 판매하는 식당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지역 주민들은 관광객이나 외지 손님이 찾을 때면 으레 손님 치레로 '섬진강 재첩국'을 자연스레 맛 뵈러 간다. 그들 또한 섬진강 재첩을 찾는다.

잡맛이 전혀 나지 않는 순수한 맛을 수 십년 동안 지녀온 섬진강 재첩은 오장을 부드럽게 하고 기갈을 달래 준다고 해서 더욱 유명하다.

이런 지역의 특산품인 섬진강 재첩을 공급이 달린다고 해서 특산물을 맛보러 오는 관광객들에게 타국이나 타지에서 유통해 둔갑한 재첩을 손님들에게 떳떳이 섬진강 재첩 이라고 내 놓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손님들에게 '맛이 으뜸인 섬진강 재첩은 물량이 한정돼 불가피하게 외지산을 판매한다'고 하면 큰 오산일까?

특산품은 많은 사람에게 대량으로 두루 공급되는 것도 좋지만 이처럼 채취량의 부족에서 오는 귀함이 더욱 값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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