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찾는 이에게 반가울 헌책방

송파동 <송파도서>

등록 2000.11.25 10:25수정 2000.11.27 11:01
0
원고료로 응원
[송파동 송파도서] 02) 421-6961,6962 / 016-313-4402 / 011-471-9927

가. 일요일에 찾아가서 헛걸음치다


한강 아래 강남과 잠실쪽에 있는 헌책방을 자주 다니는 동무가 지난 달 즈음 무척 괜찮은 헌책방 한 군데를 보았노라 얘기했습니다. `헌책방'만은 아니고 문닫는 만화방이나 대여점 책들을 정리해 주고 새로 문여는 가게 매매도 알아봐 주는 일도 하는 곳이지만 그곳에 가니 놀랄 만큼 만화책이나 무협 이야기, 소설 무리 들을 건질 수 있노라 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서울에서 한강 위에 살고 있고 거기까지 가려면 하루 날 잡고 가야 하기에 그림의 떡처럼 생각했고 그 언저리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아가면 좋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스무 날 쯤 앞서 일요일 낮에 맘잡고 찾아갔죠. 일요일이지만 딱히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없어서 `오늘이 날이다' 치고 가자고요. 그런데 웬걸. 먼 길을 돌아돌아, 잠실역에서 2호선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는 머나먼 길까지 걸어서 갔건만 문이 닫혀 있습니다. 굳게 닫힌 문 옆에는,

"안내"
- 영업시간 : AM 09:30 - PM 19:00 일요일읍 쉽니다
- 주차시 스티커 발부 주의!

이런 작은자보(?)가 붙어있지 뭡니까. 동무는 내게 "8호선 석촌역 4번 나들목으로 나가"면 된다고 했으나 이렇게 일요일은 쉰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기에 뒷통수를 한 대 맞았죠. 이때 뒷통수가 무척 아팠습니다.

그래서 동무가 말한 <송파도서>가 있는 건물 `성은빌딩' 왼편 골목길로 주욱 들어가면 있다는 고서점 <예원>이란 곳도 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예원>도 마찬가지로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나. <송파도서>는 괜찮은 곳이다

서울에서 동대문 즈음 도매상들이 많은 골목 맨 끝까지 가면 <신진서점>이라는 만화책만 파는 헌책방이 하나 있습니다. 만화가 이우일씨가 1995년에 <씨네21>에 소개한 만화책 전문 헌책방은 여럿 있었지만 2000년까지 오는 동안 `헌 만화책방'은 모두 문을 닫고 <신진서점> 하나만 남았죠. 송파동에 자리한 <송파도서>는 만화책만 다루지는 않으나 `헌 만화책방'인 <신진서점> 보다 만화책 가짓수나 부피가 훨씬 큽디다.


엊그제 어느 문닫은 만화대여점에서 만화책을 잔뜩 들어왔다는 소식도 들어서 그럼 그 가운데 쏠쏠한 녀석들이 꽤 있겠구나 싶었는데 참말 그렇더군요. 빌려 주고 못 받은-빌려간 사람이 빌려간 줄도 잊어버려서- <백성민-토끼,서울문화사> 다섯 권과 마찬가지로 빌려 주고 뺏긴 <오세영-봄과 신작로,서울문화사>를 이곳에서 다시 채웠습니다. <김 진-조그맣고 조그맣고 조그마한 사랑이야기,시공사> 세 권도 잡고 <문흥미-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우리집,대원>도 두 권 건지고 <오사무 야마모토-머나먼 갑자원,서울문화사> 6,7권과 <정훈이-트러블 삼국지,대원> 1,2권도 건졌습니다.

어제 저녁에 잠깐 찾아가서 한 시간이 못 되는 동안 살피니 김소진 마지막 단편소설을 묶은 솔출판사 책도 보이고 <김동화-못난이> 세 권 전질도 두어 짝 보입니다.

다. 수천 수만 권에 이르는 만화책 운명은?

제가 찾아간 어제 <송파도서>에서 일하는 분들은 문닫은 대여점에서 들어온 만화책을 갈무리하느라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수천 권에 이르는 만화책들을 짝대로 맞추고 버릴 것 솎아내려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책방 들목과 안쪽엔 아직 풀지도 못하고 끈으로 꽁꽁 묶어둔 만화책만 몇천 권씩이나 됩디다. 그리고 가게 바닥에는 얼추 짝을 맞추고 그린이(작가)대로 나눈 녀석들을 주욱 늘어놓았고요.

<송파도서>에 있는 책장 또한 문닫은 대여점에서 쓰던 책장들입니다. 안쪽 깊숙한 곳에는 푹신걸상(소파)도 있는데 이 또한 문닫은 대여점에서 가져왔지 싶네요. 참으로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가고 계시더군요.

대여점에서 풀려나온 이 엄청난 만화책, 무협 이야기, 소설 들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새로 문을 여는 대여점이 있다면 알뜰히 거두어가겠죠. 하지만 그렇게 가져가기 앞서는? 바로 이 동네 언저리에 사는 분들이나 좋은 책을 건지고픈 이들 손에 달려 있습니다.

라. `노동조건'은 가장 좋은 곳이 아닐까

만화책 열다섯 권을 무척 싼 값으로 가지고 나오며 `영업시간' 작은자보를 다시 봅니다. 아침 아홉 시 반에 문을 열고 저녁 일곱 시에 닫는 곳. 저녁 여섯 시 반 안팎 일을 마치는 이 동네 언저리 직장인들이 찾기 만만치 않습니다. 더구나 일요일은 쉬니까요.

그러나 다른 헌책방들이 책방임자들이 당신들 몸을 혹사하면서 가게를 꾸려가지 않고 알맞게 일하고 알맞게 쉰다는 원칙이기에 참 보기 좋았습니다. 사실 다른 헌책방들은 `쉬는 날이 없다'시피 하고 `열 시나 낮밥 나절 문을 열어 밤늦게까지 장사하기'에 따로 `영업시간'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 헌책방만이 갖는 남다른 구석이지만 이렇게 `영업시간'을 또렷하게 못박아 책방살림을 꾸리는 이들도 쉴 땐 쉬며 장사를 한다면 더 기운차게 일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덧붙이는 글 | * <송파도서> 찾아가는 길 *
 
 하나. 지하철 8호선 석촌역 4번 나들목에서 나와 곧바로 30미터
 - 갈아탈 때는 2호선 잠실에서는 되도록 갈아타지 않도록. 잠실에서 내려서 
   찾아가면 `갈아타는 길'이 너무 멈
 - 갈아탈 때는 5호선 천호역이 아주 좋음. 5-8호선 천호역은 갈아타는 길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좋은 보기임. 5호선에서 내려 계단만 서른 칸 올
   라가면 바로 8호선이 다님.
 
 둘. 버스는 "송파입구" 정류장
 - 16, 30-1, 32, 63-1, 65, 70, 522, 570-2, 571-1, 812, 813-2, 861, 906

덧붙이는 글 * <송파도서> 찾아가는 길 *
 
 하나. 지하철 8호선 석촌역 4번 나들목에서 나와 곧바로 30미터
 - 갈아탈 때는 2호선 잠실에서는 되도록 갈아타지 않도록. 잠실에서 내려서 
   찾아가면 `갈아타는 길'이 너무 멈
 - 갈아탈 때는 5호선 천호역이 아주 좋음. 5-8호선 천호역은 갈아타는 길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좋은 보기임. 5호선에서 내려 계단만 서른 칸 올
   라가면 바로 8호선이 다님.
 
 둘. 버스는 "송파입구" 정류장
 - 16, 30-1, 32, 63-1, 65, 70, 522, 570-2, 571-1, 812, 813-2, 861, 9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2. 2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3. 3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