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CEO들은 왜 이에야스를 후계자로 선택했을까?

<서평>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록 2000.11.28 10:07수정 2000.11.28 12:14
0
원고료로 응원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롱셀러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마침내 국내에 상륙했다. 1950년부터 1967년까지 4,725회에 걸쳐 일본의 대표적인 언론인 <츄니치中日 신문>, <홋카이도北海道 신문>, <코베神戶 신문>에 동시 연재되면서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이 책이 갖고 있는 경력은 사실상 전무후무하다고 할 만하다. 200자 원고지 5만 매 분량으로 3부작 32권의 이 대하소설은 [삼국지연의]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능가하는 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중에 3,000만 부가 팔렸으며, 이후 문고판 등을 합칠 경우 이 책을 출간한 코단샤(講談社)에서도 정확한 발행 부수를 계산하지 못해 약 1억 수천만 부로 추정할 뿐이라고 한다. 이는 일본 출판계의 전후 최대 발행부수이다.

일본을 읽는 텍스트

일본의 50, 60년대를 관통한 이 책은 전후 일본의 정신과 문화, 그리고 그들의 국민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이 소설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일본을 읽는 가장 적절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탐구는 이미 국내에도 한창이다. 최근 디지털 시대의 경영철학에 대한 관심 속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작가정신 펴냄) 등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상과 경영을 소개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에서 가장 탁월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인물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꼽는다. 일본의 CEO에게 '누구를 후계자로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CEO들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265년 동안 안정적으로 체제를 유지한 그의 경영방법에 높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1542∼1616)는 1백년 이상 지속됐던 16세기 일본 전국(戰國)의 난세를 종식하고 에도 막부를 열었던 인물이다.

이에야스의 일대기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까지 합쳐 3명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반전평화, 인간주의 담은 이상소설

이번에 솔 출판사는 32권에 달하는 대작을 펴내면서 그 동안 이 책에 대해 잘못 인식돼 온 것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이 책이 출간 직후부터 일본 우익 국가주의자들에 의해 숱하게 인용되고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소설이 관통하는 핵심사상이 반전평화, 인간주의 등 보편적이고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갖고 있음에도 반일주의적 경향에 맞물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70년대 초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공전의 판매 부수를 올렸지만, 졸역, 축역, 오역, 누락 등으로 인해 원문이 지닌 문화적 문학적 내용과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솔 출판사가 이 책에 쏟은 애정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40년 동안 일본의 문학과 문화에 관한 책을 번역한 이길진 씨가 3년에 걸쳐 번역했다. 또 센고쿠 시대를 정확히 보여주고자 하는 출판사의 노력은 찬사를 받을 만 하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보·가계도·초상, 시대배경인 센고쿠(戰國)시대 용어사전·시각표·복식·머리모양·관위표, 주요 장수의 군기 등은 좀체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부록이라는 생각이다.

지은이 야마오카 소하치가 1953년 서문에 쓴 구절에서 이 소설의 전모를 이렇게 언급한다.

"물론 사실의 근간을 왜곡하려고 하지 않았고, 독자를 싫증나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여느 역사소설과는 조금 달리, 작가의 공상을 자유롭게 구사하였다. 낭만 소설은 물론 아니다. 말하자면 나의 [전쟁과 평화]이고, 지금의 내 그림자이며, 과거의 인간 군상을 그림으로써 다음 세대의 빛을 모색해가는 '이상(理想) 소설'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역사를 무대로 펼쳐지는 갖가지 캐릭터들의 활약상을 통해 대하소설이 주는 독서의 맛을 한껏 제공한다. 또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길잡이로도 이 책은 여느 일본 관련책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특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경영기법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그의 삶과 사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