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바로 오늘(12월 7일) 또 무슨 일이 일어났었나?

등록 2000.12.07 20:24수정 2000.12.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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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경 한복판에 위치한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적 본산인 야스구니 신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구단회관에서는 오늘 (2000년 12월 7일) "2000년 일본군 성범죄 전범 국제법정"이 시작된다고 한다.

50년 동안 가해국인 일본이나 피해국인 한국의 정치가나 역사가들이 '나 모르세'로 초지일관 회피해 온 부끄러운 모습에 더는 참을 수 없어 피해 당사자들인 노구의 할머니들이 분연히 일어선 가슴 떨리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오늘 12월 7일은 2차 세계 대전의 또다른 가해국인 독일과 그 피해국인 폴란드에게도 역사적인 날이었다.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70년 12월 7일 당시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를 방문 중이던 독일 수상 브란트(Willy Brandt)는 바르샤바의 유대인 밀집촌(Gehtto)에 있는 2차 대전 희생자들을 위한 기념탑에 헌화하던 중 갑자기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가해국 독일의 수상으로서 그는 히틀러(Adolf Hitler)가 1939년 9월 1일 폴란드 국경을 침범함으로써 발발된 제 2차 세계 대전으로 말미암아 희생된 그들에게 30여년 만에 독일을 대표해서 참회의 상징적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의 이 무릎 꿇는 사진은 전 유럽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으며 한 저널리스트는 "무릎 꿇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꿇지 않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꿇을 필요없는 그가 무릎을 꿇었다"고 쓰고 있다. 왜냐하면 사생아 출신의 그 자신 또한 히틀러 치하에서 노르웨이와 스웨덴으로 쫓겨다녔던 피해자 신세였기 때문이다.

오늘 12월 7일 일어난 2가지 역사적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커다란 차이점은 유럽의 경우 과거청산 문제는 당사자들만의 한맺힌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해결 노력을 요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본다는 것이요, 아시아의 경우는 사회의 상층부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당해온 당사자들이 목숨걸고 투쟁해도 국가적 제도적으로 아무런 반향 없는 당사자들만의 개인적 사건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차이점이 존속될 것인가? 부끄럽고 아쉽지만 오늘 할머니들이 그 차이점을 개선하기 위한 첫발을 힘차게 내딛으셨다.

조만간 독일 수상이 무릎 꿇었듯이 일본 천황이 위안부 할머니들께 무릎꿇고 사죄하는 사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해보는 내 생각이 과연 무리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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