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뉴스 2001'은 무엇일까요?

해가 바뀌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뉴스'

등록 2001.01.02 07:07수정 2001.01.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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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신사년이 시작되는 그 시각 당신은 어디에 계셨나요?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고 계셨나요? 혹은 새해 첫 일출을 두 눈에 담아 보겠다며 가족들과 동해안 바닷가로 향하고 있었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며 텔레비전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계셨나요?

어디에 있든, 그리고 무엇을 했던 간에 신사년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은 모두가 같았겠죠. 한 해를 마감하며 가지는 후회의 마음도,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품어보는 희망의 마음도. 우린 그렇게 새해의 첫 시작을 함께 기다리고 있었겠지요.

바로 그 시각, 저는 대구 시내 중심가에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타종식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약간의 취기가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에 대한 기대를 더욱 부풀게 하고 있었죠.

하지만 한 해를 보내는 우리에게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생각하면 갑갑하기만 한 지역 경제의 어려움은 아마 2000년 가장 큰 슬픈 기억 중의 하나겠죠. 혹시 기억나실지 모르지만 대구에 있는 파산동 주민들은 '파산'이라는 말이 싫어 평생을 살아왔던 동네 이름마저 바꿔달라는 요구를 관청에 하기도 했었죠. 그렇게 몇 해 전 겪었던 IMF의 한파가 다시 몰아닥친 듯 우리 모두가 힘들었던 한 해였죠.

그런가 하면 95년 상인동 가스폭발이 연상됐던 1월의 대구지하철2호선 붕괴사고, 지역 최대 건설업체인 우방의 부도, 그리고 연이어 터진 각종 지역 기업의 부도, 공들여 유치했던 삼성상용차의 퇴출 결정, 게다가 빈번했던 지역 지도층의 보기 민망한 아웅다웅, 2000년 마지막을 '장식'했던 비정한 부모의 6살 아들 학대사건 등 가슴이 내려앉는 뉴스들이 유독 많았던 일년이었답니다. 흔히 말하듯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우리는 그렇게 보낸 것이죠

하지만 이것만이 뉴스는 아니겠죠. 한번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어 지난해 가장 기억나는 당신의 뉴스, 곧 '나의 뉴스'는 무엇이던가 생각해보세요.

추운 날씨에 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누어주던 적십자 자원봉사자 김미애(46) 씨는 "아들이 재수를 했는데 수능시험을 친 후 만족할 만큼 점수가 나오지 못해 아쉽다"며 지난해 가장 기억나는 '나의 뉴스'를 꼽아주셨답니다.

벤치에 앉아 추위에 잔뜩 움츠린 앳된 여학생 송민경(18) 양은 "남자친구와 사귀다가 헤어진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귀여운' 자신의 뉴스를 소개해 주더군요. 송 양의 친구인 이아무개 양은 "수학여행을 가서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에게 술을 뺐기고 혼났던 일"을 최고 뉴스로 소개했답니다. 당돌하기까지 한 이 양의 '뉴스'가 우리의 학창시절을 생각나게 하지 않나요?

경북 청도에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대구를 찾은 연인. 구창습(28), 김지아(21) 씨. 이 한쌍은 오늘로 사귄 지 일년이 다 돼 간다는군요. 이 연인에게 지난해 가장 큰 '나의 뉴스'는 그들의 만남이겠죠.

세대를 떠나, 남녀 구분없이 아마도 우리 각자에겐 한해를 보내며 기억속에 맴도는 '나의 뉴스'가 하나, 둘씩은 있나봅니다. 그리고 그 뉴스는 때론 슬프고, 때론 기쁜 색을 지니고 있겠죠. 슬픈 뉴스가 기억날 때면 후회와 눈물이 기억날 것이고, 기쁜 뉴스를 떠올릴 땐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0년 12월 31일 밤 12시 59분 50초.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2001년 1월 1일이 시작되면 2000년 우리의 뉴스는 점차 지난해의 추억으로 기억 저편으로 멀리 사라지겠죠. 그것이 슬픈 뉴스든, 기쁜 뉴스든 상관없이 말이죠. 그리고 새롭게 펼쳐질 새해의 뉴스를 설계하고 만들기 위한 우리의 일상이 그렇게 다시 시작되겠죠.

'5, 4, 3, 2, 1. 뎅에엥...' 첫 타종 소리와 함께 공원을 찾은 이들의 함성이 묻어나옵니다. 감격의 눈물과 뜨거운 포옹으로 2001년은 시작됐습니다. 새해 덕담이 오고 가는 그 순간, 당신이 가슴에 새기는 새로운 한 해 2001년의 '나의 뉴스'는 무엇이 되었으면 했나요?

여덟살배기 귀여운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던 김광민(39) 씨는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조만간 개인 사업을 해 보고 싶다"며 2001년 자신의 뉴스를 '찜'했습니다.

연인으로 사귄 지 4년째가 된다는 장인동(28), 오세정(23) 씨는 "새해엔 직장을 구해서 결혼을 생각할 수 있는 한해를 만들어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말해주었답니다.

공원근처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어묵꽂이를 정성스럽게 마련하고 있던 노점상 경력 10년의 오창희(39) 씨 부부는 "십년 동안이나 노점일을 하면서 고생을 했는데 올 한해에는 안정된 내 가게를 마련하겠다"며 가게주인의 꿈을 2001년 '나의 뉴스'로 소개해 주셨죠. 오 씨가 건네주는 따뜻한 커피 한잔의 달콤함에 오 씨 부부의 삶이 녹아 있는 듯 합니다.

그래요. 이젠 새로운 희망과 꿈이 기다리는 2001년이 시작되고 있답니다. 슬픔과 눈물의 2000년은 새해 벽두의 타종소리와 함께 날려 보내봐요. 반대로 기쁨과 환희의 2000년의 뉴스는 이제 가슴에 새기고, 빈 백지와도 같은 신사년 2001년을 설계하고 실천해 보세요. 그래서 또 한 해가 저물고 2002년의 새해 벽두엔 슬픔보다는 기쁨이 가득한 '나의 뉴스'를 기억해 보는 것.

2001년의 첫 하루를 보내고 다시 일상을 찾은 오늘. 당신이 벌써 일상에 지치고 좌절한다면 새해 벽두에 가슴에 품었던 2001년 '나의 뉴스'를 떠올리며 기운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회원님들과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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