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의 좌우지간 중국이야기(18)

공부가식(孔府家食)과 공부가주(孔府家酒)

등록 2001.01.27 11:10수정 2001.08.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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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96년 2월 2일부터 2월 12일까지의 중국 여행기이다. 필자와 10여명의 일행(교수, 시인, 화가, 사진작가, 학생 등등)은 인천에서 배를 타고 위해(威海)에 내려 장보고의 얼이 서려있는 적산(赤山) 법화원(法化院)을 거쳐 공자의 생가와 공묘가 있는 곡부를 거쳐 태산(泰山)이 있는 태안(泰安), 연대(烟台)를 거쳐 기차로 북경에 도착해 둘러본 후 프로펠러 쌍발기를 타고 연변에 들렸다가 다시 북경으로 나와 김포공항으로 들어온 10박 11일의 일정을 적은 글이다. 편집자 주)

공부가식(孔府家食)은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음식을 먹기 전에 특별한 의식이 있기 때문에 그 의식을 치러야만 식탁에 앉을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식은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고기 종류와 커다란 물고기 그리고 각종 야채볶음 종류였던 것 같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뭐든지 큼직큼직했다. 물고기도 한 50㎝는 족히 되는 것 같고 고추도 우리 나라 가지만했다. 이름모를 야채들도 나름대로 산뜻한 맛이 있었다.

음식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특별한 의식과 공부가주(孔府家酒) 그리고 물고기조각이다. 먼저 그 의식부터 소개한다. 의식이란 다름 아닌 폭죽 터뜨리기다. 중국영화에서 많이들 보았을 것이다. 우리네 금줄에 빨간 고추를 매다는 것처럼 한 1미터 정도 길이에 빨갛게 달려있는 폭죽.

음식점 현관에 그 폭죽을 매달고 먼저 한바탕 불꽃놀이를 한 다음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폭죽을 터뜨리는 이유는 악귀를 쫓기 위해서래나 뭐래나. 여하튼 폭죽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M60 기관총 쏘는 듯한 소리가 천지를 진동해 정말 악귀가 있다면 놀라서 도망갈 지경이었다.

중국 사람들은 명절이나 무슨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어김없이 폭죽을 터뜨린다. 특히 설날때면 너나 할 것 없이 대문에 폭죽을 매달고 터뜨리는데 그 폭죽이란게 말이 폭죽이지 소리나 화력이 상상외로 엄청나다.

설날이 지나면 폭죽을 터뜨리다가 화상을 입은 사람, 폭죽 불꽃에 눈을 다친 사람 등등으로 병원이 만원이 될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화재도 자주 발생해 대도시에서는 법으로 폭죽을 터뜨리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하지말라고 하는 것은 다 재미있다고. 정말 명언이다. 폭죽 터뜨리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필자도 어릴 때 추석이면 불꽃놀이를 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콩알탄이던가? 그걸 사서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던져 놀래켜주곤 했다. "탁, 탁" 그 조그마한 소리에도 사람들은 깜짝깜짝 놀랬고 숨어서 지켜보던 나는 그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또 조그만 막대처럼 생긴 폭죽에 불을 붙여 돌리면서 놀았고 어릴 때는 그것도 조금은 무서웠다. 그런데 그때 가지고 놀았던 폭죽은 중국 폭죽과 비교하면 폭죽 축에도 끼지 못할 것 같았다. 소리도 그렇고 화력도 그렇고 도무지 게임이 되지 않았다.


폭죽에 불을 붙이면 액을 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무도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권동지가 잘못하면 실명한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모두들 주저주저했다. 권동지가 나에게 성냥을 내밀긴 했는데 나도 실명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그만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결국 권동지가 폭죽에 불을 붙였고 몇 분간 우리 일행은 넋을 잃고 바라보며 모든 잡귀가 물러가기를 빌었다.

공부가주(孔府家酒)는 공자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전통주란다. 공자 집안의 전통주는 2가지가 있다. 공부가주(孔府家酒)와 공부연주(孔府宴酒). 공부가주는 일반적으로 즐기는 술이고 공부연주는 잔치가 있을 때 특별히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중국술은 대부분 향이 독특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 향이 입에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아마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중국술 특유의 향이 약간은 거슬릴 것이다. 지금은 공부가주가 우리네 소주처럼 대중적인 술이 되었는데 사실 진짜 공자 집안에서 전해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공자라는 이름을 빌려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향이 은은하면서도 그리 독특하지 않아 한국 사람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 아닐까 한다.

우리네 중국집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데 얼마전 가격을 물어보니 한 병에 3만원이라고 했다. 공부가주의 중국내 판매가격은 음식점에서는 우리돈 5천원 정도, 상점에서는 3천원 정도이다. 예쁜 도자기 병에 들어 있는데 다 마시고 병만 장식장에 넣어놓아도 중국 특유의 풍취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물고기조각이다. 중국의 무 중에 보라색을 띠는 무가 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맛은 무 맛에다가 약간 고구마 맛도 나는 것 같았다. 그 무 하나를 물고기 모양으로 조각해 놓았는데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물론 먹을 수도 있다. 식사를 다 할 때까지 멋으로 남겨두었다가 입가심으로 한조각씩 먹어보라고 해서 먹었는데 정말 먹기가 너무 아까울 정도였다.

공부가식(孔府家食). 맛과 멋, 전통이 어우러진 품위있는 음식이었다. 곡부에 가실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드셔보시라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도 않다. 우리네 중국집에서 한상 거창하게 받는 것보다 훨씬 싸다. 물론 중국까지 가려면 차비가 더 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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