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농악의 대보름굿과 함께 소원을 빌어봅시다

KBS 현장르포 제3지대에 소개되는 필봉의 대보름굿

등록 2001.02.15 14:26수정 2001.02.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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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통문화를 거의 잊어버리고 산다. 지난날 우리 조상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이젠 기억조차도 못한다. 우리 문화는 더불어 사는 문화다. 서양식의 개인주의적 삶이 아니라 온 동네의 주민이, 온 나라의 겨레가 함께 잘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우리 조상들이었다.

지금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있는 우리나라에는 이런 우리 조상들의 더불어 사는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여기에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오늘(2월 15일) 밤 12시 10분에 KBS 1TV의 현장르포 제3지대에서는 사라져 가는 대보름굿을 복원하여 재현하는 풍물굿의 모습과 함께 대보름의 세시풍속인 달집태우기 등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3일,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 이목리 마을에서 열린 필봉 정월대보름굿! 이 풍물굿대보름 행사가 가까워지면 마을 주민들은 대보름굿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온 7백여명의 방문객들에게 제공될 음식 준비에 들어간다.

이번 대보름굿은 필봉마을 옆 마을인 이목리에서 치러졌는데, 쌀 3가마, 배추 2백포기, 3백근 짜리 돼지 한 마리, 고추 30근, 막걸리 40상자의 음식이 소요됐다. 하루종일 음식을 나르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신이 나있는 듯 보인다. 정월 대보름굿은 한 해의 시작이고, 온 마을의 잔치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굿을 보기 위해 자기 마을을 찾아 온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안방을 내준다. 모든 마을 주민들과 수백 명의 방문객들이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는 굿판, 연례 행사가 아닌 진정한 마을잔치로 자리잡고 있는 필봉 정월대보름굿이 소개된다.

사라져 가는 정월 대보름굿을 복원하여 현재까지 진행해오고 있는 필봉 정월 대보름굿. 이 정월 대보름굿은 18세부터 상쇠를 맡았던 필봉 농악 보유자 고(故) 양순용 선생이 체계화하여 지금은 그의 아들 양진성 회장이 대를 잇고 있다. 필봉 정월 대보름굿은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비는 행사로 전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참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임실필봉굿보존회의 양진성 회장이 풍물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다. 그는 상쇠였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굿이 있을 때마다 쇠를 치면서 풍물굿의 기량을 터득했다. 그 뒤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전주시립예술단에서 타악 수석으로 재직한 양회장은 부친 고 양순용 선생의 타계로 상쇠를 이어 받아 필봉 풍물굿의 지휘자가 되었다.


정월 대보름굿이 열린 2월 3일 아침, 고 양순용 선생이 타계하기 전, 남편의 옷바라지를 했던 양회장의 어머니는 지금 아들 양진성 회장의 옷과 함께 무동(풍물굿에서 상쇠의 목말을 타고 춤추고, 재주 부리는 아이)을 맡고 있는 손자의 옷까지 챙기고 있다.

이목리 마을의 대보름굿은 오전 10시 상쇠 양진성의 꽹과리 소리로 시작됐다. 마을로 들어가는 허락을 받기 위한 걸궁굿(참고1)과 문굿(참고2), 샘굿(참고3), 마당밟이(참고4), 판굿(참고5), 달집태우기(참고6)까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정월 대보름굿은 밤 12시까지 계속된다.


풍물을 배우기 위해 온 학생들부터 멀리서 온 외국인들까지... 성별, 나이, 국적은 모두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굿판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졌다. 필봉 정월 대보름굿의 의미는 단순한 전통 문화의 보존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벌이는 삶의 잔치였다.

정월 대보름굿의 마지막 순서는 달집태우기다. 소원을 적은 종이를 달집과 함께 태우며 마을 주민들과 방문객들은 각자의 바램을 빈다. 마을 전체 주민이 한마음으로 준비해 가는 정월 대보름굿을 통해 공동체 정신을 되살려보고, 전통문화만이 아닌 삶 속에서 피어나는 마을 잔치, 그것을 통해 진정한 정과 나눔의 정신을 되새겨 본다.

덧붙이는 글 | <참고>
1. 걸궁굿 : 동네에 쓸 경비를 위해 풍물을 치고 재주를 부리며,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굿판
2. 문굿 : 풍물패가 각 집의 대문 앞에서 문신(門神)을 위해 행하는 굿
3. 샘굿 : 마을의 공동 우물에 물이 잘 나오라고 치성을 드리는 굿
4. 마당밟이 : 일명 지신밟기.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며 땅을 밟아주어 지신(地神)을 달래고, 귀신이 땅 속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비는 굿
5. 판굿 : 풍물패들이 넓은 마당에서 갖가지 풍물로 재주를 부리며 노는 굿
6. 달집태우기 : 달이 떠오를 때에 달집 즉 생소나무 가지 따위를 묶어 쌓아 올린 무더기에 불을 지르며 노는 대보름 세시풍속, 달집이 훨훨 타야만 마을이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고 한다.


방영일시:  2001년 2월 15일(목) 밤 12시 10-12시55분 (45분간) 
방 송 사 : KBS-1TV 
담    당 : 편성국 외주제작 김용두 프로듀서 (781-3159) 
제작 및 연출 : 리스프로/ 윤양석 (3775-4862)

덧붙이는 글 <참고>
1. 걸궁굿 : 동네에 쓸 경비를 위해 풍물을 치고 재주를 부리며,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굿판
2. 문굿 : 풍물패가 각 집의 대문 앞에서 문신(門神)을 위해 행하는 굿
3. 샘굿 : 마을의 공동 우물에 물이 잘 나오라고 치성을 드리는 굿
4. 마당밟이 : 일명 지신밟기.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며 땅을 밟아주어 지신(地神)을 달래고, 귀신이 땅 속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비는 굿
5. 판굿 : 풍물패들이 넓은 마당에서 갖가지 풍물로 재주를 부리며 노는 굿
6. 달집태우기 : 달이 떠오를 때에 달집 즉 생소나무 가지 따위를 묶어 쌓아 올린 무더기에 불을 지르며 노는 대보름 세시풍속, 달집이 훨훨 타야만 마을이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고 한다.


방영일시:  2001년 2월 15일(목) 밤 12시 10-12시55분 (45분간) 
방 송 사 : KBS-1TV 
담    당 : 편성국 외주제작 김용두 프로듀서 (781-3159) 
제작 및 연출 : 리스프로/ 윤양석 (3775-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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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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