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등록 2001.03.04 02:38수정 2001.03.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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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은 예수의 근본정신을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인류의 죄를 위해 예수가 십자가에 대신 달려 죽는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여 보여 주었으며 성경에도 구약이나 신약을 통틀어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는 옷이 두 벌 있으면 벗어서 없는 자에게 주고 빵이 두 개 있으면 나누어 주린 자에게 주라는 이야기를 통해 네 이웃의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누가복음 10장 29절- 37에 나오는 소위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라는 것을 들어 어려움 당해 고통받는 자들을 돕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이웃 사랑의 실천이라는 말씀을 했다.

또한 우리나라 삼한시대(三韓時代)의 ‘소도’는 신성한 지역으로서 법률의 힘이 미치지 못하였고, 죄인이 이 곳으로 도피하면 그를 돌려보내지도 않았으며 또 이들을 잡아가지도 못하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성경에도 이와 같이 억울한 자들을 위한 피난처가 나와있다. 구약성서인 출애굽기 21장을 보면 성전에 피해 온 자를 보호하라고 하였고 그 이후에 민수기 35장을 보면 도피성이라는 것을 만들어 고의가 아닌 범죄자를 보호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가르침 때문에 사람들은 신앙이 있건 없건 어려움이 생기면 성당이나 교회를 찾아가 도움을 구하였고 70년대 독재정권 시절이나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과정에서도 성당이나 교회는 약한 이들과 민주화를 외치는 이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군사 정권 시절에도 성당이나 교회에 난입해서 사람들을 잡아가지는 않았던 것도 이러한 인식들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명동성당이 바로 민주화의 성지로 불려지면서 잘못된 제도와 법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모두 모여 그들의 주장을 펼치는 곳의 대명사가 되었다. 명동성당 스스로도 건축 100주년 기념사업을 알기는 판넬에서 민주화의 성지라는 명칭에 걸맞는 거리를 조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민주화의 성지요 고통받는 이들의 피난처였던 명동성당이 변해 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수많은 농성단들에게 적대적인 표현을 하더니 급기야 12월 22일 오후 1시, 결국 명동성당의 정치수배자들이 한겨울 거리로 쫓겨나는 일이 일어났다.

명동성당측은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몰지각한 행위로 심한 피해를 입었고 신도들의 의견이 이제는 농성을 더 이상 참을 없다라는 것이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한 겨울 가진 것 이라고는 천막밖에 없는 정치수배자들은 차가운 거리로 내모는 행위는 우리가 아는 신앙인의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들 수배자들을 불쌍하게 여긴 가톨릭 회관측에서 방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진다.


그러나 명동성당의 모습은 여기서 그치기 않고 있다. 정치 수배해제를 위한 농성단이 지난 1월 18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모형감옥을 설치해 수의를 입고 들어가 감옥 체험농성 하였으나 2월 13일 농성 26일째 되던 날 새벽 6시 모두 잠든 사이에 이 감옥을 치워 버린 것이다. 이유는 감옥이 성당 정서에 맞지 않아서였다.

농성단은 이에 강력히 항의하였고 기자회견등을 통해 지난 12월 22일 철거한 천막과 2월 13일 철거한 감옥에 대해 보상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했지만 명동성당 측과의 협상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3일이 지난 16일 농성단은 다시 모금한 돈으로 새로운 감옥을 만들어 노상 감옥농성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명동성당측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지난 3월 1일 서울역에서 집회를 마치고 명동성당으로 행진하던 시민단체 회원들은 명동성당 입구를 막은 새까만 전경들을 볼 수 있었다. 이유는 명동성당에서 시설보호 요청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제 명동성당은 민주화의 성지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행진에서조차 보호받아야 할 시설로 바뀐 것이다. 비록 한 두시간 후에 시민단체 대표자들의 면담 결과 정리 집회가 허락되었지만 그 다음날 명동성당 직원들은 관리부장 신부로부터 심한 꾸증을 들었다고 항의했다. 이유는 앰프설치를 가만 두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3월이 되었다.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감옥 농성단은 다시 명동성당측의 감옥 철거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는 3월이 되었으니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기독교의 고전에 셍케비치의 쿼바디스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의 마지막은 신도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베드로 앞에 예수께서 나타나신다. 그리고는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물음에 예수께서는 "네가 버리고 떠나는 저 신도들을 위해 내가 다시 십자가에 달리러 간다"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베드로는 자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로마로 들어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오늘날 수배자들의 거리로 내몰고 수많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선전물조차 치워 버리는 명동성당을 바라보며 예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묻고 싶다 쿼바디스 도미네 - 예수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덧붙이는 글 | 천주교 전체를 비난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3월 1일 명동 거리에서 보여주신 천주교 정의평화구현연대의 모습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시민들의 가슴에 크게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늘 모든 약자를 위해 애쓰시는 문정현 문규현 신부님 함세웅 신부님들과 또 많은 곳에서 이름없이 빛도 없이 봉사하시는 수많은 작은 예수들께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천주교 전체를 비난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3월 1일 명동 거리에서 보여주신 천주교 정의평화구현연대의 모습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시민들의 가슴에 크게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늘 모든 약자를 위해 애쓰시는 문정현 문규현 신부님 함세웅 신부님들과 또 많은 곳에서 이름없이 빛도 없이 봉사하시는 수많은 작은 예수들께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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