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내는 진도 아줌마들의 대변신

KBS-1TV <현장르포 제3지대>가 만난 "창극배우가 된 진도아줌마들"

등록 2001.03.08 13:53수정 2001.03.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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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나네"

영화 서편제 중 꼬불꼬불 황톳길에서 부른 이 민요. 이 노래를 모르는 우리 민족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예부터 자주 불렀던 민요 중에서도 남도민요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것이 이 노래다. 이 민요의 본 고장 진도의 아줌마들이 일을 냈다고 한다. 무슨 일일까?


오늘(8일) 밤 12시10분에 KBS-1TV에서 방영되는 <현장르포 제3지대> "창극배우가 된 진도 아줌마들"을 보면 알 수가 있다.

"문화와 예술의 본고장, 진도 사람들이 드디어 일을 냈다! - 진도 아줌마들은 지금 변신 중?

지난 해 말 진도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렸었다고 한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70여명의 순수 진도 주민들이 장장 2시간에 걸친 대형 창극을 무대에 올렸던 것이다. 이 창극의 제목은 '진도에 또 하나 고려 있었네'이다.

700년 전 고려 원종 때 삼별초 항몽의 격전지였던 진도에 배중손 장군이 들어와 외세의 침략을 막고 '자주고려' 왕국을 세우려는 구국의 힘을 그린 내용으로 진도 아리랑, 남도 들노래, 육자배기, 씻김굿 등의 흥겨운 남도 소리와 화려한 춤사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수작이다.

세간의 화제 속에서 우려 반, 기대 반 속에서 열린 진도 공연은 관객들의 기립 박수까지 이끌어 냈고, 그 후 국립국악원의 초청으로 오는 3월 14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구성과 안무를 수정하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진도를 찾아갔다."


이것이 KBS 제작팀이 이 프로그램을 만든 배경이다.

밭일을 하다가도, 고기를 잡다가도 흥이 나면 즐거워서 노래를 하고, 몸이 고달프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걸쭉한 남도 소리를 구성지게 뽑아내는 진도 사람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끼가 철철 넘치는 진도 사람들이 요즘 밤이 되면 어디론가 모여들고 있다.


70여명의 배우들이 모두 진도 주민들로 구성된 아주 특별한 공연!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이 공연의 배우들은 모두 상인, 농민, 공무원, 선생님 등 각자 생업에 바쁜 진도 주민들이다. 낮에는 장터에 앉아 생선을 팔고,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밭에서 김을 매다가도 밤이 되면 연습장으로 달려와 배우로 변신하는 진도 아줌마들의 뜨거운 연습 창극 연습 현장이 카메라에 생생하다.

진도 아리랑을 비롯하여 중요무형문화재제51호인 남도 들노래,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인 씻김굿,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인 다시래기, 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북놀이, 무형문화재 제19호인 진도만가 등...순수 진도 사람들이 선보이는 남도 소리의 진수를 선보인다.

올해 나이 70의 최고령 배우 하동심 할머니가 등장한다. 고령의 나이와 추운 날씨에도 연습 날 출석률 100%를 기록하고, 다른 배우들 대사까지 모두 외워버리는 것은 물론 목욕탕에서까지 개인 노래 연습을 한다. 새벽에도 마중을 나올 정도로 든든한 외조를 하는 73세 남편이 이런 하동심 할머니가 배우가 된 원동력이다 .

동네 부녀회장에다 마을 이장인 전말심 아주머니는 하루종일 구청과 마을 회관 등을 오가면서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밤샘 연습도 마다 않는 열성파중의 하나임이 보여진다. 낮에는 일하고, 밤이 되면 행여 연습에 늦을까봐 식사까지 거르고 달려오는 진도 주민들의 뜨거운 연습 현장이 화면에 가득하다.

이 창극은 전문 연극 단원들이 3-4개월 동안 집중 연습해도 소화하기 어렵다는 2시간의 대작이다. 이미 한번의 공연을 성황리에 끝낸 경험이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초보 배우들에게 한달 가량의 공백 기간은 모든 연습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큰 어려움이었다. 배우들은 모두 하루하루 각자 생업에 바쁜데다 연령대도 대부분 50-60대이기 때문이다.

서울 공연을 위해 다시 모여서 연습을 시작하자, 자신의 대사를 잊어버렸거나 집단으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 순서와 동작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속출했고, 급기야 안무가가 연습을 포기하고 공연장을 나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처음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던 일이었다. 단역 배우들은 물론 주연 배우까지 70여명의 출연진 모두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 진도 주민들로 구성된 대형 창극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진도에 가면 노래 자랑을 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진도 사람들은 유난히 민요와 소리를 좋아하고 노래에 대한 끼가 넘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청해도 쉽게 소리를 하는 것이 진도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끔씩 꽹과리와 북을 들고 농악대에 참여하거나, 소리 한번 하는 데야 익숙하지만 연극 경험이 전혀 없는 50-60대 아줌마들에게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대사와 동작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단지 공연에 대한 애정 하나로 똘똘 뭉친 이들이 과연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연기에 대한 완성도를 따진다면 순수 진도 주민들로만 구성된 이들이 전문 배우들에 비해 부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고령의 할머니들까지 밤샘 연습도 마다하지 않았던 열정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남다른 자신감이 없었다면 어느 곳에서도 해낼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의 공연은 진도 공연의 성공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옛날부터 민속 예술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끼를 지녔던 진도 사람들이었기에 자기 고장의 역사를 주민들 스스로의 몸짓과 민요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에, 주민들에겐 공연의 성공 여부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은 모두 다시 생업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생활 속에서 깊숙이 자리잡은 진도의 예술 혼은 앞으로도 계속 그리고 화려하게 전해질 것이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 참고

▶ 민속공연 
공연시간 : 매주 토요일 오후 5~7시
공연장소 : 진도향토문화회관 대공연장
공연내요 :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 씻김굿, 다시래기, 진도 북춤, 진도 만가, 진도 아리랑 등
주관 : 진도군립민속예술단

▶ 무형문화재
국가지정 
제8호 민요 강강술래 : 지정65. 2.15 강강술래예능보유자 박용순,김길임 군내면 둔전리
제51호 농요 남도들노래 : 지정73.11. 5 들노래예능보유자 조공례(사망) 지산면 인지리
제72호 민요 씻김굿 : 지정80.11.20 무악예능보유자 박병천 아쟁예능보유자 채계만 창예능보유자 김대례 지산면 인지리, 진도읍 성내리, 진도읍 동외리
제81호 민속극 다시래기 : 지정85. 2. 1 거사예능보유자 강준섭 사당역예능보유자 김귀봉 진도읍 성내리
도 지 정 
제18호 민요 진도 북놀이 : 지정87. 8.25  북놀이예능보유자 박관용 북놀이예능보유자 양태옥 북놀이예능보유자 김길선 의신면 침계리, 진도읍 남동리
제19호 민속극 진도만가 : 지정87. 8.25 만가예능보유자 김항규 만가예능보유자 설재림 지산면 인지리
제26호 전통주 진도전통홍주 : 지정95.12.26 전통홍주기증보유자 허화자 진도읍 쌍정리

▶ 교통편
시외버스 : 서울~진도간 1일4회 왕복(6시간 소요)
           광주~진도간 1일53회 왕복(2시간 30분 소요) 
           목포~진도간 1일 19회 왕복(1시간 소요)
항공편 : 서울~목포간 1일5회 왕복
         서울~광주간 1일12회 왕복

 
담 당 : 편성국 김용두 PD (781-3159)
제작 및 연출 : 리스프로/ 성기석 (3775-4862)

덧붙이는 글 ♣ 참고

▶ 민속공연 
공연시간 : 매주 토요일 오후 5~7시
공연장소 : 진도향토문화회관 대공연장
공연내요 :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 씻김굿, 다시래기, 진도 북춤, 진도 만가, 진도 아리랑 등
주관 : 진도군립민속예술단

▶ 무형문화재
국가지정 
제8호 민요 강강술래 : 지정65. 2.15 강강술래예능보유자 박용순,김길임 군내면 둔전리
제51호 농요 남도들노래 : 지정73.11. 5 들노래예능보유자 조공례(사망) 지산면 인지리
제72호 민요 씻김굿 : 지정80.11.20 무악예능보유자 박병천 아쟁예능보유자 채계만 창예능보유자 김대례 지산면 인지리, 진도읍 성내리, 진도읍 동외리
제81호 민속극 다시래기 : 지정85. 2. 1 거사예능보유자 강준섭 사당역예능보유자 김귀봉 진도읍 성내리
도 지 정 
제18호 민요 진도 북놀이 : 지정87. 8.25  북놀이예능보유자 박관용 북놀이예능보유자 양태옥 북놀이예능보유자 김길선 의신면 침계리, 진도읍 남동리
제19호 민속극 진도만가 : 지정87. 8.25 만가예능보유자 김항규 만가예능보유자 설재림 지산면 인지리
제26호 전통주 진도전통홍주 : 지정95.12.26 전통홍주기증보유자 허화자 진도읍 쌍정리

▶ 교통편
시외버스 : 서울~진도간 1일4회 왕복(6시간 소요)
           광주~진도간 1일53회 왕복(2시간 30분 소요) 
           목포~진도간 1일 19회 왕복(1시간 소요)
항공편 : 서울~목포간 1일5회 왕복
         서울~광주간 1일12회 왕복

 
담 당 : 편성국 김용두 PD (781-3159)
제작 및 연출 : 리스프로/ 성기석 (3775-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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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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