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세상을 바꾸는 윤도현밴드

<나눔2001콘서트> 우리가 생각하는 나눔의 의미는?

등록 2001.03.14 14:37수정 2001.03.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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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 동안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나눔2001콘서트>에 공연자로서, 또 기부자로서 참가하는 윤도현밴드는 '나눔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껏 멋을 낸 베이스 기타 담당 박태희 씨(이하 태희).
한달 전 머리를 짧게 밀었다는 보컬 윤도현 씨(이하 도현).
침(針)대신 기타를 든 허준 씨(이하 ).
역시 머리를 밀고 검은 모자를 쓴 드러머 김진원 씨(이하 진원).


사람들 중에는 윤도현밴드가 윤도현과 세션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답은 No! 종종 저항밴드, 운동권밴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왜? 물론 윤도현밴드가 대학의 시위나 집회모임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많기는 하지만, 그게 그들의 모든 것은 아니다. 아직도 보여줄 모습이, 들려줄 음악이 많은 윤도현밴드가 '그들만의 음악세계와 나눔의 의미'에 대해 새로 이사간 목동의 작업 스튜디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언더그라운드, 저항, 운동권밴드 등의 수식어가 많이 붙는 밴드였다. 그런데 락음악이 언더그라운드와 저항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당연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락을 하면서 락을 말한다면?

도현 : "내가 말하건대, 락은 순수한 음악이다. 순수한 사람들이 락을 많이 좋아한다. 불의를 보면 엎어버리고 싶고, 기성세대들에게 잘못을 이야기해 주고 싶고... 그래서 나 또한 젊은 혈기에 순수한 마음으로 '철문을 열어'같은 노래로 저항도 많이 하고 운동권 집회에도 많이 참여했다. 오히려 지금은 더 생각이 많다. 좀더 알고 노래를 불렀어야 하는데 그 때는 그저 순수한 마음에서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부족한 게 많지 않았나 싶다."

태희 : "지금 생각해 보면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그 때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같은 인권콘서트에는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 이번 나눔콘서트에도 참여한다. 의미 있는 콘서트에는 모두 참여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도현 : "일단, 섭외가 온다. (모두 웃음) 섭외 후, 무슨 콘서트인지, 정말 의미 있는 콘서트인지를 생각해 보고, 밴드 멤버들의 의견을 교환한 후 참여한다. 윤도현밴드는 휴머니즘을 추구한다. 인간을 존중하는 콘서트에는 꼭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태희 : "이런 콘서트에 참가를 하면 우리도 배우는 것이 많다. 자극도 많이 되어서 긴장하게 한다. '내년에도 콘서트에 우리를 불러주어야 되는데, 안 불러주면 안 되는데'하는 걱정으로 공연에서 더 열심히 음악을 하게 된다. 아마도 윤도현밴드가 희망적인 이유는 이런 공연에 참가한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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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현밴드
ⓒ 배을선

- 멤버 각자가 생각하는 나눔의 의미란 무엇인가?

진원 : "역경과 어려움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성공의 자리에서 한 발짝 물러설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성공은 알고 보면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분명히 알게 모르게 도와준 사람들 덕분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성공이라는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조금씩 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하는 건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도 만약을 대비해 비자금을 챙겨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도현 : "대우의 김우중 회장을 보면서 그런 걸 많이 느낀다. 혼자 성공한 게 아닌데..."

준 : "나눈다는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아주 못된 사람이 아니라면 남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베풀게 된다. 사랑과 관심이 너무나 미미한 것이라 해도 없어서는 안 된다."

태희 : "사회에서 존경받는, 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안하고 있어 안타깝다. 좀 나누고 살아야 하는데. 사실 우리가 음악하는 것도 결국 남에게 나누어주는 일이라 생각하며 하고 있다."

- 시민단체의 나눔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원 : "좋게 생각한다.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는 직접적인 경험이 필요하지만, 간접적인 경험도 중요하다. 시민단체가 직접적으로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태희 : "시민단체가 있음으로 정치, 경제권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부 또한 분산시켜 줄 것이고, 그런 것도 나눔의 일부가 될 것이다."

도현 : "다른 것은 몰라도 시민단체의 권력이 커지면 커졌지, 없어져서는 안 된다."

- 사회성 짙은 음악을 많이 만들고 있다.

도현 : "꼭 사회문제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어렸을 때, 2집을 만들었을 때는 무모한 사명감이 앞장섰었다. 오히려 순수했기 때문이지만 돈 키호테 같았다고나 할까? 음악도 창작이다. 순간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의 문제, 개인의 문제, 사랑 등 모든 현상과 감정 등이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음악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 과거에 '노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윤도현밴드 역시 그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노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도현 : "아주 작은 부분. 어떻게 듣는가에 따라 다르다. 자기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진원 : "우리가 하는 음악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듣고 즐기는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음악을 열심히 하고, 그 음악을 다른 사람이 듣고 즐거워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 세상은 밝게 바뀔 것이다."

태희 : "사람들에게 에너지와 희망을 주고 싶다. 내가 만든 노래가 우리 노래가 되고, 우리 노래가 다른 사람들한테 전해져 그들의 노래가 되고, 이런 식으로 작은 음반 하나가 좀더 큰 영향을 갖게 된다. 사람들의 감정을 만지는 일이 그 어떤 힘보다 더 강한 것이지 않나?"

도현 : "우리가 지금 20만장 가수라고 한다면, 언젠가는 100만장 정도가 팔리는 가수가 될 것이고, 나중에는 그 영향력이 커질 수가 있다. 우리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분명히 변화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 윤도현밴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혹은 존경하는 음악인이 있다면?

태희 : "들국화의 감수성을 존경한다. 형들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음악을 통해서 그들이 나의 감성을 흔든다."

도현 : "강산에, 자우림."

진원 : "하덕규"

준 : "들국화와 어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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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현밴드
ⓒ 배을선
- 참, 왜 윤도현밴드인가?

진원 : "윤도현 1집이 나와 있었을 때 우리가 윤도현 첫 공연의 세션을 맡았었다. 그 후, 함께 밴드를 구성해서 음악을 하기로 했고, 당연히 윤도현밴드가 되었다. 나중에 이름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때는 너무 늦었었다. 윤도현밴드의 네임밸류가 이미 올라가 있었다. 밴드의 이름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도현 : "중요하긴 중요하다."

태희 : "중요하기도, 중요하지 않기도 하다. 다른 밴드들, 외국 그룹인 '스팅'을 예로 들자면 이름은 모두의 밴드처럼 인식되지만, 사실 중요하게 인식되는 사람은 보컬인 경우가 많다. 고든 매튜(Godon Matthew)는 아예 그룹이름 스팅이 되어버렸고 함께 연주하는 사람은 세션일 뿐이다. 우리는 윤도현밴드지만, 도현이 혼자만 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진원 : "2시의 데이트만 도현이가 혼자 하고 있을 뿐이다. 4명 모두가 DJ를 하기는 힘들다. 사실 우리가 잘린 건가? (모두 웃음) 2시의 데이트를 통해 윤도현을 알게 된 사람들은 윤도현밴드가 도현이 혼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도현이가 윤도현밴드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다닌다고 말할 수도 있다."

- 이번 나눔콘서트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공연문화라는 것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문화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우리가 하는 음악도 바뀐다. 초심은 잃지 말아야겠지만 세상을 보는 관점, 생각들이 많이 바뀌어 바람직한 변화가 찾아오길 바란다. 나눔콘서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남과 나눈다'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원래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더 가슴 벅차다. 우리도 좋은 음악을 나누기 위해 많이 노력하겠다."

윤도현밴드는 공연의 마지막 날인 18일에 실직자와 노숙자를 위한 콘서트를 연다.

덧붙이는 글 | <나눔2001콘서트>안내

·16일 - 오후 7:30 / 들국화, 자우림, 여행스케치
·17일 - 오후 6:00 / 신해철 -비트겐슈타인, 크래쉬
·18일 - 오후 6:00 / 윤도현밴드, 크라잉 넛
·입장료 - S석 3만원 / A석 2만원 (각 좌석은 기부금으로 처리, 연말정산시 세제혜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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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나눔2001콘서트>안내

·16일 - 오후 7:30 / 들국화, 자우림, 여행스케치
·17일 - 오후 6:00 / 신해철 -비트겐슈타인, 크래쉬
·18일 - 오후 6:00 / 윤도현밴드, 크라잉 넛
·입장료 - S석 3만원 / A석 2만원 (각 좌석은 기부금으로 처리, 연말정산시 세제혜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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