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제3의 대안은 없는가?

등록 2001.03.21 01:55수정 2001.03.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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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천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 새만금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를 두고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지경에 처해 있다.

양자 택일의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론이 나도 시화호의 재판이 되지 않게 완벽한 정화시설을 갖추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추가로 소요될지 알 수가 없고 또 그 많은 돈을 들이고도 결국 목표했던 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현재 건설된 제방을 그대로 둔 채 갯벌생태공원을 만드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을 포기한다면 이미 축조된 제방을 철거해 원상복구를 하는 것이 갯벌생태계 복원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겠지만 이 역시 이미 투입된 건설비를 능가하는 추가비용이 들것이 분명하다.

결국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엄청난 세금을 또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방조제라는 새만금은 환경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정치적 배려로 시작된 원죄로 인해 이제 세계 최대의 골치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양자택일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이미 투입된 혈세를 낭비하지 않으면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3의 방안은 없을까?

만약 새만금 제방을 조력(潮力)발전소로 전환하면 어떨까? 서해안은 세계적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으로 그간에도 전문가 사이에 한반도 최적의 조력발전 후보지로 지목을 받아 왔던 곳이다. 다국적 조력발전 사업자인 Tidal Electric사는 전 세계 21곳을 유망한 조력 발전 후보지로 선정한 바 있는데 이중에는 한국의 서해안도 포함되어 있다.

조력발전은 밀물 때는 수문을 열어 바닷물을 제방 안으로 끌어들여 가두어 두었다가 다시 썰물이 되어 제방 밖의 수위가 낮아져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지면 수차에 해수를 통과시켜 발전을 하는 방식이다. 이미 프랑스가 수십 년 전에 랑스 지방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하여 현재 성공리에 발전을 하고 있으며 경제성 또한 인정을 받고 있다.


새만금을 조력발전소로 전환하면 정부와 환경단체의 고민거리인 투자금의 회수와 환경보호라는 상반되는 2개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정부로서는 이미 건설한 제방을 방치하지 않고 전력생산시설로 전환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서해안은 또 사철 강한 해풍이 불어 풍력발전에도 매우 적합한 곳이다.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새만금 제방을 따라 풍력발전기 수백기를 아울러 건설한다면 새만금은 지구가 달과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은 무한하게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고유가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조력과 풍력이 어우러져 보완적 발전시스템을 갖춘 이상적인 재생에너지 단지가 생기는 것이다.


환경단체 입장에서도 새만금의 조력발전소 전환은 환영할 일이다. 조력발전은 하류로 흘러 들어온 오염된 물을 가두어 두지 않고 밀물과 썰물에 맞추어 하루에 2번씩 발전기와 수문을 통해 흘려 보내기 때문에 시화호처럼 담수호가 썩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또한 장장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제방을 따라 탐사로를 내면 한국 최대의 갯벌생태계 관광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타당성 검토 결과 경제성이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사업에 이미 투입된 1조5천억에다 또 그 만큼의 예산을 쏟아 붇는 것보다는 훨씬 더 경제적일 것 같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차선책은 될 수 있는 것이다.

새만금의 조력발전소 전환에 최대의 걸림돌은 농업기반공사다. 사실 새만금 사업의 주체는 정부도 전라북도도 아니고 농업기반공사라는 별도 조직이 담당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에 따르면 이 사업은 식량자급차원에서 대규모 농지 확보를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도시화로 갈수록 줄어드는 농지를 확보해 장차 식량 안보 차원의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 농업기반공사의 설명이다.

솔직히 따져 보자. 지금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 문제인가. 농촌 곳곳에는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놀리고 있는 땅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엄청난 돈을 들여 바다를 막아 농지를 늘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버려진 농지를 개간하고 원시적인 경작으로 놀리고 있는 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일 것이다.

정부 한 쪽에서는 바다를 막아 농지를 만들고 다른 한 쪽에서는 멀쩡한 논밭에 고층아파트나 러브 호텔 건축 허가를 내주는 이 희한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식량안보를 위해 갯벌을 매립한다는 농업기반공사의 주장은 한편으론 요즘처럼 입맛이 다양화된 시대에 오로지 쌀.보리 같은 곡식만이 먹을거리라는 속 좁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갯벌에서 얼마나 많은 해양 수산물이 생산되는가. 농업기반공사의 발상은 우리의 중요한 식량 공급원인 수산자원을 황폐화시켜 농사지을 땅과 맞바꾸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굳이 그 많은 돈을 들여 제로섬 게임을 하겠다는 것인지 얼른 이해하기 힘든 노릇이다.

정부와 환경단체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소모적인 대립을 중단하고 새만금을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에 지금 당장 뛰어들 것을 제안한다.

덧붙이는 글 | *조력발전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독자는 Tidal Electric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http://tidalelectric.com

덧붙이는 글 *조력발전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독자는 Tidal Electric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http://tidalelectr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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