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시장에 부는 복고풍

20세기 디자인에서 활로를 찾은 21세기 자동차

등록 2001.03.26 05:15수정 2001.03.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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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시장에 복고풍 차들이 몰려오고 있다.

폭스바겐이 2년 전 왕년의 명차 '비틀'을 깜찍하게 새로 디자인한 '뉴비틀'을 선보여 젊은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난 뒤 미국 자동차 회사의 21세기 화두는 바야흐로 '복고'가 됐다.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포드. 포드자동차는 '뉴비틀' 디자인으로 성가를 높인 카디자이너와 손잡고 50~60년대의 명차 '썬더버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1세기형 썬더버드 컨셉트카를 디트로이트 모터 쇼에서 발표해 언론의 갈채를 받은 데 이어 2002년 시장 출시를 목표로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포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공황 후 미국 경제의 전성기에 출시되어 소비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포티나인'이란 차를 미끈하게 새로 디자인한 컨셉트카를 얼마 전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크라이슬러가 1940년대 클래식 카 디자인을 차용해 개발한 다목적 차량 'PT크루저'는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에 의해 2001년 10대 자동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뉴비틀'이나 '썬더버드' 모두 복고풍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고 있지만 겉모양만 옛날 모습일 뿐 엔진이나 전자장비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바로 21세기 기술에 20세기의 외양을 입힌 것.

높은 품질과 경제성으로 미국 시장을 잠식하던 일제차에 주춤하던 미국의 빅3는 미국인의 향수와 자존심을 한껏 자극하는 복고열풍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복고경쟁은 마케팅 전략


왜 21세기 벽두에 복고가 화두가 된 걸까?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 수십개의 자동차회사가 매년 수백종의 차를 출시하며 백가쟁명을 벌이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만큼 기회도 많지만 워낙 많은 차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어 평범한 디자인으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가 어렵게 됐다.


더구나 거대 자동차 회사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서로 플랫폼과 엔진 등 주요 부품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최고급 차종을 제외하면 중.저가 차량에서는 소비자가 느낄 정도의 품질 차이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차나 저 차나 별반 성능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최대한 저렴한 값을 제시하거나 보통 6만마일에 육박하는 무상보증으로 유혹하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자동차 회사의 수익성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날마다 감원과 공장폐쇄라는 암울한 뉴스가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치열한 시장에서 제 값을 받고 차를 팔기 위해 소비자가 기꺼이 추가로 돈을 지불할 만큼 매력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을 지닌 차를 개발하는 것으로 활로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복고 열풍은 마케팅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기가 막힌 신차를 만들어도 광대한 미국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을 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만불의 마케팅 경비가 투입된다. 그러나 왕년에 이름을 날린 명차를 새로이 복원해 시장에 내 놓으면 최소한 차의 브랜드를 인지시키기 위해 생짜로 돈을 들일 필요는 없게 된다. 게다가 팍스 아메리카나의 향수를 자극하는 전략은 은근히 미국인의 자긍심을 부추겨 차에 대한 애착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러한 경향과는 반대로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여전히 그 차가 그차 같은 무미무취한 바닐라 같은 차들만 만들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도요다의 '캠리'나 혼다의 '어코드'는 여전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는 예전같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이제 겨우 일제차와 겨룰 만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 역시 일제차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미국의 새로운 자동차 트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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