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도불만 육군장교 취재기자와 주먹다짐

"네 기사 때문에 얼마나 시달림을 받았는지 아느냐"며 불만폭로

등록 2001.03.30 16:06수정 2001.03.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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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오후 8시께 "군에서 쓰레기를 민통선 지역에 불법투기 했다"는 언론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전진부대 공보참모 이모 소령과 현장을 취재보도 한 <인터넷 한겨레 하니리포터>의 이용남(47) 기자가 술자리를 갖던 중 취중에 주먹다짐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이용남 기자는 손과 얼굴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고 금촌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이모 소령 역시 자신도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어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3월 26일 이용남 기자는 민통선 지역에 군부대에서 쓰레기를 몰래 갖다버린 현장을 촬영하고 취재를 마친 뒤 오마이뉴스와 함께 기사를 내보냈다(이용남 기자는 본 기자가 속해 있는 파주저널 신문사의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에 있음). 이어 경기도 지방일간지에서도 잇따라 보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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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내 군용쓰레기 무더기 투기

그리고 사건 당일인 3월 29일 오후 5시 전진부대 공보참모인 이모(44) 소령과 감찰참모 장모(44) 중령이 쓰레기 처리내용과 공식 사과하겠다는 전진부대 측의 입장을 파주시청 기자실을 방문, 전달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26일에는 이모 소령과 장모 중령이 본 기자와 이용남 기자를 찾아와 "기사화 하지 말아달라,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해 "기사가 송고됐다"고 하자 <인터넷한겨레>의 구본근 뉴스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이용남 기자는 기자실을 찾은 이모 공보참모 등에게 "민통선은 쓰레기 적치장이 아니다. 군부대에서도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해야 된다. 종량제가 군부대에서 시행되지 않는 것은 국방부 예산 때문인가 아니면 예산을 받아 놓고도 시행하지 않으려는 부대의 이기심 때문인가"라며 보충질의를 통해 정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모 공보참모 등은 기자실에서의 보충질의가 끝난 뒤 이용남 기자에게 "해장국이나 먹자"며 저녁식사를 제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용남 기자가 "사진강의(이용남 기자는 파주시 여성회관에서 매주 화, 목요일 저녁 7시부터 사진강의를 하고 있음) 끝나는 날이라 시간이 안 된다"고 거절했으나 극구 동행을 요구, 파주시청 인근에 있는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이들은 5시30분께 이곳에 도착, 소주 1병을 시켜 놓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용남 기자는 6시부터 6시40분께까지 <한겨레21>의 이민아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느라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소주 3병이 더 있었다고 한다.

이용남 기자는 이들의 만류로 사진강의도 못 갔다고 한다. 7시40분이 지나자 수강생들이 이용남 기자를 찾아왔고 함께 합석했다. 이때까지 술이 취한 상태에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싸움의 발단은 잠시 뒤에 벌어졌다. 이모 소령이 이기자의 귀에 대고 "넌 x 새끼야"라고 욕을 두번 했고 화가 난 이용남 기자가 항의하며 머리 뒷부분을 한 대 때리자 이어 이 소령이 이기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서로 주먹다짐이 벌어졌다(이용남 기자는 왼손 중지손가락이 찢어지고 얼굴에 타박상을 입음).

이용남 기자에 따르면 "네 기사 때문에 얼마나 시달림을 받았는지 아느냐고 욕설을 하는 것으로 봐 쓰레기 기사에 대한 불만이 폭행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모 소령은 전화 통화를 통해 "내가 피해자다. 이용남 기자가 하도 기분을 상하는 말을 해 욕을 했고 먼저 때려 같이 주먹질을 한 것 뿐이다. 나도 상처를 보여 주겠다"며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파주시청 기자실에서는 "언론인을 폭행한 것은 어떤 연유에서든 묵과할 수 없다"며 전진부대 측에 이번 사건과 관련 항의 서한을 보내고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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