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정복 전선에 나선 6백만 네티즌

인터넷을 타고 지구촌 확산되는 상부상조 미덕

등록 2001.04.04 08:01수정 2001.04.05 17:06
0
원고료로 응원
옛말에 십시일반이라 했다. 열 사람이 한 수저씩 도우면 한 사람 먹을 밥은 나온다는 뜻이다. 십시일반의 정신이 확장되어 농사에 적용되면 두레가 된다. 혼자 하면 열흘 걸려도 못다할 것을 마을이 모두 나서면 하루면 족하다는 옛 어른들의 지혜다.

교통 통신이 미비했던 옛날엔 촌락 단위에서나 가능했던 상부상조의 미덕이 인터넷과 초고속 통신이 보급된 오늘엔 지구촌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 바로 분산처리기술이 핵심. AP통신은 옥스포드 대학의 癌 연구재단이 백혈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방대한 양의 분자 정보 처리에 값 비싼 수퍼 컴퓨터 대신 인터넷에 접속된 약 6백만대의 네티즌 PC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자원봉사에 나설 네티즌이 연구소의 홈페이지에서 암세포 분석용 분산처리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PC는 사용자가 아무 작업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처리결과를 연구소의 서버에 자동으로 재전송한다. 연구소측은 수백만 네티즌의 PC에서 전송한 패킷 정보를 통합하는 작업을 담당하며 이 방식으로 2억5천만개에 달하는 세포 분자를 분석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종전의 12년에서 5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티즌 PC를 이용한 분산처리방식의 활용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전파를 분석하여 혹시 있을지 모를 외계의 고등생물체를 찾겠다는 SETI 프로젝트가 그 효시. 일반인에게는 다소 황당해 보일 외계인을 찾겠다는 목표를 내건 만큼 프로젝트 경비를 조달하는데 항상 애를 먹었던 SETI 측은 방대한 양의 전파를 분석하는데 값 비싼 수퍼컴퓨터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해 고민하다 네티즌의 PC를 이용한 분산처리기법에 눈을 돌린 것이다. 현재까지 약 3백만명의 네티즌이 참여해 총 61만년 분량의 전파를 분석했지만 아직 외계생명체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금전적 보상이 애초 불가능한 이들 비영리 연구소들이 자원봉사에 나선 열성 네티즌의 이름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참여 열기를 북돋으려 하는데 반해 상업적 프로젝트의 경우 참여자에게 일정액의 보상을 하기도 한다. 바로 ‘토이스토리’를 제작한 픽사가 주인공.

픽사측은 방대한 양의 컴퓨터 그래픽 연산을 위해 고성능 컴퓨터를 여러 대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기한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느끼자 자기 PC의 CPU를 빌려주고 돈을 벌 네티즌을 모집했다. 작업에 참여한 네티즌은 약 1~2초 분량의 그래픽 작업을 다운로드 받아 연산을 실행한 뒤 다시 픽사의 서버에 재전송하는 분산처리기법을 사용했다. 픽사는 향후 제작될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업에도 이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분산처리기법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가공할 연산능력을 자랑하는 수퍼컴퓨터는 하나같이 수백개의 고성능 CPU를 조합한 병렬연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 아무리 고성능 CPU라도 홀로서는 수퍼컴퓨터에 요구되는 초고속 연산을 감당할 수 없었던 탓에 당연히 분산병렬처리방식이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되었던 것. 인텔은 심지어 자사의 펜티엄 프로세서를 활용해 수퍼컴퓨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인터넷과 초고속 정보통신의 발달은 이 수퍼컴퓨터의 크기를 지구촌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가능케 하고 있어 지구는 갈 수록 그 자체가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는 형국이다.

덧붙이는 글 | *SETI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네티즌 여러분은 www.seti.org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SETI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네티즌 여러분은 www.seti.org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4. 4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5. 5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