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도 사랑이 필요합니다

존 로빈스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등록 2001.04.04 11:00수정 2001.04.0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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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중에 고기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대충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녀석은 만두 속에 있는 조그마한 고기 점과 자장면의 면발에 묻어 있는 조그마한 고깃덩어리도 하나하나 제거한 후에야 식사를 시작합니다. 당연히 저희들은 녀석을 참 이상한 놈도 다 있다! 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그 녀석과의 식사를 될 수 있으면 꺼리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런 친구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고기를 먹고싶어도 많이 먹을 수 없었지만 요즘 우리들은 고기를 꽤나 즐겨 먹습니다. 근자에 구제역과 광우병파동 때문에 잠시 주춤하지만 우린 다시 숯불 갈비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겠지요.


마빈 해리스는 우리 사람뿐만 아니라 침팬지도 고기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녀석은 수없이 많은 불개미의 공격을 감수하며 땅속에 있는 벌레를 잡기 위해 몇 시간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행동에 대한 마빈 해리스의 해답은 고기의 "영양가"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요즘 인기 있는 사극 태조 왕건에 나오는 궁예의 어린 신하 최응은 왜 고기를 먹지 않느냐는 궁예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함으로서 채식주의를 옹호합니다.
"고기는 사람의 피를 흐리게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존 로빈스는 우리 시각으로 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제가 아내를 위해 가끔 들렀던 배스킨- 라빈스의 상속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제품과 축산물에 대한 감춰졌던 진실을 폭로하며 상속을 거부한 사람이니까요.

그가 여기에서 그쳤다면 부자들의 단순한 "치기"에 그칠 사건이었지만 그는 그 이후에도 지구 구조대 인터내셔널의 설립했으며 식생활관련 서적을 펴내서 전 세계적으로 크나큰 지지를 받고 있어 상속거부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일 권과 이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일 권에서는 우리가 식품으로 간주하고 있는 동물들이 얼마나 사려 깊고 정이 많으며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단순한 고깃덩어리로 치부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으며 이권에서는 고기가 영양학적으로 그렇게 인간에게 덕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해가 된다는 점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일 권에서는 " (가축들을 잡을 때의) 그 비명소리는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어리를 내리치거나 씨앗이 땅속에서 썩거나 나뭇가지가 가지치기로 잘려나가거나 수확하는 기계가 곡식을 베거나 밀이 방아에 찧어지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거기서 어떤 연민의 정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다"라는 "종교지도자"들의 말이 얼마나 몰지각한 말인지를 여러 동물의 예를 들며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생명을 구한 개와 돌고래 그리고 우리가 "닭대가리"라는 말처럼 머리가 나쁘고 겁이 많은 고깃덩어리로 치부하는 닭들의 아름다운 모성애.
한 박물학자가 암탉에게 뿔닭알 21개를 주었습니다. 달걀과 전혀 모습이 다른 뿔닭알을 어떻게 하나 궁금했던 것이죠.


그랬더니 그 암탉이 잘 돌보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박물학자는 "닭대가리"인 닭이 멍청해서 그러려니 생각했답니다. 그러다 드디어 뿔닭의 알이 부화를 했는데 병아리의 모습과 아주 상이한 모습인데도 암탉은 전혀 개의치 않더라는 것이죠. 다시 한번이 박물학자는 닭이 멍청해서 그러려니 했답니다.

뿔닭 새끼들이 부화한 지 며칠 뒤 암탉은 그들을 데리고 덤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암탉은 보통 병아리에게는 밀기울을 먹게 하고 놀랍게도 흰 번데기들을 찾아내서 (닭은 그런 음식을 먹지 않지만 뿔닭은 먹습니다) 뿔닭 새끼들에게 먹이더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려 깊고 인정이 많은 동물이 우리가 닭이라기보다는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더 자주 부르는 고깃덩어리라는 것이죠. 닭은 위계질서가 확실한 동물이며 90마리가 넘으면 위계질서가 흐트러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전형적인 달걀공장은 창고만 8만 마리가 넘는 닭들이 함께 생활합니다.

이런 상황에 처해지면 닭들은 끊임없이 싸우며 비좁은 공간과 사회적 위계라는 기본 욕구에 대한 좌절이 그들의 심성을 사납게 바꾸어서 서로를 죽이려 들거나 심지어는 산 채로 서로의 몸을 뜯어먹으려고까지 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의 경우 닭들에게 호르몬과 항생제가 늘 주입 투약해왔고 고기와 노른자가 "건강해 보이는"노란색을 띠도록 염료가 첨가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역시 닭 못지 않게 무지막지한 상황에 처해진 돼지들의 생활은 한 기자의 다음의 지적을 통해 그 상황을 대충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 어떤 돼지는 너무 겁먹은 나머지,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먹거나 마실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들은 크지도 못하고 죽는다. 다른 돼지들 역시 늘 공포에 질린 몸짓을 하며, 달아나려는 본능에서 기인한 신경질적인 도착 상태에 빠져 지낸다. 이제 살점 뜯어먹기는 돼지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다."

소는 어떤가요?
오늘날의 식용 송아지는 태어나자 마자 어미소에게서 떼내어져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한 상태에서 한평생을 살도록 강요당하며 어미소에게서 떼내어진 어린 송아지는 뭐든 빨 것을 애타게 찾습니다.

존 로빈스의 초점은 육식이 무조건 나쁘다라는 것보다는 비정상적이고 무지막지한 가축사육방법을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욕심으로 사용하는 축산업계의 탐욕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일년에 두서너 번 돼지를 잡아 온 동네 사람들이 나눠먹던 시절에는 존 로빈스의 이야기는 통하지 않겠지요. 문제는 자연적이지 않고 동물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결여된 동물사육방법에 있다는 것입니다.

새삼 설거지 한 물조차 행여 마당에 있는 조그마한 벌레들이 죽을까 두려워 식혀서 마당에 뿌린 우리네 조상들의 사랑이 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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