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이야기> 죽롱신동과 합천현감

등록 2001.04.07 17:55수정 2001.04.09 15:32
0
원고료로 응원
며칠 전, 초등학교 동창들과 술좌석에서 모두가 '팔불출'이 된 적이 있다. '팔불출'이란 여러모로 쓸데없이 몹시 어리석은 사람으로 특히 자식과 아내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과거 아버지가 중심이었던 세계에서는 분명 자식자랑과 아내를 칭찬하는 것이 남들에게는 놀림감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아이들이 부모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아비와 어미의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좋은 구석보다 나쁜 구석이 많아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팔불출이 많을수록 우리사회는 건강해지고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밝은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날 술좌석에서는 아이들의 교육문제가 이야기의 큰 줄기였다. 유난히 저학년을 둔 친구들은 벌써 아이들 사교육(과외)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중2, 초등6, 유치원생을 둔 우리부부는 가능한 아이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초적인 예능교육 외에는 학과 과외를 시키지 않는다. 넉넉하지 못한 우리살림에 알맞게 학습지 정도로 끝낸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과외. 이는 '교육행정의 실수'와 '내 아이만큼은'이라는 이기적인 행동에서 나왔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과외는 다 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옛날 중국 송나라 때 이야기 중 '죽롱신동(竹籠神童)'이란 말이 있다. 이는 주천석이라는 사람이 7세에 장원급제 한 뒤, 나라에서는 '신동과(神童科)'라는 별도의 시험을 보자 전국의 내로라하는 집의 코흘리개들에게 과외열풍이 불었다.

어려운 과거를 보자니 요상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학습을 시켰는데, 대표적인 것이 '대나무로 만든 상자에 아이들을 가두고 그곳에서 일상 생활을 하게 했다.'에서 생긴 말이다. 자연히 시험도 보기 전에 죽은 아이가 많이 생겼고, 소문난 과외 선생은 미리 선금을 주고 계약했으며, 과거를 앞두고는 웃돈을 얹어 초빙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청구야담'에 옛날 경상도 합천에 새로이 부임한 현감의 아들이 13세가 되도록 일자무식에다 고약한 버릇의 개망나니가 있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아비는 해인사의 고승을 수양훈장으로 삼고 "죽이든 살리든 이 아이의 나쁜 버릇만 고쳐주세요"하며 일체 참견하지 않았다.

기둥에 묶여 송곳에 찔리며, 지독하게 수업을 받은 이 아이는 출세보다는 훈장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를 악물고 공부하여 경상도 관찰사가 되었다. 훗날 스승을 찾은 개망나니는 복수심보다는 스승에 대한 사랑으로 서로 포옹하며 크게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죽롱신동은 우리의 교육현실이며, 수양훈장은 스승을 믿고 맡기는 모습이 절실한 우리의 이상향이다. 부모의 교육에 대한 현명한 선택이 우리아이들의 내일을 결정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올곧게 키워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5. 5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